[서울=뉴스핌] 이학준 기자 = 국회의원 시절 자신이 속한 단체에 이른바 '셀프후원'을 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이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주장했다. 김 전 원장에 대한 항소심 선고는 9월 24일로 예정됐다.
23일 서울남부지법 형사항소1부(변성환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김 전 원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항소심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피고인 항소를 기각해 달라"고 밝혔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받는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이 13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0.02.13 mironj19@newspim.com |
검찰은 "피고인이 항소심에서 주장하는 것은 원심의 변소내용과 사실상 동일하다"며 "원심은 검찰이 수회에 걸쳐 제출한 증거와 법리에 따라 유죄를 선고했고, 나아가 피고인 기부행위가 정치자금법 취지에 정면으로 반한다는 점 등을 들어 가벌성이 높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고인이 정치자금 5000만원을 연구기금으로 기부한 것은 공직선거법상 금지된 기부행위로 지출 목적이 위법하다"며 "(기부행위가) 정관과 규약 의무에 기한 것이 아님이 명확하고, 종전의 범위 안에서 지출한 것도 아니다"고 했다.
특히 "기부 액수 및 경위를 종합하면 사회상규와 신의성실 원칙에 위배돼 부당하다"며 "부정한 용도로 지출한다는 위법성 인식도 인정된다"고 강조했다.
김 전 원장은 "정책연구를 하고 정책을 대변하고자 하는 의원 모임에 기부를 해서 유권자를 매수했다는 혐의로 법정에 서 있다"며 "유권자 매수행위를 넘어 가계 생계수단 확보를 위한 목적으로 기부했다고 하는 1심 판단에 대해서는 깊은 참담함을 느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책을 연구해 만들고 그것을 국정에 반영해서 좀 더 나은 세상 만드는 것에 주력해온 정책운동가 혹은 정책전문가로 살아왔다"며 "제대로 된 의정활동을 이뤄지게 하고 싶어 더좋은미래를 창립하고 활동해 왔던 진정성을 재판부가 인정한다면 그에 합당한 결론을 내려달라"고 호소했다.
김 전 원장 측 변호인은 "정치자금 5000만원을 정치활동을 위해 소요되는 경비로 지출했다"며 "연구기금 출연행위가 공직선거법상 허용되지 않는 기부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이어 "설령 허용되지 않는 기부행위라고 하더라도 곧바로 정치자금법상 부정한 용도 지출이 되는 것도 아니다"며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되고, 피고인은 위법성 인식도 없었다"고 했다.
서울남부지법 / 뉴스핌DB |
검찰에 따르면 김 전 원장은 더불어민주당 의원으로 재직하던 2016년 5월 자신의 정치후원금 5000만원을 자신이 속한 단체 더좋은미래에 후원했고, 더좋은미래는 2017년 1월 '더미래연구소'에 8000만원을 출연했다.
김 전 원장은 국회의원 임기가 끝난 2016년 6월부터 2018년 5월까지 더미래연구소 소장으로 일하며 임금·퇴직금으로 약 9450만원을 지급받았다.
검찰은 김 전 원장이 후원한 정치자금 5000만원은 '셀프후원'이라고 판단, 벌금 300만원에 약식기소했다. 그러나 김 전 원장은 무죄를 주장하며 정식 재판을 청구했다.
1심 재판부는 김 전 원장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 120시간의 사회봉사 활동을 선고했다. 검찰 구형량인 벌금 300만원보다 형량이 증가한 것이다.
김 전 원장에 대항 항소심 선고 공판은 9월 24일 오후 서울남부지법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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