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서영 기자 = 평가항목에 'AI 게임'이 있는 것을 보고는 속으로 '면접 가지고 장난치는 건가?' 싶었다. 하지만 직접 게임을 해보니 '장난'이 아니었다. 총 7가지 단계로 이루어진 게임은 갈수록 난이도가 높아졌다. 기사를 쓰기 위해 AI 면접고사에 응시한 터라, 뒤로 갈수록 집중력이 흐려졌다.
놀랍게도 면접이 끝난 후 결과지에 표시된 '집중력 변화 패턴 분석'을 보니 게임 후반기로 갈수록 집중력이 거의 '0'에 수렴했다. AI에 간파당한 느낌이었다.
사실 처음에는 AI 면접이 채용절차로서 실효성이 있을지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봤다. 그러나 모든 과정을 거친 후 결과지를 받아보니, AI 면접은 잘 활용된다면 충분히 필요한 과정이겠다 싶었다. AI면접은 어떻게 기자의 생각을 바꿔놨을까.
[서울=뉴스핌] 이서영 기자 = 잡코리아에서 체험해볼 수 있는 AI 면접고사다. [사진=잡코리아 캡쳐] 2020.07.30 jellyfish@newspim.com |
◆한시간 가량 진행된 AI 면접…내용 분석은 아직, 중요한 건 지원자 '태도'
기자는 지난 24일 잡코리아의 'AI 면접 모의고사'에 직접 응시했다. 그 결과 면접 답변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와 기자도 잘 모르던 본인의 성향 및 직무적합성 등을 알 수 있었다.
모의고사는 생각보다 긴 시간 진행됐다. 약 한 시간가량 모니터 앞에 있어야 했는데 ▲기본면접 ▲성향분석 ▲상황대처 ▲보상선호 ▲AI 게임 ▲심층역량면접으로 이루어진 여섯 단계를 모두 거쳐야 했다.
카메라에 대고 직접 말을 해야 하는 것은 기본면접과 심층역량면접이었다. 사실 문제는 취업준비생이라면 한 번쯤은 준비해봤을 법한 질문들만 물어봤다.
혹시라도 평가에 악영향이 있을까 해서, 주어진 시간은 남김없이 사용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영상을 업로드할 때 "입력된 문장의 수가 적다, 다시 녹음하겠느냐"라는 문구가 화면에 떴다. 그때는 솔직히 '이러니까 AI 면접을 못 믿겠다는 말이 나오지' 싶었다.
그러나 알고보니 AI 면접은 지원자가 말하는 '내용'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말의 빠르기와 음성, 화면에 비친 지원자의 응시 태도를 평가하는 것이었다. 쉽게 말해, 면접자가 열심히 준비한 면접 답변이 얼마나 좋은 답변인지 혹은 독창적인지는 평가하지 못한다는 의미다.
평가요소를 알고 나니 '전체 면접 역량평가'에서 전체 2305명 중 1928등을 한 이유가 납득됐다. 면접을 진행하면서 비스듬히 기대고 앉아서 화면을 보는둥 마는둥 했기 때문이다.
[서울=뉴스핌] 이서영 기자 = 기자가 직접 체험해본 AI 면접고사에서 전체역량평가 상 '미흡' 판정을 받았다. [사진=잡코리아 캡쳐] 2020.07.28 jellyfish@newspim.com |
◆AI 면접의 복병이자 핵심 'AI 게임'…어렵워도 연습으로 실력 키울 수 있어
기자를 가장 당황스럽게 했던 과정은 단연 'AI 게임'이었다. 면접을 진행하기 전 안내문구를 통해 '테이블에 앉아서 마우스를 연결하고 시험을 진행하라'고 여러 차례 강조한 이유를 뒤늦게 깨달았다.
게임은 총 7가지였는데 응시자의 순발력과 창의력·논리력·추론능력 등을 다각도로 판단하도록 구성됐다. '설마 그러겠어?' 싶겠지만 정말 그렇다. 응시하는 입장에서도 왜 이런 게임을 배치했는지 납득이 갈 정도였으니 말이다.
AI 게임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움직이는 IQ테스트' 였다. 빠르게 움직이는 사물에 어떻게 대처하는지, 가장 가벼운 물건부터 가장 무거운 물건을 어떻게 배치할 것인지 등 단순하지만 막상 해보면 복잡한 게임들로 구성됐다.
잡코리아의 AI 면접에서는 이를 통해 ▲계획 ▲추론 ▲의사결정 ▲판단 ▲멀티태스킹 ▲인지지각 등을 분석해준다.
신기하게도, 클릭 몇번으로 쉽게 넘어갈 수 있는 유형의 게임만 집중력을 발휘했던 기자는 '판단'이 우수역량이었다. 마찬가지로 복잡한 절차로 인해 열심히 참여하지 않았던 '계획' 관련 게임에서 낮은 점수를 받았다.
얼핏 복잡해보이지만, 사실 정답이 있는 게임이기 때문에 집중적으로 연습한다면 이 부분에서는 지원자 스스로 역량을 키울 수도 있다.
[서울=뉴스핌] 이서영 기자 = 잡코리아 AI 면접고사에서 기자를 가장 당황시킨 'AI 게임' 부문이다. 밑에는 후반부로 갈수록 집중력이 흐려지는 것을 나타낸 지표다. [사진=잡코리아 캡쳐] 2020.07.30 jellyfish@newspim.com |
◆AI 면접, 취준생은 싫어하지만 이미 피할 수 없는 흐름
최근 채용과정에 AI 면접을 도입하겠다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비대면'이 화두가 되면서 면접도 비대면으로 전환하는 추세다.
다만 기업에서는 AI 면접만으로 채용하지는 않고 공정성을 높이는 차원에서 AI 면접을 추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미 블라인드 채용이 도입된 이후, 여러 기업에서는 서류전형 이후에 AI 면접을 도입한 사례가 늘었다.
AI 면접을 선도적으로 도입한 기업에서도 AI 면접은 공정성을 높이는데 큰 기여를 한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하반기 공개채용에서 AI 면접을 도입한 상상인그룹 관계자는 "AI 면접에는 면접관들의 감정이나 컨디션 혹은 첫인상 같은 선입견이 개입되지 않아 공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실제로 AI 면접은 응시자의 표정과 음성, 말투 그리고 내용 등을 파악해 '우수역량 부족역량' 등을 알려준다. 또 지원자 역량을 측정해 '계획형'인지 '판단형'인지 등을 가려낸다. 지원자의 소위 말하는 '스펙'이나 '외적인 조건' 등에 좌우되지 않고 오로지 지원자의 행동패턴만을 가지고 평가하는 셈이다.
그러나 여전히 AI 면접이 생소한 취업준비생들은 AI 면접을 꺼린다. 실제로 잡코리아가 올해 신입직 취업을 준비하는 대졸 취업준비생 437명을 대상으로 '대기업 수시채용 준비 현황'에 대해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채용전형 중 가장 걱정되는 것으로 'AI 채용전형의 확산'을 꼽은 비율이 42.6%에 이르렀다.
하지만 AI 면접은 이미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물론 AI 고사를 도입하는 기업에서 잡코리아에서와 같은 형태의 면접 포멧을 사용하지는 않을 수 있다. 그러나 함께 일할 직원을 선발하는 과정인만큼 지원자를 다각도로 평가할 수 있는 항목은 갖춰서 AI 면접을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
상상인그룹 역시 해당 기업에서 진행하는 AI 면접고사 프로그램 자체가 직무능력이나 창의성 그리고 순발력을 측정할 수 있는 형태로 프로그래밍 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룹 관계자는 "면접의 목적은 회사와 직무에 맞는 지원자를 가려내고자 하는 것"이라며 "AI 면접은 정형화된 프로그램 내에서 면접이 같은 방식으로 진행된다. 때문에 채용이 더 효율적이고 공정하게 진행되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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