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하수영 기자 = 24세 탈북민 김 모씨(남)가 강화도 일대를 헤엄쳐서 재월북한 사건으로 군 안팎이 시끄럽다. 이에 해당 지역의 경계를 맡은 해병대는 물론 지휘통제 책임이 있는 육군까지 줄징계를 받을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김준락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은 지난 28일 국방부 정례브리핑에서 "합참은 현재 감시장비에 포착된 영상을 정밀분석 중"이라고 밝혔다. 이는 군의 감시장비에 김씨의 재월북 장면이 포착이 됐다는 의미다. 이 지역에는 군의 열상감시장비(TOD)와 CCTV가 설치돼 있다.
탈북민 김씨(24)로 추정되는 사진. 김씨는 강화도 일대에서 헤엄을 쳐서 북한 개성으로 월북했다. [사진=주성하 동아일보 기자 페이스북 캡처] |
그런데도 군은 김씨의 재월북을 차단하지 못했고, 북한의 발표가 있기 전까지 파악하지도 못했다.
이에 대해 박한기 합동참모의장은 같은 날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해당 지역은 GOP(일반전초)와 마찬가지로 과학화경계시스템이 완비돼 있어서 경계초소가 있지만 실제 인원이 경계를 서지 않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아울러 이 지역은 밀물과 썰물에 따라 물 높이가 수시로 변하는 지역인데, 이 지역 담당하는 해병대의 첫 번째 임무는 북한 지역으로부터 우리 지역으로 물길이 형성될 때 적의 침투나 귀순자 발생을 핵심적으로 관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며 "그러다 보니 (우리 지역에서 북한 지역으로 나가는 인원에 대해선) 경계에 다소 간과했던 부분이 있었다"고 부연했다.
즉 해당 지역에는 과학화경계시스템이 설치돼 있어 직접 사람이 경계를 서지 않고 있었고, 경계병들의 주 임무도 북측에서 우리측으로 넘어오는 인원을 감시하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측에서 북측으로 넘어가는 인원에 대해서는 관리가 소홀했다는 것이다.
아울러 박 의장은 감시장비에 녹화가 됐음에도 북한 발표 전까지 파악하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김씨가 구명조끼를 입고 머리만 내놓은 채 갔을 가능성이 높다"며 "때문에 다른 부유물과 혼재돼 식별하기 어려운 점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연평도=뉴스핌] 사진공동취재단 = 남북이 '9.19 군사합의서'에 따라 지상, 해상, 공중에서 모든 적대행위 중단을 시작한 지난 2018년 11월 1일 오후 인천 옹진군 연평도에서 해병대 병사들이 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한 자료사진) |
◆ 육군 수도군단·지작사도 조사대상 될 듯
이뿐만 아니라 해병대는 시설 관리에 대한 책임이 있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군 당국은 김씨가 인천 강화도 월미곳에 있는 정자인 '연미정' 인근 배수로를 통해서 월북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군 당국에 따르면 김씨는 연미정 맞은 편 배수로로 들어가 배수로 내부에는 설치된 마름모꼴 철근 사이를 통과해 나간 것으로 보인다. 김씨는 신장 163cm에 몸무게 54kg의 왜소한 체격으로 알려졌다.
철근 사이를 통과해 나가도 윤형 철조망이라는 2차 장애물이 있다. 하지만 박한기 합참의장이 전날 밝힌 내용에 따르면 이 철조망도 김씨가 벌리고 나갈 수 있을 정도로 노후화됐다.
이 지역은 해병대 2사단이 경계를 서고 있다. 따라서 해당 시설 및 장애물 관리 책임도 해병대 2사단에게 있다.
그런데 사람이 통과하고, 벌리고 지나갈 수 있을 정도로 노후화될 때까지 장애물들이 거의 관리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돼 이 책임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서울=뉴스핌] 하수영 기자 = 합동참모본부 청사 전경 suyoung0710@newspim.com |
다만 책임을 해병대에게만 묻기는 어렵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경계는 해병대가 서고 있지만, 해병대는 육군 수도군단의 작전 통제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 지역의 작전통제 및 지휘계선은 해병 2사단→수도군단→지상작전사령부로 올라간다.
군 당국에 따르면 강화, 김포 등은 접적지역(적과 접하는 지역)으로 분류돼 서울, 경기도 등 수도권과 통합방어작전계획이 구축돼 있다. 쉽게 말해 강화, 김포는 적이 침투했을 때 수도권으로 진입하기 가장 쉬운 지역이기 때문에 수도군단이 유사시 신속하고 통합적인 작전통제를 하기 위해 지휘통제 구조가 이렇게 돼 있는 것이다.
한 군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해병대 2사단뿐만 아니라 수도군단 등 작전통제권이 있는 상급부대에도 책임이 있다"며 "사단경계시스템에 대한 지침을 잘못 줬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군은 감시영상 정밀분석, 현장 조사뿐만 아니라 관련자 조사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작전통제 및 지휘계선 구조를 생각할 때, 이 과정에서 해병대 2사단은 물론이고 육군 수도군단과 지작사도 조사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준락 합참실장은 전날 국방부 정례브리핑에서 "우리 군은 철저하게 조사해서 필요한 조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suyoung071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