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백진규 기자 = 아시아나항공 매각 거래 종료일(12일)까지 1주일 남은 상황에서, 업계는 계약 파기를 기정사실화 하고 있다. 결국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일정 지분을 보유했다가 재매각 할 전망이다. 계약금을 둘러싼 법정 공방도 불가피해 보인다.
지난 3일 산업은행은 HDC현대산업개발의 12주간의 아시아나항공 재실사 요구를 거절했다. 또한 12일까지 현산이 인수 진정성을 보이지 않는다면 매각 계약이 무산될 것이라고 밝혔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HDC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매각 계약 추가연장 가능성은 크지 않다. 산은 측이 '인수를 전제로 한 경영관리 등 제한적인 범위에서는 협상이 가능하다'고 한 만큼, 현산이 대면협상을 요구하면 조금 더 시간을 벌 가능성은 있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는 "현산 입장에서는 국토부 등 정부 눈치도 봐야 하는데다, 추가 협상 의지를 보인 뒤 계약이 무산될 경우 앞으로의 계약금 반환 소송에도 유리할 것이 없다"고 설명했다.
[영종도=뉴스핌] 정일구 기자 = 인천국제공항 주기장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아시아나항공 여객기들이 멈춰 서있다. 2020.04.22 mironj19@newspim.com |
◆채권단 관리 후 분할매각 유력
계약이 무산되면 공은 산업은행 등 채권단에 돌아간다. 최대현 산은 부행장은 "아시아나항공의 경영 정상화가 가장 우선적인 목표이며, 재매각을 빨리 추진해 제대로 된 주체가 나타나 관리하는 것이 제일 적합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채권단 주도의 관리체계가 아시아나항공 재매각에도 유리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영구채 주식전환이나 기간산업안정기금 투입 등은 일정부분 지분전환을 통해 아시아나항공 부채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기안기금은 10% 이상 지원금을 주식연계증권(전환사채, 신주인수권부사채 등) 취득 형태로 지원하도록 명시돼 있다.
다만 재매각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당장 2분기에는 화물 부문 매출 증가에 힘입어 아시아나항공 영업이익이 흑자를 기록할 전망이나, 코로나로 인한 항공업 불확실성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올 1분기 아시아나항공 부채비율은 6280%까지 높아진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대기업그룹 중에서는 신용등급이 AA이상인 곳 중에서도 현금 여력이 있는 SK(AA+)나 GS(AA0) 등을 인수 후보자로 꼽았다. 경영 정상화를 위해서는 2조원 이상의 금액이 투입돼야 하기 때문에 인수 후보가 많지 않다.
때문에 아시아나항공을 쪼개 분리매각 할 것이란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지난해 국회 정무위는 '아시아나항공 자회사 분리매각을 검토해 볼 것'이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항공 ▲화물 ▲항공기정비 등 사업부문을 분할하거나 에어부산, 아시아나IDT등 6개 자회사를 쪼개 파는 등 방법은 다양하다. 기내식사업부는 지난 2003년 독일 루프타한자에 분할 매각한 상태다.
◆계약금 반환 소송, 장기전 예상
계약이 무산될 경우 기존 지불한 2500억원 이행보증금(계약금) 반환 소송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12월 계약 체결 이후 아시아나항공 부채가 급증하고 주가가 하락한 만큼 현산 입장에서는 '재실사 요구 불발' 등과 함께 계약금 반환을 요구할 전망이다.
반면 금호산업과 입장에서는 계약 지연으로 입은 피해도 적지 않아 계약금이라도 확보해야 하는 입장이다. 아시아나항공 구주 매각이 미뤄지는 동안 금호산업의 1분기 부채와 당기순손실은 더욱 확대됐다.
산업은행 역시 계약 파기 책임은 현산에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이동걸 산은 회장은 "모든 법적 책임은 현산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현산이 계약금 반환 소송을 하지 않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결국 계약금 반환 소송은 장기전 양상이 될 전망이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현산은 지난 6월 입장문을 통해 인수조건 재협의를 요청하고 최근 12주 재실사를 다시 요청했는데, 모두 계약금 반환을 염두에 둔 행동으로 보인다"며 "양측 모두 입장차이를 지속해 온 만큼 원만한 합의는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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