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옛 통합진보당(통진당) 소속 국회의원들의 의원직 상실 판결을 내렸던 이동원(57·사법연수원 17기) 대법관이 '사법농단' 재판에서 법원행정처 측 문건을 받은 사실을 인정했다. 다만 "많은 고민과 검토를 거쳐 선고한 사건"이라며 재판거래 의혹을 일축했다.
이 대법관은 1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부(윤종섭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임종헌(61·16기)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같이 밝혔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이동원 대법관. 2018.07.25 kilroy023@newspim.com |
현직 대법관이 사법농단 재판 증인석에 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대법관은 지난 2016년 서울고등법원 행정6부 재판장으로 재직하면서 통진당 소속 국회의원들이 제기한 지위확인 소송 항소심을 맡았다.
검찰에 따르면 임 전 차장을 비롯한 '양승태 사법부'는 헌법재판소의 통진당 위헌정당 해산 결정 이후 헌재와의 관계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통진당 소속 국회의원들이 제기한 지위확인 소송에 개입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사법부 수뇌부가 당시 법원행정처 기조실장이었던 이민걸(59·17기) 부장판사,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이었던 이규진(58·18기) 전 부장판사 등을 통해 일선 재판부에 행정처가 수립한 판단방법을 기재한 문건을 전달했다고 보고 있다.
해당 문건에는 통진당 소송 1심 판결 내용과 각하·인용 등 결론에 따른 논거를 분석하고 '의원직 상실 판단권한이 헌재에 있다는 점은 부적절하다', '법원에 판단권한이 있다는 이유설시가 필요하다' 등 내용이 기재돼 있었다.
이 대법관은 2016년 3월 경 이민걸 전 기조실장을 만나 행정처 문건을 건네받은 사실은 인정했다. 그는 "평소 연수원 동기로 친하게 지내던 이민걸 부장이 식사자리를 제안해 만났고 식사가 끝날 무렵 통진당 사건을 이야기하면서 한 번 읽어보라고 문건을 건네줬다"고 회상했다.
검찰이 '당시 맡고 있던 사건 관련 문건을 전달받는 것에 대해 과도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냐'고 묻자, 이 대법관은 "과도하다기 보다는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며 "제3자로부터 사건에 대한 접근이 오게 되면 긴장하고 침묵하게 돼 당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대법관은 다만 "기조실장은 법원 정책결정을 하는 직에 있고 헌재와의 관계 때문에 그 사건에 관심이 있나보다 정도로 받아들였다"며 "행정처나 대법원이 개입한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고 지금도 참고 삼아 선의로 문건을 준 것이라고 본다"고 했다.
행정처 문건에 대해서는 "읽어보지 않았다면 더 떳떳했을텐데 제가 (사건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고 행정처에서 검토했다고 하니 참고차 읽어봤다"며 "이런 일이 없었다면 저도 훨씬 마음이 편했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내비쳤다.
그는 '행정처 문건 내용을 판결문에 반영했나', '이민걸로부터 전해들은 말이 판결문 작성에서 영향받은 바가 있나' 등 변호인의 질문에도 "전혀 없다"며 "법원 심판권 부분은 가지고 있던 경험과 지식으로 해결됐고 국회의원 지위상실여부는 재판부 구성원과 합의도 거치고 헌법 논문과 각종 자료를 찾아보면서 고민을 많이 한 끝에 내린 결론"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법관은 또 통진당 소송이 재판거래가 아니라는 소신은 대법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선서 후 진술한 때나 지금이나 동일하다고 했다.
그는 지난 2018년 7월 국회에서 열린 대법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도 통진당 판결을 자랑스러운 판결로 꼽은 이유를 밝히면서 "재판거래가 아니다. 법과 양심에 따라 국민 앞에 한치의 부끄러움이 없다"고 진술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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