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백진규 기자 = 쌍용자동차 경영상황이 더욱 악화되면서 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주요 외국계 은행들이 대출 회수를 결정할 경우 국내 채권단의 추가 지원도 어려워질 전망이다.
18일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쌍용자동차 입장에서 재무적으로 당장 해결해야 할 문제는 외국계은행 단기차입금이다. 2분기 말 기준 쌍용차가 1년 안에 상환해야 할 단기차입금 규모는 3069억원으로 이 중 JP모간,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등 외국계 은행 대출이 2044억원이다. 이들 대출은 마힌드라가 쌍용차 지분 51%를 초과해 유지해야 한다는 조건이 달려 있다.
[서울=뉴스핌] 백진규 기자 = 2020.08.18 bjgchina@newspim.com |
◆ 외국계은행 대출 회수하면 법정관리 가능성 커져
앞서 마힌드라그룹은 새로운 투자자가 나타날 경우 보유 지분율을 현재 74.6%에서 50% 미만으로 떨어뜨리겠다고 밝혔다. 만약 새로운 대주주 없이 마힌드라의 지분율이 하락해 외국계은행이 대출을 회수할 경우, 추가 자금지원 없이는 법정관리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지난 14일 삼정회계법인은 쌍용자동차 반기보고서에 감사의견 거절 의사를 밝혔다. 계속기업으로서 전망이 불확실하다는 것이다. 올해 상반기 쌍용차 당기순손실은 2024억으로 지난해 상반기 776억원보다 3배 가까이 늘었다. 14분기 연속 적자다.
쌍용차가 법정관리를 막기 위해선 새로운 대주주를 만나 투자를 받거나, 산업은행 등 채권단의 추가 지원을 받아야 한다. 이에 업계에서는 양쪽 다 쉽지 않다는 의견이 나온다.
쌍용차는 삼성증권과 로스차일드를 매각주간사로 선정하고 새 투자자를 찾고 있다. 후보군에는 지리자동차와 비야디(BYD) 등 중국 업체와 미국의 HAAH오토모티브홀딩스가 언급된다.
그러나 한 업계 관계자는 "쌍용자동차의 사업적 경쟁력은 SUV에 있었지만, 최근 전기차 및 자율주행차 등으로 업계 트렌드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추가 투자를 한다고 해서 정상화될 것이란 보장이 없는 만큼 대주주 물색에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 쌍용차, 회사채 발행도 없어 지원 방법 제한적
앞서 산업은행과 우리은행은 쌍용차 기존 대출을 연말까지 연장했다. 그러나 추가 지원은 쉽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지원 방법도 제한적이고, 명분도 없다는 것이다. KB국민은행은 1분기 말까지만 해도 1000억원 대출을 해 주고 있었지만 2분기에 이를 회수해 채권단에서 빠져나왔다.
쌍용자동차의 경우 회사채 발행액이 없고 신용등급도 보유하고 있지 않아 더욱 지원이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코로나19 이후 금융당국이 채권시장안정펀드, P-CBO, 회사채 신속인수제 등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했으나, 쌍용차의 경우 아예 회사채 자체가 없어 이런 지원도 받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기간산업안정기금 활용 가능성도 불투명하다. 기안기금을 받기 위해선 '코로나로 인한 매출 감소'를 증명해야 하는데, 쌍용차의 매출 하락 원인이 코로나에 있다고 설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기안기금 지원에 나설 경우, 지원액의 일정 부분을 지분으로 보유하게 돼 산은의 부담은 더 커진다.
산업은행의 지원 의지도 크지 않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쌍용차에 대한 추가 지원 여부에 "언급할 단계가 아니다"라며 향후 법정관리 신청 가능성에 대해서도 "기업이 결정할 일"이라며 선을 그었다. 지난 6월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역시 "쌍용차 노사가 더 진지하고 솔직한 고민에 나서야 한다"며 불만을 표시했다.
다만 고용유지 측면에서 당분간 추가지원을 받을 수 있을 것이란 의견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 업종이 후방산업과 연계성이 높아 만약 쌍용차가 무너지면 다른 협력업체 일자리까지 부담이 될 수 있다. 새로운 주인을 찾기 전까지 당국이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지원할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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