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서영욱 기자 = 임직원들의 고통 분담으로 올해 상반기 간신히 흑자전환에 성공한 대한항공이 외풍에 시달리고 있다. 한진그룹의 경영권을 노리는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등 3자 주주연합의 공세가 지속되고 있는 탓이다.
한진그룹은 경영권 방어가 시급하지만 코로나19 위기 극복에 전력 투구하고 있다. 대한항공이 지난 상반기 깜짝 흑자전환에 성공했지만 올 하반기 역시 녹록치 않을 전망이어서다. 지주사인 한진칼은 자회사인 진에어, ㈜한진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마른 곳간을 쥐어짜고 있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조 전 부사장과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 반도건설 등 3자 주주연합의 한진그룹 경영권 행사를 위한 지분 확보 공세가 이어지고 있다. 3자 주주연합은 지난 18일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의 신주인수권(워런트) 120만주를 확보했다.
[서울=뉴스핌] 백인혁 기자 =서울 중구 한진빌딩 모습 2020.03.27 dlsgur9757@newspim.com |
3자 주주연합이 보유하고 있는 한진칼 지분을 방어하기 위한 목적으로, 이번 조치로 3자 주주연합의 한진칼 보유 지분율은 기존 45.23%를 유지하게 됐다. 신주인수권은 1주당 발행회사 주식 1주를 사들일 수 있는데, 이를 모두 주식으로 전환할 경우 3자 연합이 보유한 지분은 46.71%까지 늘어난다.
조원태 회장 측 우호 지분은 3자 연합 지분 보다 다소 낮은 43% 수준이다. 조 회장 측은 이번 신주인수권 확보에 별다른 움직임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이 신주인수권을 모두 행사할 경우 조 회장의 우호지분은 39%대까지 떨어지게 된다.
조 회장 측도 지분방어를 위해 경쟁적으로 지분을 매입하는 것이 가장 쉬운 방법이지만 자금 사정이 넉넉지 않다. 6월 말 기준 한진칼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1267억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10% 가량 줄어들었다.
대한항공 유상증자에 3000억원을 지원한 한진칼은 자회사인 진에어와 ㈜한진 유상증자에도 자금을 내줘야 한다. 각각 1000억원의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하는 진에어에 536억원, ㈜한진에 300억원을 출자하기로 결정했다.
앞서 발행한 신주인수권부사채(BW)도 자금이 부족한 탓도 있지만, 3자 연합을 견제하기 위한 수단으로도 작용했다. 유상증자를 추진할 경우 3자 연합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지분을 늘릴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BW 발행은 3자 연합의 지분 확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 중 하나였지만, 3자 연합이 시세 보다 비싼 가격에 공개 매수에 성공하며 지분 방어에 성공한 모양새다.
조 회장 측도 경영권 방어를 위한 움직임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으로 향후 움직임에 관심이 쏠린다. 먼저 조 회장 측 우군 확보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대한항공의 든든한 우군이었던 미국의 델타항공이 2분기 어닝쇼크를 기록하며 측면 지원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 대규모 자금을 투입한 지분 확보가 어려운 상황으로, 우군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분석이다.
또 대한항공의 핵심 사업부를 매각하는 대신 인수자가 한진칼 지분을 사들여 우호세력으로 삼을 수 있다는 나온다. 이 같은 방안은 상대편인 3자 연합도 경계하고 있다. KCGI는 대한항공의 기내사업부 매각 소식이 전해지자 "현 경영진 측에 우호지분을 확보하고자 이번 매각을 진행하는 것이라면 관련자들의 책임을 끝까지 추궁하고 진상을 규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조 회장이 지분을 담보로 대출 받은 총 400억원의 자금 용처에도 이목이 쏠린다. 업계에서는 이 자금이 상속세 납부에 쓰일 것으로 예측과 함께 경영권 방어를 위한 추가 지분 확보에 쓰일 가능성도 열어 놓고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화물 운송에 집중하며 깜짝 흑자를 기록했지만, 화물 운임 상승에 따른 일시적인 효과"라며 "하반기 긴급구호 물량이 줄면서 수익성은 상반기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 봤다.
그는 이어 "코로나19 쇼크가 지속되면서 저비용항공사들은 대량 실직과 파산 위기에 몰려 있다"며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 모든 항공업계가 힘을 모아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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