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김은빈 기자 = 내년도 자살예방 관련 예산이 사상 처음으로 300억원을 초과할 전망이어서 주목된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내년도 자살예방정책 예산은 올해(291억원)보다 늘어나 300억원을 무난히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자살예방정책 예산이 최근 3년 간 20~30% 이상 큰 폭으로 증가해 왔다(그래프 참고).
◆ '자살 공화국' 오명 벗자…최근 3년새 예산 3배 늘어
한국은 지난 IMF 위기 이후 자살률이 급증한 이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1~2위를 다투고 있다. 2020년 8월 현재 OECD에서 제공 중인 자료를 기준으로 한국의 인구 10만명 당 자살자 수는 23.0명으로 1위다. OECD 평균(11.2명)의 2배에 달한다.
정부도 '자살 공화국' 오명을 벗기 위해 발 벗고 나서고 있다. 문재인정부는 2022년까지 인구 10만명 당 자살자 수를 17명 밑으로 낮춘다는 목표를 세우고, 100대 국정과제에도 '자살 예방 및 생명존중문화 확산'을 포함시켰다. 그 일환으로 2018년에는 복지부에 자살예방정책과를 신설해 독자 정책분야로 추진하고 있다.
관련 예산확보에도 힘쓰고 있다. 2017년 99억3100만원이던 예산은 현 정부 집권 초기인 2018년엔 177억6600만원으로 78.9% 급증했고, 2019년엔 233억5700만원으로 31.5% 늘어 사상 처음으로 200억원대를 넘겼다. 2020년 예산은 24.7% 늘어난 291억1500만원이다. 3년 전인 2017년과 비교하면 약 3배 늘었다.
내년도 예산은 사상 처음으로 300억원을 넘길 전망이다. 현 추세대로라면 20%만 증액돼도 약 350억원이 된다. 다만 증가폭은 예년에 비해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복지부 한 관계자는 "기재부에서 심의 중인 예산이 올해보다 많이 올랐다"면서도 "코로나19 확산으로 재난지원금 등에 재정이 많이 투입되다 보니 (자살예방예산을) 많이 늘리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설명했다.
◆ 자살 시도자·유족 등 고위험군 관리…지역별 맞춤 정책도 지원
자살은 보통 스트레스가 정신적인 문제로 발전하고, 자살 생각과 실제 시도로 이어지는 프로세스를 거친다. 자살 생각에 이르기 전 단계는 정신건강정책에서, 이후 단계는 자살예방정책에서 주로 다루게 된다.
자살예방정책 예산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항목은 자살 고위험군에 대한 집중관리로, 약 32%인 94억8100만원이 사용되고 있다. 이미 자살을 시도해봤던 사람이 다시 자살을 시도할 확률이 일반인에 비해 20~30배 가량 높기 때문이다.
고위험군 집중 관리는 병원 응급실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정신과의사·응급의료과의사·사례관리자로 팀을 구성해, 응급실에 온 자살 시도자에게 정신과적 서비스와 사례관리를 진행한다. 퇴원 후엔 각 지역 자살예방센터로 연계해준다. 현재는 자율적으로 참여하는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정책을 진행된다. 복지부는 자살 고위험군 관리가 병원의 업무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건강보험수가에 반영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정부는 지역사회기반 자살예방사업에도 집중하고 있다. 중앙단위형 사업도 중요하지만, 자살과 관련한 지역별 특징이 존재하는 만큼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맞춤형 대응을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올해 예산 기준으로 65억9700만원이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한 자살예방사업 지원에 사용되고 있다.
자살예방과 관련된 교육·홍보 등을 통해 생명존중문화를 조성하는 데엔 50억3000만원의 예산이 배정돼있다. 자살을 방지하기 위해선 위험군을 직접 관리하는 것 외에도 사회분위기 조성이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이 외에도 심리부검체계 구축에 39억8200만원의 예산을 들이고 있다. 심리부검은 자살 사망자의 유족 면담 등을 통해 정신적·행동적 원인을 밝히는 작업이다. 원인 규명을 통해 효과적인 예방정책을 수립하기 위해서다. 자살 고위험군인 자살유족 지원에는 13억5500만원이 사용된다. 자살예방을 위한 상담 전화 운영에도 비슷한 13억3700만원이 배정돼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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