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보
주요뉴스 산업

아시아나 매각협상, 결국 실패?…HDC현산 vs 산업은행 입장차 '여전'

기사등록 : 2020-08-26 06:02

※ 뉴스 공유하기

URL 복사완료

※ 본문 글자 크기 조정

  • 더 작게
  • 작게
  • 보통
  • 크게
  • 더 크게
현산 "12주 재실사" vs 산은 "불가"…CEO 협상도 소득 없어
산은·HDC 회장, 이르면 이번주 면담…합의 가능성 '미지수'

[서울=뉴스핌] 김성수 기자 = 아시아나항공 매각협상이 결국 실패로 끝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HDC현대산업개발(HDC현산)과 KDB산업은행이 아시아나항공 재실사를 놓고 의견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어서다.

아시아나항공의 실질적 매각주체인 산업은행이 HDC현산의 요구에 부정적인 만큼 26일 예정된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과 정몽규 HDC그룹 회장의 면담도 성과가 있을지 불투명하다.

[영종도=뉴스핌] 정일구 기자 = 22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주기장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아시아나항공 여객기들이 멈춰 서있다. 2020.04.22 mironj19@newspim.com

◆ 현산 '12주 재실사' vs 산은 '불가'…CEO 협상도 소득 없어

26일 건설 및 금융업계에 따르면 HDC현산은 계속 12주간의 아시아나항공 재실사를 요구하는 반면 산업은행은 '재실사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HDC현산이 이미 7주간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실사를 진행해 더 이상의 재실사가 의미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앞서 최대현 산업은행 기업금융부문 부행장은 현산의 재실사 요구에 대해 "통상적 인수합병(M&A)에는 없는 과도한 요청"이라며 "기본적으로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다만 "인수를 전제로 한 경영관리 등 제한적인 범위에서는 가능하다"고 답했다.

앞서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아시아나항공 재실사 기간을 12주에서 4주 이내로 줄이고 재실사 범위도 제한한다는 조건을 달고 재실사에 협조할 의사를 전했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에 "사실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산업은행이 재실사 요구를 전격 수용하지 않는 한 아시아나항공 인수협상에 진전이 있을 가능성은 낮아보인다. HDC현산과 금호산업의 대표이사(CEO) 간 협상이 소득 없이 끝난 것도 이와 동일한 맥락에 있다. 권순호 HDC현산 대표이사와 서재환 금호산업 대표이사는 지난 20일 서울 시내 모처에서 양사 관계자들과 함께 대면협상을 가졌다.

두 회사 CEO가 직접 만난 것은 HDC현산이 아시아나항공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작년 11월 이후 처음이다. 두 회사는 어떤 주제에 대해 의견을 나눴는지를 모두 비공개하기로 합의했다. 다만 HDC현산이 "대면협상의 목적은 재실사"라고 못박았던 만큼 애초 협상이 급물살을 타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에 따라 양사는 서로의 입장차만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HDC현산은 여전히 아시아나항공 재실사를 요구하고 있다"며 "반면 금호산업은 계약을 빨리 마무리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백인혁 기자 =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이 지난해 11월 서울 용산구 현대산업개발 본사 대회의실에서 아시아나 항공 인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9.11.12 dlsgur9757@newspim.com

◆ 산은·HDC 회장, 이르면 이번주 면담…합의 가능성 '미지수'

이날 열릴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과 정몽규 HDC그룹 회장의 면담이 성공적으로 끝날지 여부도 불투명하다. 이 회장은 지난 20일 정 회장에게 가급적 빠른 시일 내 만나자고 제안했다.

이 회장은 이번주나 다음주쯤 정 회장과 만날 것으로 예상했었다. HDC현산과 금호산업의 대면협상이 원만히 이뤄져 아시아나항공 M&A가 마무리되도록 지원하기 위해서다.

산업은행은 지난 20일 보도자료를 내고 "산은도 필요한 역할이 있으면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이번 면담에서 아시아나항공 M&A 관련 불확실성을 해소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산업은행이 '불확실성 해소'라는 용어를 사용한 것은 이번 거래의 '키 맨'(중추인물)이 양사 CEO가 아닌 정 회장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CEO는 자사 회장의 입장을 전달하는 역할인 만큼 대면협상에서 유의미한 결과가 나오기 어렵고, 결국 최종 결정권자인 정 회장과 소통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두 회장의 이번 면담은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을 위한 마지막 만남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산업은행은 다음달 초 인수합병 여부를 조속히 종결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

하지만 이번에도 산업은행의 요청은 '희망사항'으로 끝날 가능성이 있다. 양측 의견차가 첨예하게 갈리기 때문에 두 사람이 실제 만나도 극적 합의에 이르기는 어려워 보여서다.

앞서 이 회장은 이번 인수 문제로 정 회장과 두 차례 회동했다. 당시에도 이 회장이 먼저 만남을 제안했고, M&A를 속히 재개하라는 뜻을 전달했다. 하지만 두 사람은 끝내 유의미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HDC현산은 지난 4월 초부터 지금까지 15차례 정식 공문을 발송해 재점검이 필요한 세부사항을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에 전달했지만, 충분한 공식적 자료는 물론 기본적인 계약서조차 제공받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현산 관계자는 "재실사는 아시아나항공 정상화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라며 "신뢰할 수 없는 재무제표에 근거한 낙관적 전망만으로는 결코 아시아나항공을 정상화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sungsoo@newspim.com

<저작권자© 글로벌리더의 지름길 종합뉴스통신사 뉴스핌(Newspim),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