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나은경 기자 = CJ ENM과 딜라이브의 프로그램 사용료 인상폭을 사이에 둔 협상이 정부 중재에도 불구하고 결국 합의에 이르지 못한 채 결렬될 전망이다. 양측은 합의기한인 31일 자정까지도 노력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업계에서는 한달 여의 합의기한이 주어졌음에도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은 사실상 결렬이 아니냐는 해석이다.
양측이 이날 자정까지도 합의안에 동의하지 못할 경우, 정부는 다음 달 중 양측이 따를 중재안을 도출할 계획이다.
다만 양사가 앞서 합의한대로 중재안을 통한 합의시점까지 '송출중단(블랙아웃)' 사태는 벌어지지 않는다.
◆정부 개입에 '합의' 예상했지만...이견 좁히지 못해
이날 과기정통부 및 유료방송업계에 따르면 과기정통부의 중재 아래 이뤄진 CJ ENM과 딜라이브의 '2020년 방송채널 프로그램 사용료' 분쟁은 결국 사용료 인상폭에 대한 양측의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합의 기한을 넘길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13일 과기정통부는 블랙아웃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막아 딜라이브 이용자의 시청권을 보호하기 위해 양측에 이날까지 한달여의 합의 기한을 주고 프로그램 사용료를 협상하라고 제시했다. 만약 이날까지 양사가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과기정통부의 중재안에 따르기로 한다는 조건도 달았다.
정부가 직접 개입해 중재에 나선 만큼 유료방송업계에서는 당초 양사간 합의가 무리없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이날 오후 6시를 넘긴 시간까지 결론없이 협상이 길어지면서 양사간 합의결렬 분위기가 감지되기 시작했다.
양사는 프로그램 사용료 인상에는 동의했지만 구체적인 인상폭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CJ ENM은 지난 3월 인터넷(IP)TV 사업자에게는 30%, 딜라이브와 같은 종합유선방송업체(MSO)에는 20%, 개별 케이블TV(SO)에는 15%의 프로그램 사용료 인상안을 요구한 바 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상황을 더 지켜보고 (합의가 불발되면) 각 사의 입장을 청취한 뒤 오는 9월 중 정부중재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부중재안 따를 경우 CJ ENM에 불리
업계에서는 이 상태로 정부중재안을 따를 경우 CJ ENM에 불리하게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중재안이기 때문에 양사 모두 일정부분 양보해야겠지만 블랙아웃이라는 강수를 던진 CJ ENM에 불리한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실제로 최근 정부 분위기는 MSO 및 개별 SO들에 유리하게 흘러가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는 '지상파와 유료방송사업자, 즉 SO간 분쟁시 방송분쟁조정위원회(조정위)가 직권으로 분쟁조정에 들어갈 수 있다'는 내용을 담은 '방송법 개정안'을 지난달 13일 발의했다. 방통위가 양측의 갈등을 조정하겠다는 내용이며 직접적으로 CJ ENM과 같은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와 관계있는 사항은 아니다.
하지만 유료방송 시장이 지속적으로 줄어들면서 힘의 균형에서 상대적으로 열위에 놓인 SO들은 정부 개입에 반색하고 있다. 이번 법안을 시작으로 재송신대가(CPS) 등 콘텐츠 사용료 이슈에 정부가 관여함으로써 향후 채널 협상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지 기대하는 것.
유료방송업계 관계자는 "이번 법안은 PP와 연관되는 부분은 아니지만 상대적으로 영세한 SO들과 지상파, PP의 분쟁 사이에서 정부가 개입할 수 있는 단초가 될 수 있다"며 "이 같은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현행 방송법은 방송의 유지·재개 명령이 내려진 건에 한해 분쟁 당사자 중 한 측이 요청하면 조정위의 직권조정을 할 수 있게 돼 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열위에 놓인 SO들이 지상파와의 분쟁에서 정부에 직권조정 요청을 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지난 2016년 KT스카이라이프와 지상파의 CPS 분쟁 당시에도 방송 유지·재개 명령이 내려졌지만 양측 모두 조정위에 분쟁조정을 신청하지 않았다.
한편, CJ ENM 측은 아직까지 합의가능성에 대한 끈을 놓치 못하고 있다. CJ ENM 관계자는 "정부 중재안이 마련되기 전까지 계속해서 협의해 나갈 예정"이라며 "이미 계약 합의된 타사 수준으로 협의가 진행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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