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영기 기자 =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 버핏의 일본 5개 상사에 대한 62억달러(약7조5000억원) 투자는 인플레이션과 미국 달러화 약세에 대한 베팅으로 전문가들은 해석하고 있다.
코로나19(COVID-19) 충격에서 세계 경제가 회복되기 시작하면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질 것이고 또한 약달러로 투자자들이 미국 외의 해외주식으로 몰릴 것으로 본다는 것이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의 분석에 따르면, 버핏이 이미 투자하고 있는 아마존과 애플의 주가가 급격히 상승해 1990년대 인터넷 거품 이후 다시 미국 증시를 끌어올리는 상황에서 버핏의 이번 행보에 주주들은 환영하고 있다.
워런 버핏 [사진=로이터 뉴스핌] |
전날 버핏은 버크셔 해서웨이 자회사를 통해 지난 1년 간에 걸쳐 미쓰비시상사, 이토추(伊藤忠)상사, 마루베니(丸紅), 스미토모(住友)상사, 미쓰이(三井)물산 등 일본의 대표적인 5대 상사 지분을 각각 5% 이상 취득했다고 밝혔다. 버핏은 5개 일본 상사에 대해 지분율을 9.9%까지 추가로 확대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 기술주 고평가, 은행 손실 부담...저평가 해외 상사기업, 적절한 타깃
이들 일본 상사는 인플레이션과 달러 약세로 수혜를 받는 원자재 탐사를 포함한 다양한 사업부를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투자자들의 관심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전통적인 투자 타깃으로도 적절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비록 애플과 아마존 등을 포함한 투자규모가 2000억달러를 상회하고 보유현금 규모만 1500억달러에 달하는 버크셔해서웨이의 투자 포트폴리오로 보면 이번 일본 상사에 대한 투자 비중은 아직 미미하지만, 그래도 이번 투자가 시사하는 바는 크다고 할 수 있다.
지금은 미국 기술기업들의 가치가 천정부지로 높아져 있고 버핏이 선호하는 은행부문도 초저금리와 증가하는 대손 충당금으로 인해 부담에 직면하고 있는 상황이다. 비록 변동성으로 은행주 투자에서도 기회가 올 수 있지만, 이들 일본 상사기업들은 자금조달 비용이 낮고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해 은행주에 비해 더 매력적으로 평가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버크셔해서웨이 지분을 보유한 스미드캐피탈매니지먼트 최고투자책임자(CIO) 빌 스미드는 "인플레이션 호재가 만들어지고 버핏은 이미 이쪽으로 움직이고 있다"며, "원유와 다른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 이 상사들의 주가는 오를 것"이라고 분석했다. 스미드는 운용자산의 3%를 버크셔에 할당하고 있다.
전 세계 중앙은행이 총 9조달러 이상의 경기부양책을 내놓으면서 인플레 압력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한 투자자들은 금, 물가연동채권, 구리 등 일부 원자재로 몰렸고, 이에 따라 해당 자산은 가격이 오르기 시작했다.
◆ 인플레 압력, 원자재 가격 상승...달러 약세, 해외기업 수익 개선 요인
그리고 2년 최저치로 떨어진 달러화 가치는 곧 상대적으로 강세 통화인 국가에 속한 기업들의 이익을 증대시키는 효과를 발휘한다. 이는 주가 상승으로 이어져 투자자들이 미국 이외 지역의 증시로 몰리는 모멘텀이 된다는 것이다.
루트홀드그룹의 최고투자전략가 짐 폴슨은 "달러 약세이면 상대적으로 강해지는 엔화(일본) 기업들의 실적은 개선되고, 이런 맥락에서 버핏의 이번 투자는 그의 장기적인 가치투자 원칙에 꼭 들어 맞는다"고 평가했다.
버핏은 중국 전기차회사 비야디(BYD)에도 투자하고 있는데, 이도 마찬가지. 중국기업이 다른 어떤 나라들보다도 더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버핏의 이번 투자에 대해 FT는 "문제는 인플레이션이 정말 오느냐"이라고 회의적인 측면도 들추었다. 이코노미스트와 투자자들은 아직도 여기에 대해 어떤 확신을 가지지 못한 상태라는 것. 그러면서도 FT는 양적완화에다 정부의 지출 증가에 대해 금융시장은 반향을 보기 시작했다고 진단했다.
FT는 또 기업이나 섹터간 비교를 통해 저평가된 주식에 투자하는 비교분석 접근법은 초 저금리 상황에서 더 높은 인플레이션 상황에 적합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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