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백진규 기자 = HDC현대산업개발이 채권단의 지원에 힘입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할지, 아니면 포기할지를 두고 고심하고 있다. 답변 시한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업계는 관측했다.
지난달 26일 정몽규 현산 회장과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면담을 가진 뒤로 1주일이 지났으나 아직 현산은 아시아나항공 인수 최종 결정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영종도=뉴스핌] 정일구 기자 = 22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주기장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아시아나항공 여객기들이 멈춰 서있다. 2020.04.22 mironj19@newspim.com |
2일 업계에서는 늦어도 이번주 금요일(4일)까지 답변이 나오지 않으면 채권단과 금호산업 측도 더 기다리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미 현산의 인수 의지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진 상황에서 무작정 시간만 끌 수는 없다는 것. 이에 현산 관계자는 "정확한 답변 시점을 말할 수는 없다"고 답했다.
산은은 지난 회동에서 현산에 아시아나항공 다양한 '당근'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1조5000억원을 자금을 지원해 아시아나항공 부채비율을 낮추고 금융비용을 덜어 주겠다는 것 등이다.
올해 6월말 기준 아시아나항공 부채비율은 2291%에 달한다. 3월말(6280%)에 비해 크게 줄었으나 여전히 매우 위험한 수준이다. 현산이 예정한 유상증자 금액 2조1772억원이 들어오면 부채비율은 469%까지 내려가는데, 여기에 채권단의 추가 지원으로 영구채 비중 등이 늘어날 경우 부채비율은 더욱 낮아질 수 있다.
또한 채권단은 산은이 보유하고 있는 아시아나항공 영구채를 출자전환 할 경우 현산에 우선 매수권을 부여하거나, 기존 영구채를 낮은 금리의 대출로 전환하는 등 방안도 제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긍정적인 점은 기존 예상보다 아시아나항공 2분기 실적이 크게 개선됐다는 점이다. 화물 운임이 개선되면서 2분기 아시아나항공 영업이익은 1151억원 흑자를 기록했다. 부채 규모도 1분기 말 13조2040억원에서 2분기 말 12조8405억원으로 줄었다. 코로나 장기화로 올해 하반기에도 화물공급 부족이 지속되면서 매출이 유지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진단하고 있다.
반면 현산이 시간을 끌면서 계약 파기를 위한 명분을 만들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앞서 12주 재실사를 요구한 것도 실제로 재실사가 필요해서가 아니라 상대방이 거절할 것을 예상한 제안이라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양측 모두 2500억원의 계약금 반환을 염두에 두고 빌미를 만들지 않기 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서로의 입장 차이가 명확해 원만한 합의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인수가 무산될 경우 채권단은 기간산업안정기금 등을 통해 발 빠르게 추가 지원에 나설 전망이다. 만약 아시아나항공 신용등급(BBB-)이 추가로 하락하면 사채, 자산유동화증권(ABS), 금융리스 등에 대한 조기지급이 발생하면서 사태가 확대되기 때문이다. 아직 신용평가사들은 현산의 인수 협상이 지속되는 점을 반영해 신용등급을 유지하고 있지만, 1000%가 넘는 부채비율은 일부 회사채 조기지급 사유에 해당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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