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김민정 특파원 = 프랑스 명품 기업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가 미국 보석 기업 티파니 앤 코(Tiffany & Co.) 인수를 포기하기로 했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의 무역 갈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LVMH는 9일(현지시간) 162억 달러에 달하는 티파니 인수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와 프랑스 정부 사이의 무역 갈등이 이번 거래 무산의 주요 배경이다.
장 자크 기오니 LVMH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이 거래는 이뤄질 수 없다"면서 "거래를 마무리 짓는 것이 금지됐다"고 설명했다.
LVMH는 프랑스 외교부로부터 내년 1월 6일까지 거래를 연기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인수 합의 내용보다 거래를 한 달 이상 지연해달라는 이야기다. 이 같은 요청은 프랑스 정부가 트럼프 정부의 관세 부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이뤄졌다.
티파니 측은 곧바로 LVMH가 프랑스 외무부의 서한을 인수를 철회하기 위한 구실로 이용하고 있다며 반발했다. 실상은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이 명품 시장 여건을 변화 시켜 인수 매력이 떨어졌기 때문인데 LVMH가 미국과 프랑스의 무역 갈등을 핑계로 인수 작업을 중단했다는 것이다.
프랑스 파리 티파니 매장.[사진=로이터 뉴스핌] 2020.09.10 mj72284@newspim.com |
실제로 명품시장은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 유례없는 판매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올해 명품시장의 매출은 전년 대비 35%나 급감할 전망이다. 컨설팅 회사 베인에 따르면 명품업체들은 2022~2023년까지 지난해 매출 수준을 회복하지 못할 전망이다.
티파니의 전 세계 매출은 지난 5~7월 전년 대비 29% 감소한 7억4710만 달러로 전문가들의 7억7200만 달러 기대를 밑돌았다.
LVMH는 지난해 10월 주당 120달러에 달하는 전액 현금 인수 제안에 나섰으나 같은 해 11월 티파니 주가 사상 최고치에 달하는 규모의 인수에 합의했다. 티파니의 주가는 팬데믹 이후 LVMH의 인수 가격인 주당 135달러 밑으로 하락했으며 이날 오전 11시 32분 현재 전날보다 8% 급락한 111.95달러를 기록 중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기오니 CFO는 최근 몇 달간 티파니의 경영에 대해서도 불만을 드러내며 실적이 지지부진했다고 지적했다.
티파니는 주요 미국 LVMH 자회사가 위치한 델라웨어주에서 거래를 강제하기 위한 소송 절차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티파니의 로저 파라 회장은 "우리는 LVMH가 합의한 조건에 따라 거래를 마무리하는 것을 피하려고 어떤 사용 가능한 수단을 이용할 것으로 본다"면서 "그러나 외무부가 기업에 유효한 계약을 깨도록 강제할 수 있는 프랑스 법은 없다"고 강조했다.
두 회사의 합의 내용에 따르면 티파니가 거래를 꺨 경우에는 5억7500만 달러의 해약금을 내야 하지만 LVMH에는 그런 옵션이 없다. LVMH와 티파니는 이미 계약 마무리 일자를 지난 8월 24일에서 11월 24일로 3개월 연기한 상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소식통을 인용해 LVMH의 버나드 아르노 최고경영자(CEO)가 지난여름 티파니 인수를 계속 진행할지를 검토해 왔다고 전했다. 그러나 분석가들은 두 회사의 합의 내용을 볼 때 아르노 CEO가 인수를 철회할 방법이 많지 않다고 지적해 왔다.
티파니는 LVMH가 인수를 마무리 짓기 위해 정부의 승인을 얻는 데도 소극적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LVMH는 티파니 측이 인수를 오는 12월 31일까지 연기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티파니에 정통한 소식통은 WSJ에 티파니가 11월 24일 이후로 인수를 연기한 바가 없다고 설명했다.
미국과 EU는 1년 이상 무역을 두고 마찰을 빚어 왔다. 특히 프랑스는 영국, 이탈리아, 스페인과 함께 이 같은 갈등의 선두에 서 있었다. EU는 구글의 모기업인 알파벳과 페이스북 등에 디지털세 부과를 추진해 왔고 미국 정부는 이에 대한 보복 조치로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미국 정부는 보잉과 에어버스에 대한 보조금을 놓고 오래 지속한 양측의 갈등 속에서 유럽의 명품업체들을 겨냥해 왔다.
장 이브 르드리앙 프랑스 외무장관은 이날 내각회의를 마치고 LVMH의 티파니 인수 철회와 관련해 설명할 예정이다.
mj7228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