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보
주요뉴스 부동산

[한눈에 보는 이슈] 文 정부 軍 수뇌부 벌써 세 명 위장전입…"인사 원칙 못 지켰다"

기사등록 : 2020-09-12 07:30

※ 뉴스 공유하기

URL 복사완료

※ 본문 글자 크기 조정

  • 더 작게
  • 작게
  • 보통
  • 크게
  • 더 크게
청문회 앞둔 서욱 국방장관‧원인철 합참의장 후보자 위장전입 경력
자녀 교육 등 이유 있다지만…"대통령, 인사원칙 못 지켰다" 비판

[서울=뉴스핌] 하수영 기자 = 최근 국방부 장관과 합동참모본부 의장으로 각각 내정된 서욱 육군참모총장과 원인철 공군참모총장 모두 위장전입 의혹이 제기됐다. 두 후보자 모두 위장전입 의혹을 시인하고 사과했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스스로 천명한 인사 원칙을 지키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송영무 전 국방부 장관(2017년 7월~2018년 9월 재임, 군인공제회 아파트 청약 목적 위장전입 사실 확인)까지 합하면 이번 정부 들어서 군 수뇌부 중에서만 세 명이나 위장전입을 한 사실이 있는 셈이 됐기 때문이다.

서욱 국방부 장관 후보자는 2009년 6월과 2012년 8월, 두 차례 위장전입을 한 사실이 있다. 차녀의 중학교, 고등학교 배정을 위해 지인의 집에 배우자와 차녀가 위장전입을 한 것이다.

서욱 국방부 장관 후보자(왼쪽), 원인철 합동참모의장 후보자 [사진=국방부]

이에 대해 서 후보자는 "차녀가 시골에서 왔다는 이유로 남학생들에게 놀림을 받아 여중, 여고에 배정받기 위해서 그런 것이었다"며 "이유 불문하고, 공직자로서 사려 깊지 못했다"며 사과했다.

원인철 합동참모의장 후보자도 1992년 10월, 2000년 5월 등 두 차례 위장전입을 했다. 각각 장인 소유 빌라, 처형 소유 아파트로의 위장전입이었다.

이에 대해 원 후보자도 "이유를 불문하고 공직자로서 신중하지 못한 처신이었다"고 사과했다. 그러면서 "(서울) 아파트 청약을 위한 것으로서, 군인으로서 잦은 이사와 지방 근무를 해야 하는 어려움으로 당시 관행이었다"고 설명했다.

원 후보자의 해명처럼, 실제로 군인들은 근무지 변경에 따라 이사를 자주 다니기로 유명하다. 군인들은 대부분 관사 등 군에서 제공하는 숙소에 거주하는데, 군 제공 숙소에 거주하려면 주소지를 숙소로 옮겨야 한다.

하지만 이 내용이 법으로 정해진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주민등록법 제6조 2항에 따르면 '영내에 기거하는 군인은 그가 속한 세대의 거주지에서 본인이나 세대주의 신고에 따라 등록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이 법은 2009년 4월 일부 개정돼 같은 해 10월부터 시행됐다. 즉 그 이전에는 군 숙소로 주소지를 이전하지 않아도 군 숙소에 거주할 자격을 얻을 수 있었다는 이야기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지난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서욱 국방부 장관 후보자-원인철 합동참모의장후보자 인사청문회 실시계획서 책자가 놓여져 있다. 2020.09.08 leehs@newspim.com

◆ 이사 잦은 군인들, 위장전입이 관행? 전문가 "관행 어쩔 수 없다면, 국민‧야당에 설득해야"

적법한 절차는 아파트 청약이나 학교 배정 등이 필요하다면 그곳으로 실제로 이사를 가고, 주소지도 동시에 옮기는 것이다.

그러나 군 제공 숙소에 거주하는 경우가 많은 군인들은 실 거주는 군 숙소에서 하면서 주소지만 다른 곳으로 옮기는 것이 일종의 '관행'이었다고 여러 군 소식통은 전했다.

한 군 소식통은 "지금은 관사에 거주하려면 먼저 주소를 이전해야만 관사를 받을 수 있는데, 이전엔 안 그랬다"며 "그때는 그렇게 위장전입을 하는 것이 일종의 관행이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군 소식통은 "군인들은 평생 관사에 거주하기 때문에 '내 집 마련'이 거의 불가능하다"며 "그런 이유에서 아파트 청약을 위해 위장전입을 하는 경우가 있었다"고 밝혔다.

아울러 서울보다는 지방에 근무하는 경우가 더 많은 군인들의 경우, 자녀가 '시골에서 왔다'는 이유로 놀림을 받아 전학을 하게 되는 경우가 있고 그럴 때 자녀의 거주지만 학교 인근으로 변경해 신고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전해졌다.

군 소식통은 "(서욱 후보자의 경우처럼) '자녀가 시골에서 와 사투리를 쓴다고 놀림을 받았다'는 사례가 주변에도 있다"며 "실제로 그런 이유로 위장전입을 하는 경우가 있는 것 같다"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에서 정치개혁위원장을 맡고 있는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군의 특수성도 있고, 예전 시대와 지금 시대의 도덕성 기준은 다르기 때문에 관행이란 것도 고려할 수밖에 없다"며 "위장전입을 안 한 고위공직자 후보를 찾으려고 해도 그런 사람을 찾기 힘든 것이 현실"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다만 엄격한 도덕적 잣대와 정의를 강조하는 현 정부가 짊어져야 할 짐은 분명히 있다"며 "대통령이나 청와대가, 그런 문제점이 있음에도 이 사람이 고위 공직자가 돼야 하는 이유를 국민과 야당에게 소명하고, 설득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문 대통령이 대선 과정에서 천명한 고위 공직자 인사 5대 원칙을 못 지킨 것에 대한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서욱 국방부 장관 후보자와 원인철 합참의장 후보자는 각각 16일과 18일에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있다.

suyoung0710@newspim.com

<저작권자© 글로벌리더의 지름길 종합뉴스통신사 뉴스핌(Newspim),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