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홍규 기자 =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16일(현지시간) 장기간의 '제로(0)' 정책 금리를 약속하며 금리 인상의 3가지 조건을 담은 '포워드 가이던스(선제적 지침)'를 제시한 데 대해 모호함 투성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브라이언 차파타 블룸버그통신 칼럼니스트는 이날 기고문에서 연준의 '명확한 지침'이 역설적이게도 '모호함'으로 가득했다고 평가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 [사진=연준 기자회견 생중계 캡처] |
이날 연준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종료 뒤 성명을 통해 정책금리 인상의 3가지 조건을 담은 포워드 가이던스를 제시했다. 이는 ▲FOMC가 완전고용으로 평가하는 수준까지의 노동시장 회복 ▲물가상승률의 2% 도달 ▲일시적으로 물가상승률이 완만하게 2%를 초과하는 경로에 오른 경우 등이다.
연준은 또 FOMC 위원들의 점도표에서 2023년 말까지 제로 금리 정책의 유지를 시사했다. 3가지 조건이 달성되지 않을 경우 적어도 2023년까지 제로 금리를 유지하겠다고 시사한 것이다. 이를 두고 "연준이 명확하게 최소 3년 동안의 저금리 정책을 확약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차파타 씨는 이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모호함으로 가득하다고 지적했다. 연준이 막상 금리 정책을 전환할 때가 되면 언제든 입장을 쉽게 바꿀 수 있도록 장치를 마련해뒀다는 얘기다.
그는 이 가운데 마지막이 가장 애매하다고 했다. '완만하게 2%를 초과'했다는 것이 2.2%인지, 2.5%를 뜻하는 것인지 또 '일시적'이라는 게 6개월을 뜻하는 것인지 1년인지 여러 해석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아울러 이날 연준이 금리 정상화의 조건들을 열거하면서 물가상승률 2%를 언급한 것도 앞서 지난달 '2%가 물가상승률의 상한으로 간주돼서는 안 된다'는 파월 의장의 메시지와는 다소 상충된다고 지적했다.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에서도 선제적 지침에 대한 연준의 애매한 태도는 일관되게 드러났다는 평가다. 파월 의장은 포워드 가이던스에 담긴 조건의 명확한 정의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완만하게는 크지 않다는 뜻", "일시적이라는 건 영구적이지 않다는 뜻"이라는 식의 애매한 답변을 내놨다.
대형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제프리 로젠버그 선임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취채진이 모든 조건을 제대로 정의해달라는 것은 아주 훌륭한 질문이었다"며, "연준 스스로 모호성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그들 입장에서 이는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라고 말했다.
차파타 씨는 모호한 선제적 지침은 지난달 발표한 '평균물가목표제' 도입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연준은 당시 발표에서 평균물가목표제에 따라 물가상승률 2% 초과를 용인하겠다고 했는데, 시장을 의식해 이를 바로 그다음 FOMC인 이번 회의에 반영하느라 내부의 충분한 숙고를 거치지 못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채권 시장에는 평균물가목표제의 재료를 소화할 충분한 시간이 있었다"고 차파타 씨는 꼬집었다.
실제로 이날 미국 국채시장은 FOMC 발표에 대해 미온적인 반응을 보였다. 단기물 국채 금리는 보합권을 기록한 한편, 30년물 금리는 소폭 올랐다. 이는 연준의 정책금리 방향 발표보다 장기물 중심으로의 국채 매입 정책 전환 얘기가 나오지 않은 영향이 큰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옵션 시장에서는 국채 금리 상승 기대 심리가 커지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트레이드 얼러트' 자료에 따르면 '아이셰어즈 만기 20년이상 미 국채 상장지수펀드(iShares 20+ Year Treasury Bond ETF)' 1개월 풋-콜 평균 비율은 연초 이후 최고치에 근접했다.
로이터는 이에 대해 "앞으로 수개월 내에 장기물 국채 가격이 내려갈 것(금리가 상승할 것)이라는 예상이 반영된 것"이라며, "옵션 투자자들은 거시 지표 개선과 코로나19(COVID-19) 백신 출시 기대감을 갖고 미국 경기가 회복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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