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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계 보험사 엑소더스] ② 한국은 저출산에다 보험가입률 98%…일본 참고해야

기사등록 :2020-10-07 10:51

저출산·초저금리 장기화에 수익 하락
자산운용 수익률 하락·자본확충 부담
1990년대 日 보험사 파산 '타산지석'

[편집자] 외국계 보험사들이 대거 한국을 탈출하고 있습니다. 알리안츠생명과 PCA생명, ING생명, 푸르덴셜생명이 자산을 정리하고 본국으로 돌아간데 이어 악사손해보험도 매물로 나왔습니다. 라이나생명과 메트라이프생명의 매각설도 들리는데 성사되면 국내에서 영업하는 영향력 있는 외국계 보험사는 모두 사라져 '제로'가 됩니다. 1990년대 급성장을 기대하며 앞 다퉈 서울에 들어왔던 외국계 보험사들은 어떤 이유로 우리나라를 떠나는 걸까요? 종합뉴스통신 뉴스핌이 3회에 걸쳐 그 사정을 살펴봅니다.

[서울=뉴스핌] 정탁윤 기자 = 푸르덴셜생명 등 외국계 보험사들의 '탈 한국' 배경엔 눈앞에 닥친 자본확충 부담외에도 구조적으로 한국 보험시장이 포화상태란 점이 꼽힌다. 보험연구원의 2019년 보험가입 실태 조사에 따르면, 국내 전체 가구당 보험가입률은 98.2%다. 왠만한 가정은 대부분 생명·손해보험 1~2개쯤은 가입한 셈이다.

거기에 국내 토종 보험사들의 영향력이 점점 커지고 있는 것도 외국계 보험사들의 철수를 부추기고 있다는 분석이다. 보험업은 장기산업으로 회사의 브랜드나 안정성이 중요한데, 가입 여력이 있는 소비자들이 외국계보다는 국내 회사를 찾는다는 얘기다.

[서울=뉴스핌] 정탁윤 기자 = KB금융에 팔린 푸르덴셜생명 [사진=푸르덴셜생명] 2020.10.07 tack@newspim.com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서 영업중인 생명보험사는 총 24개사로, 상위3사(삼성, 한화, 교보)의 점유율이 약 47%(2020년 1분기, 수입보험료 기준) 정도다. 자산이나 브랜드 파워 기준으로는 이른바 '빅3'의 영향력은 절반 이상으로 훨씬 크다.

그외 이외 신한, 흥국, 미래에셋생명 등 중소형 생보사 12곳의 점유율이 33%로 추산된다. ABL생명, 라이나생명, AIA생명 등 외국계 생보사의 점유율은 20% 정도인데, 점점 축소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1990년대, 2000년대 초 무한 성장 가능성을 보고 한국 시장에 진입했지만, 삼성생명 등 이른바 '빅 3'와의 브랜드 경쟁에서 밀리는 등 갈수록 영업환경이 악화돼 한국시장 철수를 결심하고 있는 것 같다"며 "특히 고가에 팔린 푸르덴셜생명을 외국계들이 많이 참고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자동차보험 같은 손해보험시장에선 아예 외국계 보험사들의 설 자리가 없는 실정이다. 지난 6월말 기준 국내 손해보험 시장은 원수손해보험사 22개(국내손보사 13개/외국손보사 9개)와 재보험사 9개(국내재보험사 1개/외국재보험사 8개), 총 31개사로 파악된다.

그중 원수손해보험 시장은 국내 손보사가 원수보험료의 약 98%를 점유하고 있다. 특히 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보, KB손보 등 상위 '빅4'가 전체 시장의 65%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외국계 손해보험사는 원수보험 시장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일반보험 및 재보험과 직판 자동차보험 영업에 집중, 점유율은 약 2% 수준에 그치고 있다.

◆ 자산운용 수익률 하락에다 자본확충 부담까지 '이중고'

구조적으로 한국의 보험시장이 성장성이 없는데다 당장 초저금리 장기화에 따른 자산운용수익률 저하,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시행에 따른 자본확충 부담도 보험사들의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특히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 고금리 확정형 상품을 많이 판매한 생보사의 부담이 크다. 생보사들은 한때 10%대 금리를 약속하는 상품까지 팔았는데, 최근 사실상 제로금리 상황에서 역마진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공동재보험 도입을 통한 부채 부담 완화 얘기가 나오는 배경이기도 하다.

[서울=뉴스핌] 정탁윤 기자 = 서울 여의도 한화생명 본사(왼쪽)와 광화문 교보생명 본사 [사진=각사] 2020.10.07 tack@newspim.com

현재 외국계를 포함한 국내 대형 보험사들조차 본업인 보험업보다 부동산 매각이나 자산운용 수익을 통해 근근이 버티고 있는 실정이다. 자산운용 수익률의 경우 과거 한때 5%가 넘은적도 있었지만, 초저금리 장기화에 따라 채권이자 수익률도 하락하며 최근엔 3%대 까지 떨어진 상황이다.

재무 상황이 더 악화될 경우 1990년대 일본처럼 국내에도 파산하는 보험사가 나올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일본의 경우 1997년~2001년 사이 저금리와 자산 거품 붕괴 영향으로 7개 중소형 보험사가 연속적으로 파산한 바 있다. 이에 특화된 보험시장에서 보수적 경영을 통해 일본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윤성훈 보험연구원 연구원은 "1990년대 당시 생존한 일본 중소형 생보사는 자산 거품 붕괴 이전과 이후, 업계의 일반적인 영업과 자산운용 흐름을 따르지 않고 자기만의 차별화된 경영전략을 유지했다"며 "영업 중심의 경영을 했던 파산한 중소형 생명보험회사와는 달리, 특화된 보험시장에서 위험률차익 확보에 주력하고 보수적으로 자산을 운용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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