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한태희 기자 = 지난 5월 서울 강북구에서 아파트 입주민 폭언·폭행을 견디지 못하고 극단적 선택을 한 고(故) 최희석씨 사건 이후에도 아파트 입주민 갑질이 여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지난 5개월 동안 아파트 입주민 갑질 신고를 85건 접수, 37건을 검찰에 넘겼다.
8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이은주 정의당 의원이 서울지방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5월 25일~10월 6일 공동주택 갑질 특별신고기간 운영 현황' 및 '송치사건' 개요를 분석한 결과 이 기간 접수된 아파트 입주민 갑질 신고는 85건으로 집계됐다.
경찰은 상담을 통해 23건을 종결하고 나머지 62건(64명)을 입건했다. 62건 중 37건은 검찰에 넘겼다.
입건된 사건 유형별로는 폭력 및 협박이 30건으로 가장 많았다. 업무 방해가 14건, 업무 강요가 10건, 모욕이 4건 등으로 뒤를 이었다.
경비원 대상 갑질 피의자는 입주민이 53명으로 가장 많았다. 관리소장이 4명, 아파트 관리 직원이 5명, 관리소장이 4명, 방문객이 2명 등이다.
지난 5월 29일 강서구의 한 아파트 입주민이 관리소장을 밀쳐 전치 3주 상해를 입혔다. 같은 달 동대문구 한 아파트에서는 입주민이 경비원 뺨을 때렸다. 지난 6월에는 구로구에서 모 아파트 입주민이 "일을 하지 못하게 하겠다"고 경비원을 협박했으며, 구로구의 또 다른 아파트 입주민은 경비원에게 의자를 던지는 등 폭력을 행사했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16일 오후 서울 강북구의 한 아파트에 입주민에게 폭언과 폭행을 당한 후 극단적 선택을 한 경비원 고(故) 최희석 씨에 대한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메모가 붙어있다. 2020.05.16 kilroy023@newspim.com |
중구의 한 아파트에서는 입주민이 주차 문제로 경비원과 말다툼을 한 뒤 경비실 출입문을 발로 차서 유리창을 깨트렸으며, 은평구 모 아파트에서는 천정에서 물이 샌다고 민원을 제기한 입주민이 뜨거운 물을 경비원 목에 뿌리기도 했다. 관악구에서는 모 아파트 입주민이 경비원이 졸았다는 이유로 욕을 했다.
이은주 의원은 "공동주택에서 일하는 경비원, 미화원, 관리사무소 노동자들에 폭언과 폭행, 모욕 등 심각한 갑질 사건이 끊이질 않는다"며 "열악한 노동환경이 개선되고 노동자로서 권리가 보장될 수 있도록 정부와 지자체의 제도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