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강명연 기자 = 제주항공이 조만간 기간산업안정기금(기안기금) 지원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다른 저비용항공사(LCC)에 대한 지원 시점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산업은행은 LCC에 자금을 지원해 파산을 막겠다는 방침이지만, LCC 지원에 활용하려 했던 135조원 규모의 금융지원 패키지가 부족할 경우 또 다시 유동성 문제가 불거질 거란 우려가 나온다.
13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제주항공은 오는 14일까지 정부에 기안기금을 신청할 예정이다.
저비용항공사들 [사진=뉴스핌DB] |
제주항공은 채권은행과 함께 자금 수요를 파악하기 위한 실사를 진행하고 있다. 실사를 마무리짓는 대로 제주항공이 기안기금에 신청서를 제출하면 오는 15일 기안기금 운용심의위원회가 회의를 열고 제주항공에 대한 지원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운용심의회가 열리기 전에 신청서를 제출하기 위해 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변수가 없다면 15일 회의에서 제주항공에 기안기금 지원이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당초 산업은행은 LCC를 기안기금 지원 대상에서 제외했지만, 최근 자격을 갖춘 LCC에 한해 지원이 가능하다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당초 산은이 LCC에 지원하려 했던 135조원 규모의 금융지원 패키지로는 제주항공의 자금수요에 충분히 대응하지 못할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제주항공이 기안기금으로부터 지원받는 규모는 1500억원 내외가 거론되고 있다. 앞서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 인수합병(M&A)을 전제로 산업은행으로부터 1700억원을 지원받기로 했지만 M&A 무산으로 자금지원 역시 취소된 바 있다.
기안기금이 제주항공에 자금을 투입하기로 결정하더라도 실제 집행이 신속하게 이뤄질지가 또 다른 변수가 될 전망이다. 앞서 상반기에 산은이 LCC에 자금 지원을 결정한 것은 2월이었지만 실제 집행은 수개월이 걸렸다. 업계 관계자는 "지원금이 실제로 들어오기까지 시간이 더 필요하다"며 "기안기금 지원 결정 이후 얼마나 신속하게 자금 집행이 가능할 것이냐가 더 중요한 협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안기금이 LCC 지원 방침을 밝혔지만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항공사들이 대부분이어서 업계 내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더욱이 제주항공이 기존에 LCC 지원에 활용되기로 했던 135조원 규모의 금융지원 패키지가 부족해 기안기금을 받게 되는 점을 감안하면 다른 LCC에게 필요한 자금이 원활하게 공급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다만 일부에서는 제주항공에 대한 지원이 결정되면 본격적으로 LCC 지원에 나설 거란 기대감도 나온다. 앞서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12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LCC들을 망하게 하지 않겠다"며 제주항공을 포함한 LCC 지원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앞서 지난 8월 초 산업은행은 LCC가 필요한 자금 수요에 대한 실사를 마친 뒤 지원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항공사들은 산은의 결정만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매출의 70%가 국제선 여객에서 발생했던 LCC들은 업황 회복 시점을 가늠하지 못하고 있다. 기안기금 지원을 앞둔 제주항공을 포함해 진에어, 티웨이항공, 에어부산 등 대부분 LCC들이 유상증자로 자금 확보에 나섰지만 역부족이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산은에서 요구한 서류를 제출한 뒤 기다릴 수밖에 없다"며 "유상증자 등으로 연말까지는 어떻게든 버틸 수 있겠지만 어려움이 지속될 수밖에 없는 만큼 지원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unsai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