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강명연 기자 = 아시아나항공이 HDC현대산업개발을 상대로 매각 계약금 2177억원을 사용할 수 있게 해달라는 취지의 소송을 제기했다.
10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5일 법원에 HDC현산이 에스크로 계좌에 계약금 명목으로 입금한 2177억원을 인출할 수 있게 해달라는 내용의 소송을 제기했다. 질권(담보) 설정으로 묶여있는 계약금을 자신들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다.
[영종도=뉴스핌] 정일구 기자 = 22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주기장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아시아나항공 여객기들이 멈춰 서있다. 2020.04.22 mironj19@newspim.com |
에스크로 계좌는 은행 등 제 3자가 관리하는 계좌다. 거래 과정에서 한쪽의 일방적인 결정에 따라 돈을 인출하지 못하도록 제한한다. 매매 상대방의 허락이 있어야 돈을 인출할 수 있다.
HDC현산은 지난해 아시아나항공을 2조5000억원에 인수하기로 하고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에 계약금으로 인수대금의 10%인 2500억원을 에스크로 계좌에 납입했다. 기존 금호산업이 보유하고 있던 주식(구주) 3229억원에 대한 계약금323억원과 아시아나항공이 유상증자를 통해 확보한 신주 2조1772억원에 대한 계약금 2177억원이다. 계약금은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이 각각 가져가기로 돼 있었다.
그러나 지난 9월 금호산업과 채권단이 HDC현산에 계약 해지를 통보하면서 인수합병(M&A) 계약은 무산됐다. 코로나19 사태로 항공업계가 부진을 겪게 되면서 HDC현산이 인수를 미뤘고, 아시아나항공의 회계 부실을 문제삼으며 재실사를 요구했다. 계약 무산이후 계약금은 에스크로 계좌에 남은 상태다.
계약 해지 통보와 함께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은 에스크로 계좌에 있는 계약금 2500억원을 찾을 수 있게 동의해달라고 HDC현산에 요청했지만 HDC현산은 두 달 넘게 동의해주지 않았다.
결국 아시아나항공이 먼저 2177억원에 대한 소송을 제기했다. 나머지 323억원에 대해서는 금호산업이 질권 해지 소송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HDC현산은 최근 대주주인 금호산업에 금호리조트 등 아시아나항공 종속회사를 자신들 동의 없이 매각하면 안 된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두고 향후 계약금 반환 청구 소송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포석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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