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고홍주 기자 = 고(故) 곽예남 할머니 등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20명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이 소 제기 4년여 만에 일본의 참여 없이 마무리됐다. 이날 법정에 출석한 이용수(92) 할머니는 "법원을 믿었는데 지금까지 한 게 뭐 있느냐"며 재판부를 향해 빠른 해결을 촉구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5부(민성철 부장판사)는 11일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국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 6차 변론기일을 열고 이 할머니를 당사자 신문했다.
이 할머니는 "지금까지 수차례 나라 대 나라로 해결해주리라고 믿었지만, 일본은 나 죽기만을 기다리고 한국도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해서 억울함을 우리나라 법원에 호소하러 나왔다"고 했다.
이 할머니는 진술 도중 흐느끼거나 울먹거리면서도 피해 사실을 또박또박 증언 했다. 그는 "제가 1992년부터 미국으로 일본으로 많이 다니면서 '세계 법원에 일본을 고발한다'고 했다. 그런데 일본이 왜 그랬는지 아직까지도 참 궁금하다. 왜 우리를 끌고 갔을까 궁금하다"고 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이자 인권운동가인 이용수 할머니가 1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위안부 피해자와 유족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6번째 변론기일에 증언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0.11.11 pangbin@newspim.com |
그러면서 "4년 전에 법원의 판단을 구했는데 지금까지 뭘했느냐"고 재판부를 향해 질책하기도 했다. 그는 "14살에 조선의 여자 아이로 가서 대한민국의 노인이 돼서 이렇게 왔다"며 "저는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시간이 왜 이렇게 길어지느냐. 나이 90이 넘어서 이렇게 판사님 앞에서 호소를 해야 하느냐"하고 흐느끼기도 했다.
할머니의 감정이 격해지자 재판부는 신문을 종료하고, 재판이 끝날 무렵 다시 발언 기회를 주겠다고 했다. 이 할머니는 재판이 끝나기 전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 위안부 자료의 유네스코 등재가 되도록 해달라. 이용수의 마지막 부탁이다"라는 말을 남겼다.
당초 이 사건은 지난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 1주년을 맞아 2016년 12월 28일 소송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자국의 주권 또는 안보를 침해할 것으로 판단하는 경우에 한해 송달을 거부할 수 있다고 규정한 헤이그협약을 근거로 법원행정처가 보낸 소장 등 소송 서류 접수를 여러 차례 거부했다.
이에 법원은 지난해 3월 8일 공시송달 절차를 통해 심리를 개시했다. 공시송달이란 소송 상대방의 주소를 알 수 없거나 서류를 받지 않고 재판에 불응하는 경우 법원 게시판이나 관보 등에 게재한 뒤 내용이 전달된 것으로 간주하는 재판 진행 제도다.
하지만 결국 소송은 일본 정부의 참여 없이 4년 만에 마무리됐다. 피해자 할머니들의 변호인단은 "일본 외무성이 한국 법원도 아니고 정부에 '국가면제' 법리를 가지고 이 사건 소송이 부당하다는 취지의 의견을 전달했다고 들었다"며 일본을 비판했다.
재판부는 내년 1월 13일 오후 2시에 1심 선고를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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