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보람 기자 = 전국 고등검사장들에 이어 일선 검찰청을 이끄는 검사장들과 대검찰청 중간 간부들까지 집단 성명을 내고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윤석열 검찰총장 직무정지 명령을 비판하는 등 검찰 내부 반발이 크게 확산하고 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6일 국회에서 열린 '친인권적 보안처분제도 및 의무이행소송 도입 당정협의'에 참석하고 있다. 2020.11.26 leehs@newspim.com |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일선 검사장 17명은 이날 검찰 내부통신망 '이프로스'에 '현 상황에 대한 일선 검사장들의 의견'이라는 글을 올려 "검찰총장에 대한 직무정지와 징계 청구를 냉철하게 재고해 바로잡아 주실 것을 법무부 장관께 간곡히 요청드린다"고 집단 성명을 냈다.
이들은 이 글에서 "헌법과 법률상 국회 인사청문회와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대통령 임명을 받아 검찰총장 임기를 보장하는 제도를 마련해 둔 것은 검찰의 민주적 통제와 정치적 중립을 위함"이라며 "그럼에도 '법적 절차와 내용에 있어 성급하고 무리하다고 평가되는'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를 청구하고 이를 뛰어넘어 곧바로 직무까지 정지하도록 한 조치에 대해 대다수 검사들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법치주의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이 아닌가 걱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검찰의 민주적 통제와 정치적 중립을 보장하고자 하는 검찰개혁 목표가 왜곡되거나 진정성이 훼손되지 않도록 직무정지와 징계 청구를 바로잡아 주실 것을 간곡히 요청드린다"며 "일선 평검사들의 충정어린 목소리에도 마음을 열고 귀를 기울여 주시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 글은 김후곤 서울북부지검장 이름으로 게재됐으며 △노정연 서울서부지검장 △이주형 의정부지검장 △고흥 인천지검장 △문홍성 수원지검장 △조종태 춘천지검장 △이두봉 대전지검장 △노정환 청주지검장 △조재연 대구지검장 △권순범 부산지검장 △이수권 울산지검장 △최경규 창원지검장 △여환섭 광주지검장 △배용원 전주지검장 △박찬호 제주지검장 △김지용 서울고검 차장검사 △이원석 수원고검 차장검사 등이 함께 이름을 올렸다.
추 장관 라인으로 분류되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과 김관정 서울동부지검장, 이정수 서울남부지검장 등은 이번 성명 발표에서 빠졌다.
대검 중간간부 27명 역시 추 장관의 조치가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법치주의 원칙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비판하며 이 조치를 재고해달라는 공동 입장문을 같은 날 발표했다.
검찰 내 최고참 격인 △조상철 서울고검장 △강남일 대전고검장 △장영수 대구고검장 △박성진 부산고검장 △구본선 광주고검장 △오인서 수원고검장 등 6개 전국 일선 검사장들도 같은 취지로 성명을 냈다.
고검장급 이상 검찰 고위간부는 윤 총장 직무정지로 총장 권한대행을 맡고 있는 조남관 대검찰청 차장검사, 법무연수원장인 배성범 고검장, 고기영 법무부 차관 포함 9명이다.
검찰 간부들이 잇따라 추 장관의 윤 총장 직무정지 조치를 비판하면서 이날 예정된 전국 일선 검찰청 평검사회의에서도 추가적인 비판 성명 등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서울동부지검, 청주지검, 춘천지검, 전주지검, 울산지검 등에서 평검사회의가 열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부산지검 동부지청 소속 평검사들은 전날 회의를 열고 추 장관 지시가 부당하다며 '검찰총장 직무배제, 징계청구에 대한 부산지검 동부지청 평검사들의 일치된 입장'이라는 제목의 공동 성명을 이프로스에 올렸다. 이들은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현 상황에서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를 청구하고 직무배제를 명령한 것은 위법·부당하다"며 "검찰제도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훼손하는 조치는 재고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검찰청 소속 평검사들인 사법연수원 34기 이하 검찰연구관 30여명도 전날 회의를 통해 검찰총장 직무집행 정지 처분이 위법 부당하다고 의견을 모았다. 이들은 "수긍하기 어려운 절차와 과정을 통해 이뤄진 법무장관의 처분은 검찰 업무의 독립성을 침해할 뿐 아니라 법치주의를 심각하게 훼손한다"며 "검찰이 헌법과 양심에 따라 맡은 바 직무와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징계청구 및 직무집행정지 처분을 재고해달라"고 요청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지난 25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 윤석열 검찰총장을 응원하는 문구가 세워져 있다. 추미애 법무부장관은 지난 24일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해 직무 집행 정지를 명령을 내리면서 징계도 청구했다. 법무부 장관이 현직 검찰총장의 직무를 배제한 것은 헌정 사상 처음이다. 이날 직무 집행정지 명령이 내려진 윤 총장이 즉각적으로 법적 대응에 나설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020.11.25 pangbin@newspim.com |
일선 검사들은 이미 집단 성명에 앞서 실명으로 비판 행렬에 동참하고 있다. 김수현 제주지검 인권감독관은 "헌정사상 초유의 총장 직무배제를 하려면 그에 걸맞는 이유와 근거, 정당성과 명분이 있어야 할텐데 직무배제 사유 어디에도 그런 문구를 발견할 수 없다"고 했다.
같은 지검에 근무 중인 이환우 형사1부 검사는 "검찰개혁의 이름을 참칭해 추 장관이 행한 오늘의 정치적 폭거를 분명히 기억하고 역사 앞에 고발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희도 청주지검 형사1부장도 글을 올려 "상급자의 지시라 하더라도 그 지시가 부당한지 아닌지 깊이 고민하고 논의한 후 행동해야 한다"며 "부당한 지시는 거부하자"고 했다.
한편 추 장관은 이같은 검찰 내부의 집단 반발에도 오는 12월 2일 윤 총장의 징계심의기일을 개최해 윤 총장에 대한 징계를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윤 총장은 전날 서울행정법원에 추 장관의 직무집행정지를 멈춰달라며 집행정지 신청을 냈다.
brlee1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