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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부세 폭탄 현실화…야당 의원들 "공시가격 상승 막아라" 입법 러시

기사등록 : 2020-11-30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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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시가격 인상? 기재부·국회 거쳐야" 제동거는 법안 '줄줄이'
국토부, 공시가격 현실화율 90% 확정…재산세·종부세 '직격탄'
공포의 세금폭탄…반포자이, 2022년 종부세 1000만원 찍는다
국민의힘 의원들 "공포 현실화" 맹비난…통과 가능성은 '의문'

[서울=뉴스핌] 김성수 기자 = '종합부동산세 폭탄'이 현실화되면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정부의 공시가격 인상에 제동을 걸기 위한 법안을 내놓고 있다.

정부의 급격한 공시가격 인상으로 국민들의 재산세, 종합부동산세, 건강보험료 등 각종 부담이 과중해지는 상황을 막겠다는 취지다.

◆ "공시가격 인상? 기재부·국회 거쳐야" 제동거는 법안 '봇물'

30일 국회에 따르면 김희국 국민의힘 의원 등 11인은 지난 26일 '부동산 가격공시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여의도 국회의사당. 2019.12.19 leehs@newspim.com

이 법안에 따르면 국토교통부 장관은 표준지공시지가 조정으로 조세 부담, 복지제도에 나타날 영향에 대해 기획재정부 장관과 협의해야 한다. 또한 매년 정기회 개회 전까지 협의한 내용을 국회에 보고해야 한다. 

법안을 발의한 의원은 김 의원을 비롯한 총 11명의 국민의힘 의원이다. 김 의원과 ▲강기윤 ▲강대식 ▲구자근 ▲김상훈 ▲김용판 ▲김형동 ▲박형수 ▲이명수 ▲하영제 ▲한무경 의원이 공동발의했다.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 등 13인도 지난 18일 관련 내용이 담긴 '부동산 가격공시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에 따르면 국토부 장관은 부동산 가격조정을 위한 계획을 수립한 경우 지체 없이 국회에 보고해야 한다. 또한 표준지공시지가, 표준주택가격, 공동주택가격, 비주거용 표준부동산가격, 비주거용 집합부동산가격을 공시하기 전에 국회에 보고해야 한다.

이 법안은 김 의원과 ▲김상훈 ▲김선교 ▲배준영 ▲유경준 ▲윤창현 ▲이종배 ▲이철규 ▲정경희 ▲정동만 ▲최승재 ▲태영호 ▲황보승희 의원을 비롯한 13명이 공동발의했다.

◆ 국토부, 공시가격 현실화율 90% 확정…재산세·종부세 '영향'

의원들이 이같은 법안을 내놓은 것은 지나친 공시가격 상승으로 국민들의 세금·보험료 등 각종 부담이 커지는 상황을 막기 위해서다. 국토부가 자의적으로 부동산 공시가격을 조정하지 못하도록 국회와 기획재정부가 견제하겠다는 취지다.

앞서 국토부는 부동산 공시가격을 시세의 90% 수준까지 현실화하는 방안을 확정했다. 올해 기준 공시가격 현실화율은 ▲토지(표준지 기준) 65.5% ▲단독주택(표준주택 기준) 53.6% ▲공동주택 69.0% 수준이다.

하지만 정부는 내년부터 공시가격 현실화율(시세 반영률)이 90%가 될 때까지 꾸준히 올린다. 토지는 2028년, 아파트 등 공동주택은 2030년, 단독주택은 2035년까지 점진적으로 공시가격을 올려 현실화율을 90%까지 높일 계획이다.

문제는 공시가격은 국민들의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건강보험료, 기초연금, 재건축초과이익부담금 등 60여종의 세금·준조세·부담금을 매기는 기준이 된다는 점이다.

공시가격 현실화율이 90%로 오르면 소득이 없는 고령자나 은퇴자들의 세금 부담이 크게 증가한다. 또한 저소득 취약 계층이 복지지원 대상에서 제외되는 경우도 늘어나게 된다.

◆ 공포의 세금폭탄…반포자이, 2022년 종부세 1000만원 찍는다

특히 재산세, 종부세는 공시가격 뿐만 아니라 공정시장가액 비율도 매년 5%포인트(p)씩 상승하기 때문에 시간이 갈수록 세 부담이 무거워진다.

공정시장가액 비율은 종부세나 재산세를 매기는 기준인 과세표준을 정할 때 주택 공시가격에 곱하는 비율, 즉 할인율을 말한다. 이 비율이 90%면 공시가격이 1억원이어도 과표 계산은 9000만원만 적용한다.

[서울=뉴스핌] 김성수 기자 = 2020.10.22 sungsoo@newspim.com

정부는 공정시장가액 비율을 매년 5%씩 높여 100%를 맞출 계획이다. 올해 공정시장가액 비율은 90%며 내년에는 95%, 2022년에는 100%로 높아진다.

설상가상으로 내년부터는 종부세율도 오른다. 개인의 경우 3주택 이상자 및 조정대상지역 2주택자에 대해서는 과세표준 구간별로 최저 1.2%~최고 6.0%까지 종부세 세율이 적용된다.

실제로 올해부터 종부세 폭탄이 현실화되고 있다. 지난 25일 종합부동산세 고지서가 전국의 납세 대상자에게 일제히 발송됐다. 국세청에 따르면 올해 종부세 총 고지세액은 4조2687억원으로 지난해보다 9216억원(27.5%) 늘었다. 종부세 납세 인원은 74만4000명으로 지난해보다 14만9000명(25%) 증가했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세무사)의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서울 마포구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전용 84㎡ 소유자는 지난해 8억4800만원이던 공시가격이 올해 10억7700만원으로 9억원을 넘었다.

이에 따라 이 소유자는 올해 처음으로 종부세 26만520원을 내야 한다. 해당 금액은 납세자가 만 59세, 만 5년 미만 보유로 1주택자에 대한 종부세 세액공제가 없다고 가정할 경우다. 내년 종부세는 올해의 약 3배인 72만9456원으로 늘어난다.

2025년에는 종부세가 현재의 약 10배인 257만3209원으로 늘어난다. 이는 보유자가 만 60세 이상, 6년 보유로 20% 세액공제를 받는다고 가정했을 때의 금액이다. 20% 세액공제를 받지 못할 경우 금액은 321만6511원이 된다.

고가 주택은 종부세 부담이 더 크다. 서초구 반포동 반포자이 84㎡ 보유자는 만 59세, 만 5년 미만 보유로 1주택자에 대한 종부세 세액공제가 없다고 가정할 때 종부세가 작년 191만1240원에서 올해 349만7340원으로 두 배 가까이 올랐다.

내년 종부세는 713만7270원으로 또 두 배 증가하며, 2022년에는 1010만7936원으로 1000만원을 넘게 된다. 부동산을 팔아서 이익을 낸 것이 아니라 단순히 보유한 것 만으로도 1년에 세금을 1000만원 내야 하는 것. 

◆ 국민의힘 의원들 "공포 현실화" 맹비난…통과 가능성은 '의문'

국민의힘 의원들은 정부의 세금 부과가 과중하다면서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24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집값이 오르고, 이는 공시가를 올려붙였다"며 "게다가 종부세 폭탄을 터뜨리는 문재인 정권에 국민이 분개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가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화상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0.11.27 kilroy023@newspim.com

그는 "우려했던 공시지가 현실화와 종부세 공포가 눈앞에 다가왔다"며 "이래서야 국민이 어떻게 조세 저항에 나서지 않을 수 있겠느냐"고 강조했다.

이종배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집 한 채 갖고 있다는 이유로 한 달 월급이 세금으로 나가야 한다"며 "1주택 실거주자까지 실현되지 않은 이익에 벌금을 매기는데, 누굴 위한 정부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종부세의 최대 피해자는 서울 시민"이라며 "정부가 잘못된 정책으로 서울 시내 집값을 죄다 올려놓고, 덕분에 내년엔 서울의 모든 구(區)가 종부세 공포에 휩싸일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고 지적했다.

다만 현재로서는 김 의원과 송 의원이 제출한 법안이 통과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는 전망도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국회에서 다수 의석을 차지한 만큼 정부 정책에 제동을 거는 법안이 통과될지 미지수기 때문이다.

현재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의석 수는 지역구(161개)와 비례대표(13개)를 합해 총 174개로, 국회에서 58%를 차지한다. 국민의힘 의석은 지역구(84개)와 비례대표(19개)를 합해 총 103개로, 비중이 34.33%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김 의원이 발의한 법안에서는 국토부가 공시지가 인상에 따른 영향에 대해 기재부와 '협의'하도록 했다는 점이 중요하다"며 "이 경우 국토부가 공시가격을 일방적으로 올리지 못하도록 제동을 거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재부는 국가 재정을 관리하는 부서인 만큼, 국토부와 기재부가 협의하도록 강제한 법안에 대해 (여당 의원들이) 부당하다고 반박할 근거는 약하다"며 "다만 민주당이 다수당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법안이 실제로 통과될지는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sungsoo@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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