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장현석 기자 =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하는데 필요한 사항으로 고용노동부 장관이 정한 업무시간에 미달하더라도 업무와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가 인정된다면 산업재해로 봐야 한다는 대법원 판례가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유모 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 취소 소송 상고심 선고기일에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고등법원에 환송한다"고 선고했다고 12일 밝혔다.
대법원 [사진=뉴스핌 DB] |
대법은 "망인은 발병 당시 만 37세 건강한 성인 남성으로 평소 특별한 기초 질환이 없었다"며 "업무상 요인 외에는 초기 감염이 급격히 악화돼 사망에 이를 만한 요인을 찾아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초기 감염이 발생한 후 제대로 쉬지 못한 채 4일 연속 야간근무를 하던 중 이 사건 상병이 발병한 점이 특기할 만하다"며 "오랜 기간 불규칙적으로 계속되는 주·야간 교대제 근무를 하면서 육체적·정신적 피로가 누적됐을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개정된 고시에 의하면 망인의 업무는 근무 일정 예측이 어려운 업무, 교대제 업무, 육체적 강도가 높은 업무 등과 같은 업무 부담 가중 요인이 복합적으로 존재하는 업무에 해당한다"며 "발병 전 12주 동안 업무시간이 1주 평균 52시간에 미달하더라도 업무와 질병 사이의 관련성이 증가한다고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대법은 "그런데도 원심은 이 사건 상병 발병 전 12주 동안 망인의 업무시간이 '개정 전 고시'에서 정한 1주 평균 60시간 기준에 미달한다는 등 사정만으로 업무와 상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음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단했다.
법원에 따르면 원고는 사망한 신모 씨의 배우자다. 신 씨는 2009년 4월 9일 대우조선해양 주식회사에 입사해 용접 업무를 수행하다 2016년 11월 4일 야간근무 중 갑자기 통증을 느끼고 조퇴해 병원 응급실에 내원했다. 이후 신 씨는 부산백병원으로 후송돼 '급성 심근염' 진단을 받았고, 2016년 11월 14일 사망했다.
유 씨는 2017년 2월 28일 유족급여 등을 신청했지만 근로복지공단은 같은 해 6월 28일 "이 사건 상병이 업무상 과로와 스트레스로 발병했다거나 이로 인해 기존 질환이 악화된 것이라고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을 했다.
1심은 공단의 손을 들어줬다. 1심은 "용접 업무를 하는 망인의 업무와 병원체에 대한 노출 사이에는 직접적인 관련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감정의 역시 심근염의 원인균은 대부분 장바이러스이고, 업무상 과로나 스트레스가 급성 심근염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쳤다고 볼 근거가 없다는 소견을 냈다"고 판단했다.
2심도 구 산업재해보상보험법과 구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 관련 조항에 따라 고용노동부 장관이 고시한 구 '뇌혈관 질병 또는 심장 질병 및 근골격계 질병의 업무상 질병 인정 여부 결정에 필요한 사항'을 근거로 원고 패소 판결했다.
2심은 "'만성적인 과중한 업무'가 있었는지를 판단하는 업무 시간을 '발병 전 12주 동안 1주 평균 60시간'으로 정하고 있다"며 "망인의 상병 발생 전 업무 시간은 직전 4주 동안 1주 평균 42시간 30분, 12주 동안 1주 평균 45시간 35분으로 위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고 과로를 인정하지 않았다.
대법은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원심이 업무와 상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했다며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돌려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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