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임성봉 기자 = 금융당국이 공매도 부분 재개를 결정한 가운데 국내 공매도 잔고 대량보유자 명단에 메릴린치, 골드만삭스 등 기관투자자가 속속 이름을 올리고 있다. 전체 대량보유자 중 80% 이상이 이 같은 외국 국적의 기관투자자인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공매도 거래가 금지된 현재에도 코스피·코스닥 시장에서 이들이 보유한 공매도 잔고 금액만 7조4300억원 어치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4일 기준 공매도 잔고 대량보유자로 신고한 기관투자자는 총 20개(코스피 11개·코스닥9개·중복 제외)로 집계됐다. 아직 공매도 거래 부분 재개까지 3개월여나 남았지만 기관투자자 20개가 벌써부터 공매도 거래를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현행법상 특정 종목의 상장주식 총수의 0.5% 이상 보유자는 이를 반드시 공시해야 한다.
월가 [사진=블룸버그] |
같은 날 기준 공매도 잔고 수량도 무려 7조4300억원 어치나 쌓여 있어 향후 시장에 미칠 영향에 투자자들의 이목이 집중된다. 일반적으로 공매도는 시장의 거품을 없애는 순기능이 있는 반면 주가 하락을 부추긴다는 비판도 받고 있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는 코스피 567개 종목에 1억5900여주(5조7000억원), 코스닥 754개 종목에 1억2800주(1조7300억원)가 공매도 잔고 물량으로 잡혀 있다.
종목 별로 살펴보면 코스피에서 공매도 잔고 수량이 가장 많은 종목은 삼성중공업이다. 삼성중공업에 대한 공매도 잔고물량은 1160만주로 잔고 금액만 716억에 달한다. 이 종목의 공매도 잔고 대량보유자는 메릴린치인터내셔날과 크레디트 스위스 씨큐리티즈 유럽 엘티디로 파악된다.
뒤를 이어 두산인프라코어(1065만주) LG디스플레이(566만주) 셀트리온(497만주) 등도 공매도 잔고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코스닥 시장에선 신라젠이 648만주로 가장 많은 공매도 잔고 수량을 기록하고 있다. 신라젠은 전체 주식수(7161만주) 대비 공매도 잔고 물량 비율만 따져도 9.06%로 압도적인 수준을 보였다. 신라젠의 공매도 잔고 대량보유자 역시 ▲골드만삭스인터내셔널 ▲메릴린치인터내셔날 ▲모간스탠리 인터내셔날 피엘씨 ▲씨티그룹글로벌마켓리미티드 ▲크레디트 스위스 씨큐리티즈 유럽 엘티디 등 모두 외국 국적 기관투자자다.
금융투자업계는 외국인 및 기관투자자의 공매도 보유 물량이 대부분 코스피200·코스닥150 종목에 집중된 만큼 공매도 재개 이후 시장에 미칠 영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증시에 대한 급락 우려가 적은 만큼 우려스러운 수준은 아니겠지만, 일부 종목에선 개인 투자자의 손실이 있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공매도가 재개된다고 외국인과 기관투자자가 공격적인 공매도 거래에 나설 가능성은 낮다"면서도 "다만 공매도 잔고 물량이 많은 종목에서는 개인 투자자의 대응이 어려울 수 있어 투자에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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