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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공약대결' 박영선 vs 오세훈 후보, 자산불평등 완화 방안은 어디에?

기사등록 : 2021-03-31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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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진단 규제완화 어렵다는' 박영선 후보, 재건축 아파트 역차별
'파격적 규제완화 외치는' 오세훈 후보, 용산참사 비극 반복될 수도

[서울=뉴스핌] 김성수 기자 = 다음달 7일 예정된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누구에게 승리를 안겨줄까.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후보와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는 한치도 양보할 수 없는 팽팽한 기 싸움을 벌이고 있다.

두 후보의 선거유세는 '부동산 공약대결'로 변질된 지 오래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정책 실패론과 함께 '정권 심판'에 대한 여론이 들끓고 있어서다.

다만 여야 후보의 공약을 들여다보면 양쪽 모두 집값 급등에 따른 자산불평등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워 보인다. 두 후보는 지난 29일 MBC에서 방영한 '100분 토론'에서 서로의 공약을 놓고 공방전을 벌였다.

박 후보는 '재건축'에 대해서는 다소 이중적인 모습을 보였다. 서울 내 주택난 해결을 위해 '30년 이상 된 낡은 공공임대주택'을 재건축하겠다는 카드를 꺼냈지만, 재건축 아파트들의 안전진단 규제 완화에 대해서는 부정적이었다. 특히 '안전진단'에 대한 박 후보의 답변이 다소 엉뚱하다는 의견이 있었다.

오 후보가 박 후보에게 서울시장이 되면 "안전진단 규제를 완화할 거냐"고 질문하자 박 후보는 "안전에 관한 규제를 너무 풀어버리면 사고로 이어진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일부 시민들은 박 후보가 '안전진단'의 개념을 모르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기도 했다.

서울에는 지어진지 40~50년 가까이 돼서 낡고 녹물이 나오는 아파트가 많다. 쓰러져가는 낡은 건물이니까 사고를 막으려면 안전진단 규제를 더 빨리 풀어주는 게 맞을 것 같은데 박 후보의 답변은 사고를 막기 위해 규제를 유지해야 한다고 하니 모순이라는 의견이다.

또한 정부가 40~50년 된 아파트도 재건축하지 못하게 규제하고 있는데 지은지 30년 된 공공임대주택을 재건축하게 한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왔다. 박 후보의 공약은 재건축 아파트의 소유주에 대한 역차별이라는 것이다.

이밖에도 대출규제 완화로 무주택자에게 주택 마련 기회를 주는 것이 아니라 임대주택 정책만 고집한다면 현금 없는 무주택자의 내집마련은 점점 더 멀어지게 된다.

오 후보의 공약도 공격의 대상이 되기는 마찬가지였다. 오 후보의 공약대로 뉴타운·재개발 사업을 활성화하면 추가부담금을 못 내는 원주민들은 삶의 터전을 잃게 된다. 재개발 보상금을 둘러싼 문제가 반복될 가능성도 높다.

재개발로 수용되는 토지나 건물의 보상금을 어떻게 책정할 것인지, 영업보상과 세입자 보상을 얼마나 줄지를 정하는 과정에서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지난 2009년 1월 불충분한 보상에 항의하던 철거민 6명이 사망하고 24명이 부상당한 '용산참사'가 벌어졌는데 당시 서울시장은 오세훈 후보였다.

오 후보가 "과거 뉴타운·재개발 과정에서 벌어진 비극으로부터 아무런 교훈도 얻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 이유다.

또한 오 후보의 약속대로 재개발·재건축 규제를 단기간에 풀어주면 재개발·재건축 아파트의 가격 급등으로 자산 불평등이 더 심해질 우려가 있다. 오 후보가 주장하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완화 ▲종합부동산세 지방세화 공약은 재건축 아파트나 고가 주택이 몰린 특정 지역에 사는 '부자'들만을 위한 공약들로 보인다.

현재도 집값 급등으로 '벼락거지', '부동산 카스트'라는 신조어가 나올 정도로 자산 불평등이 심하다. "어디 사세요?"라는 질문이 민감한 질문이 돼 버린지 오래다. 오 후보의 공약을 그대로 실천하면 지역별 자산가격 격차는 더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가난은 나랏님도 구제 못한다'고 했다. 그 정도로 소득 격차, 자산 불평등은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다. 경제 발전으로 시민들의 절대적 빈곤은 감소했지만 빈부격차에 따른 상대적 빈곤과 박탈감은 늘어나고 있다.

정부가 추진한 임대차3법 등의 부작용으로 집값이 단기 급등해 자산 불평등이 커졌다는 점을 간과하기 어렵다. 새로 선출될 서울시장이 시민들의 지역별 자산 격차를 조금이라도 완화할 수 있는 공약을 내놓기를 바란다.

 

sungsoo@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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