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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주택공급 민간에 '손' 내밀려면 규제완화 절실

기사등록 : 2021-05-21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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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형욱 국토부장관, 민간과 조화로운 주택공급 강조
정비사업 규제완화 동반 없이는 '립서비스' 불과
불필요한 문턱 낮추고 집값상승·우려는 후속조치로 대응해야

[서울=뉴스핌] 이동훈 기자 = "공공과 민간 중심의 주택공급이 조화롭게 추진돼 나가야 한다. 주택공급의 주체는 주민이 입지여건 등에 따라 자유롭게 선택하는 것이 기본 원칙이다."

국토교통부 수장에 오른 노형욱 신임 장관이 첫 외부 일정에서 강조한 말이다. 정부가 규제 일변도의 부동산정책이 실패했다고 인정한 데 이어 노 장관이 '2·4 공급대책'의 성공을 위해서는 민간시장 역할이 중요성하다며 손을 내민 모습이다.

이동훈 산업2부 차장

그동안 역세권 고밀개발과 신규 택지개발 등 공공주도 중심의 주택공급에 사활을 걸었던 모습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공공사업만으로 공급난에 빠진 부동산시장을 조기에 안정화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서울과 부산 보궐시장에서 야당이 압승한 이후 한층 커진 규제완화 목소리를 일부 반영한 노선 변화로 읽힌다.

정부로서도 조급하다. 13만가구 규모의 신규 택지지구 지정이 투기의혹에 연기됐고, 공공 재건축과 재개발은 주민 동의율 부진에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민간시장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한 것은 공급 확대가 절실할 뿐 아니라 공급부족으로 정부가 바라지 않는 방향으로 시장이 흘러갈 것을 우려한 선제적 대응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현재의 규제 기조에서는 '말' 뿐인 시그널에 그칠 공산이 크다. 재건축과 재개발 등 정비사업에서 2중, 3중으로 얽힌 각종 규제가 유지되는 한 민간시장의 활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우선 정비사업 첫 단계인 안전진단 기준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 과거 건축연한 30년이 지나면 안전진단 통과가 어렵지 않았다. 그러던 것이 문재인 정부 들어 강남권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집값이 불안해지자 규제 강도를 대폭 높였다. 2018년 3월 안전진단 평가항목에서 구조안전성 비중을 50%로 늘리고 조건부 재건축 판정(D등급)시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등 공공기관에서 적정성 검토를 반드시 받도록 한 것이다. 기본적으로 건축연한 기준을 다 채워도 거주 환경이 양호하면 재건축 추진을 어렵게 만든 것이다.

안전진단은 재건축 사업의 첫 단계로 이를 통과하지 못하면 사업 추진 자체가 불가능하다. 시장에서는 안전진단 강화조치로 정비사업 진행 자체가 어렵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온다. 기준의 모호성도 제기한다.

서울에서는 양천구 목동 일대 아파트가 대표적이다. 지난 3월 입주 33년차를 맞은 목동11단지는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수행한 2차 정밀안전진단에서 C등급을 받아 재건축 불가 판정을 받았다. 앞서 9단지에 이어 목동에서 두 번째 안전진단에 고배를 마신 것이다. 건축연한이 30년이 지났고 녹물, 주차난 등에 주민들이 재건축을 요구하고 있지만 허용되지 않았다.

기준에 대한 불만도 상당하다. 정밀안전진단을 통과한 목동6단지는 1차 안전진단 점수가 51.66점으로 2차에서 탈락한 9단지(53.32점) 11단지(51.87점) 등과 큰 차이가 없다. 목동 일대 단지로 건축연한 비슷하고 낡은 정도에서 차이가 없는데 어디는 되고 어디는 안되는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이에 "기준이 뭐냐"는 주민들의 항의가 거세다.

사업성도 제고 대상이다. 정부는 공공주도 정비사업의 활성화를 위해 공공과 민간사업에 차별적인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공공사업에는 용적률과 임대주택비율, 일반가구 등에서 혜택을 주고 민간은 더 옥죄고 있다. 단지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추진한 특화설계가 대부분 규제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조합 대부분이 소위 '성냥갑 아파트'에 거부감이 크다 보니 사업 규제로 인식되고 있다. 입주권을 받으려면 2년간 실거주해야 하는 규정도 사업에 걸림돌로 작용한다.

이런 이중잣대를 해소하지 않으면 민간시장의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노 장관의 발언이 공염불에 그칠 공산이 크다. 민간시장의 규제 완화가 강도 높게 이뤄지긴 어려운 측면이 있다. 공공주도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는 상황에서 완화된 규제 기준을 민간시장에 그대로 적용하면 공공사업이 외면받을 게 불 보듯 뻔하다.

그렇다 하더라도 민간시장에 숨통을 틔우기 위해서는 안전진단 기준 완화, 용적률 상향, 특화설계 인정 등 제도적인 규제 완화가 뒤따라야 한다. 규제는 그대로 두고 민간이 알아서 시장을 활성화하는 것은 무책임한 태도다. 현 구조에서는 달성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당장 발 벗고 주택공급 확대에 나서도 안전진단 과정의 단지는 입주까지 보통 10년이다.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의 말처럼 '빵'처럼 아파트를 만들 수 없다. 민간시장의 역할을 이해하고 필요성을 느꼈다면 무의미한 낡은 규제를 뜯어고쳐야 한다. 정부가 우려하는 집값 상승과 개발이익 환수는 추가적인 제도로 대응하면 된다. 진정으로 공공과 민간이 조화롭게 주택공급을 이루는 날이 오길 기대해본다.

 

leedh@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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