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강명연 기자 =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에 빌려준 대여금 100억원에 대해 법원이 결정할 탕감 규모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이스타항공 인수 시도 과정에서 빌려준 금액을 돌려받지 못한 제주항공은 채권자 목록에 이름을 올린 상태다.
◆ 이스타항공, 성정과 1143억 규모 투자계약 체결…제주항공 "관계인 집회 관련 결정된 내용 없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이스타항공은 지난 24일 중견 건설사인 성정과 투자계약을 체결했다. 최종 계약금액은 1143억원으로, 이 중 10%인 약 110억원을 계약금으로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사는 내달 2일까지 진행할 예정이었던 실사는 생략하기로 했다.
성정이 이스타항공 인수를 마무리하기 위한 주요 변수 중 하나는 관계인 집회다. 채권자의 회생채권 가운데 탕감 규모를 결정해야 하는데, 채권자들이 탕감에 동의할지가 관건이다.
탕감 규모는 이스타항공의 계약금액을 기반으로 이스타항공 관리인이 결정하면 회생법원이 이를 승인하게 된다. 직원 임금과 퇴직금 등에 대한 공익채권을 포함, 법원이 채권 1850억원을 확정한 이후에도 채권자가 추가돼 현재까지 채권 규모는 2500억원 수준으로 파악된다.
법원이 승인한 탕감 규모는 관계인 집회를 거쳐야 최종 확정된다. 여기서 주요 채권자 중 하나인 제주항공은 해당 탕감 계획에 동의할지를 결정하게 된다.
앞서 제주항공은 작년 3월 이스타항공의 지주사인 이스타홀딩스와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하면서 이스타항공에 약 100억원을 빌려준 바 있다. 제주항공 외에 GS칼텍스(약 101억원) 등 정유사와 삼성카드(약 24억원) 등 카드사, 태국의 티켓총판회사 이스타젯 등이 채권자 명단에 올라가 있다.
제주항공은 이스타홀딩스로부터 보증받아 이스타항공에 100억원을 빌려준 만큼 이스타홀딩스 측에 책임을 물을 여지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채권 탕감 규모 등이 아직 명확하게 결정되지 않아 제주항공은 세부안을 확인한 뒤 대응 여부를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탕감 규모가 80% 이상일 것으로 예상돼 경영진 차원에서 판단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세부 내용에 따라 주총 결의를 거칠 수도 있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새로운 인수자가 채권에 대해 어느 정도로 탕감할지, 그리고 법원이 이를 승인할지를 확인해야 대응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며 "탕감이 회사에 손해를 끼치는 일인 만큼 쉬운 결정은 아니지만 현재까지는 결정된 내용이 없다라고 말했다.
해당 대여금은 담보가 없는 대신 이스타홀딩스가 보증한 비담보 채권이다. 제주항공은 앞서 작년 9월 이스타항공을 대상으로 대여금 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해 지난 2월 원고 승소 판결을 받은 바 있다. 이스타항공은 제주항공의 소송에 대응하지 않아 원고 승소가 확정, 제주항공은 채권자 명단에 이름을 올릴 수 있었다.
반면 제주항공이 이스타홀딩스와 이스타항공 지분을 보유한 대동 인베스트먼트를 상대로 제기한 계약금 반환 및 손해배상 소송의 경우 지난 3일 1회 변론기일이 진행됐다. 이스타홀딩스 측은 회생절차 진행을 이유로 재판 연기를 신청했고,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여 오는 8월 19일을 2회 변론기일로 지정했다.
◆ 제주-이스타 계약금 반환소송은 진행 중…차순위 예정자 쌍방울 측 변수 가능성도
제주항공을 비롯한 채권자들이 채무 탕감에 반기를 들 경우 인수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다만 알려진 바에 따르면 이스타항공의 청산 가치는 28억원 수준으로 청산보다는 채무 탕감이 채권자들에게 이득이다.
하지만 상황이 변동될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 법원이 투자계약을 허가하면서 쌍방울그룹 계열사인 광림과 엔터테인먼트사 아이오케이(IOK)가 구성한 광림 컨소시엄이 차순위 예정자로 포함됐기 때문이다. 광림 측은 인수가 마무리되기 전까지 채권자 등을 설득한다는 계획이다.
법원 역시 성정의 자금조달에 대한 우려 때문에 차순위 예정자를 포함하는 방안을 허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회생계획안 제출 기한인 내달 20일은 연기될 가능성도 있다. 성정 측이 채권자들의 채무 탕감 규모를 정하는 관계인 집회를 8월에 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어 실제 관계인 집회 개최까지 한 달 이상 소요될 경우 회생계획안 제출 기한 역시 미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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