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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수 뽑아낼 정도"…열악한 방역현장에 쓰러지는 간호사들

기사등록 : 2021-07-02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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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 인력 없어 업무강도 갈수록 열악...보건소 간호직 공무원은 더 취약

[서울=뉴스핌] 강주희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발발한지 1년 6개월이 된 가운데 방역 현장에서 일하는 간호사들의 근무 환경이 갈수록 열악해지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간호사들이 과로에 시달리고 있음은 누누이 지적됐지만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2일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 102개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한 결과 대다수 응답자는 "인력 부족으로 겪는 육체적·정신적 소모가 크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의 한 종합병원에서 근무하는 7년차 간호사 이모(34)씨는 이날 기자와 만나 '병원 내 지원 인력이 있느냐'는 질문에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 씨가 일하는 병원은 지난해 정부의 요청에 따라 코로나19 중증환자 전담치료 병상을 확대하고, 선별 진료소 운영시간을 늘렸다.

이 씨는 "코로나라는 특수한 상황을 이해해보려고 노력했지만 현실이 이를 뛰어 넘었다"며 "과중한 업무에 '지쳤다'는 소리는 나온 지 오래고, 병원을 그만 둔 분들도 있다. 남은 인력을 가지고 환자 간호부터 민원 해결까지 다 해야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수도권의 종합병원에서 일하는 간호사 강모(34)씨는 이러한 상황을 '골수까지 뽑아낸다'고 표현했다. 강 씨는 "사람이 없다고 투정을 부려도 병원에서 받아주지 않고, 할 사람이 없으니 그대로 할 수 밖에 없다"며 "내부에서 불만은 늘 나오지만 어쩔 수 없이 그냥 할 수 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부산시 남구에 설치된 임시선별진료소[사진=부산시] 2021.01.02 ndh4000@newspim.com

방역 최일선인 보건소에서 근무하는 간호직 공무원들의 현실은 더 열악하다. 실제로 지난달 23일 부산의 한 보건소에서 근무하던 7년차 간호직 공무원이 코로나19 관련 업무에 시달리다가 스스로 극단적 선택을 하는 안타까운 일도 벌어졌다.

이에 각 지자체가 계약직 공무원 인력을 보건소에 투입하고 있지만 1년 단위로 교체되는 탓에 간호직 공무원들의 업무 쏠림은 고질적 문제로 굳어졌다. 여기에 지난 2월 코로나 백신 접종이 시작되면서 보건소는 기존 방역 업무에 코로나 예방 사업까지 더 맡게 됐다. 말 그대로 최전선, 최일선이다.

수도권의 한 보건소 간호사인 이모(40)씨는 "재작년 코로나가 발생한 이래 보건소는 말 그대로 번아웃 그 자체"라며 "한 달 초과근무 시간이 80~100시간 넘는 것은 기본이고, 자가격리자가 늘어날 때는 그 이상으로 근무한다. 절대적으로 업무량이 늘어난 건 맞는데 인력 보강은 왜 땜질하듯 이뤄지는지 답답하다"고 말했다.

방역 성적을 올리는 지자체의 움직임은 이들에겐 또다른 스트레스다. 이 씨는 올해 3월초 경기도가 도내 외국인 노동자 전원에게 코로나19 검사를 받으라는 행정명령을 내린 것을 언급하며 "기간은 촉박하게 두고 외국인 노동자들 보고 무조건 검사를 다 받으라고 하니, 현장의 우리는 안중에도 없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토로했다.

코로나19 선별 검체검사 모습.[사진=뉴스핌DB] 2021.05.24 nulcheon@newspim.com

열악한 근무환경이 극에 달하자 간호직 공무원들은 결국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으로 달려갔다. 지난달 29일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코로나19 방역 보건소 간호사들이 지쳐 쓰러지지 않도록 해주세요'라는 글이 올라왔다. 이 글은 이날 오후 15시를 기준으로 1만5218명이 동의했다.

자신을 부산시 보건소에서 근무했던 간호직 공무원이라고 소개한 청원인은 "보건소에서 일하는 간호사 공무원들은 코로나19가 시작된 이래 지속된 주야간 비상근무로 지치고 있다"며 "보건소 간호사를 이대로 방치하면 국민들의 건강을 지킬 수 없다"고 호소했다.

그는 "보건소 간호직 공무원도 의료인이라는 의무감, 사명감으로 버티기에는 한계를 통감한다"며 "'희생·헌신·노고에 대한 감사'라는 마음과 더불어 간호직 공무원 정원 확대 라는 실질적인 대책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간절하게 요청한다"고 말했다.

이보다 앞선 지난달 23일에는 전국보건의료노조가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가 있는 세종 정부청사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책임있는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들은 "코로나19 극복과 감염병 대응체계 구축을 위해 이제 정부가 답해야 한다"며 방역당국을 압박했다.

이에 대해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열악한 처우라든지 심리적인 사항, 노동 강도에 대해 계속해서 모니터링하고 지속적인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며 개선 방안을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 

filter@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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