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차주와 지입계약을 맺고 차량을 관리하던 지입회사 운영자가 동의 없이 해당 차량을 담보로 대출을 받았다면 배임죄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업무상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동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1일 밝혔다.
서울 도심의 한 대형공원 주차장에 대형버스가 주차돼있다. 사진은 위 기사와 관련 없음. [사진=김세혁 기자] |
A씨는 운송회사 대표이사로 있으면서 B씨 등 버스 차주로부터 매월 지입료를 받고 차량을 관리하는 '지입계약'을 맺었다. 그는 지난 2015년 1월부터 같은 해 11월까지 B씨 등의 동의 없이 해당 지입차량을 담보로 근저당을 설정하거나 대출을 받아 총 1억800만원의 재산상 손해를 끼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에서 A씨는 피해자들도 차량 대금을 출자한 회사의 공동운영자이기 때문에 지입계약이 아닌 출자계약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지입계약이더라도 근저당 설정행위는 타인의 사무에 해당하지 않아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했다.
1심은 이같은 A씨의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고 징역 4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피해자들이 각 차량의 구입대금 및 유지·관리비용을 모두 부담하면서 피고인에게 차량 등록의 대가로 지입료를 지불했고 독자적으로 차량을 운행한 점 등을 볼 때 이들 사이에 체결된 계약은 지입계약으로 봄이 상당하다"고 판단했다.
이어 "이른바 '지입제'는 운송사업자와 실질적으로 자동차를 소유하고 있는 차주 간의 계약으로 운송사업자인 피고인은 피해자인 차주들과의 신임관계에 기해 피해자들의 재산인 지입차량에 대한 권리를 보호 또는 관리할 의무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항소심은 "지입계약을 체결할 경우 차에 대한 소유권은 지입회사에 있고 지입회사 대표인 피고인이 근저당권 설정 등 처분행위를 했더라도 형사책임을 부담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은 다시 항소심 판결을 뒤집었다. 그러면서 "피고인과 피해자들이 체결한 지입계약의 전형적·본질적 급부의 내용이 지입차주의 재산관리에 관한 사무의 대행에 있다고 인정된다"며 "지입회사 운영자인 피고인은 지입차주인 피해자들과의 관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당사자 사이에 특별한 약정이 없는 한 지입회사 운영자는 지입차주의 실질적 재산인 지입차량을 임의로 처분하지 않을 의무를 부담한다"며 "피고인이 피해자들의 동의 없이 각 버스에 관해 임의로 저당권을 설정함으로써 피해자들에게 재산상 손해를 가한 것은 배임죄를 구성한다"고 판시헸다.
대법은 "원심이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해 범죄의 증명이 없다고 봐 무죄로 판단한 데에는 배임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아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며 검찰의 상고를 받아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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