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정광연 기자 = 남대문 쪽방촌을 방문한 오세훈 서울시장을 향해 '인간답게 살고 싶다'는 호소가 쏟아졌다. 코로나에 폭염까지 겹치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했지만 서울시는 무더위쉼터와 같은 미봉책만 쏟아내고 있다는 불만이다. 대표적인 취약계층이 살고 있는 쪽방촌의 주거환경을 현실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오 시장은 22일 오후 남대문 쪽방촌을 방문했다. 돈의동, 창신동, 서울역, 영등포 등과 함께 서울 5대 쪽방촌인 남대문에는 약 490여명이 거주하고 있으며 이중 270여명은 이날 오 시장이 방문한 후암동 일대에 터전을 잡았다.
[서울=뉴스핌] 정광연 기자 = 2021.07.22 peterbreak22@newspim.com |
이날 일정은 오 시장이 직접 쪽방촌 현황을 살펴보고 대화를 나누며 애로사항을 청취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생존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주민들이 앞다퉈 어려움을 호소하면서 현장은 순식간에 흐트러졌다. 일부 주민들은 "시찰 말고 대책을 달라"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오 시장 역시 급작스러운 상황에 당혹스러운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들의 요구는 제대로 된 주거공간을 만들어 달라는 것. 코로나에 무더위까지 겹치며 살인적인 환경에서 버티고 있는 사람들에게 서울시 지원은 턱없이 부족하다는 주장이다.
현장에서 만난 쪽방촌 주민 홍관수씨는 "선풍기 틀어도 더운 바람만 나온다. 시에서 쉼터를 만들었다고 하는데 코로나 때문에 많이 들어가지 말라고 해서 별 소용이 없다. 빨리 임대아파트라도 지어서 들어가게 해달라"고 말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또 다른 주민은 "(오 시장이)이렇게 막 몰려와서 밖에만 보지 말고 직접 안에 들어와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 봐야 한다. 전기도 잘 안들어오고 그늘막도 못쓰고 있다. 살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이에 서울시 관계자는 "쪽방촌 주민들이 더위를 피할 수 있도록 5개 쪽방촌에 12개의 무더위쉼터를 운영중이다. 남대문 쪽방촌에는 실내와 실내 무더위쉼터가 각각 1개씩 설치됐다. 다만 감염을 막기 위해 동시 이용인원을 10명으로 제한했다"고 설명했다.
남대문 쪽방촌을 방문한 오세훈 서울시장을 향해 생존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주민. [서울=뉴스핌] 정광연 기자 = 2021.07.22 peterbreak22@newspim.com |
서울시는 코로나 발생 이후 쪽방촌 안전에 신경을 쓰고 있다.
국내 감염이 본격화된 지난해 3월 모든 쪽방촌 주민들에게 마스크와 손소독제, 식료품 등 긴급구호품을 지원한 데 이어 8월에는 4600명을 대상으로 선제검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겨울에도 전문업체 방역을 지원한 바 있다.
하지만 현장의 쪽방촌 주민들은 주민들의 건강과 안전을 지킬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만련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쪽방촌 주민들과 함께 주거환경 개선 활동을 펼치고 있는 이동현 홈리스행동 상임활동가는 "남대문 지역에만 쪽방주민이 500명에 가깝지만 올여름 제공된 건 20명 정원의 무더위쉼터 2개소가 전부"라며 "서울시가 일부 쪽방을 직접 운영해 주민들에게 제공하고 있지만 재계약은 집주인과 직접하라고 전달해 사람들이 쫒겨날 수 있다는 불안에 떨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쉼터 같은 집합시설 중심의 대책은 한계가 뚜렷하다. 쪽방촌 주민들은 근본적인 대책이 없으면 항상 생존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살아가야 한다. 개별주거 제공중심의 안전숙소를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오 시장은 "날씨도 더운데 고생이 많다. 잘 살펴보겠다"고 답했다.
peterbreak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