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강명연 기자 = HMM의 유보금을 놓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최근 급격한 실적 개선으로 쌓인 유보금이 3조원에 달하지만 정작 직원들의 처우 개선에는 소극적인 모습으로 일관하고 있어서다.
특히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가 갖고 있는 영구채 이자비용으로만 매년 1000억원이 나가고 있어 채권단의 이익만 불어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채권단 관리 체제로 자금 활용이 묶인 만큼 경영진 차원의 의사결정이 어렵다는 게 업계 안팎의 분위기다.
◆ 2분기 유보금 3조 넘을 듯…매년 1000억 영구채 이자 늘어, 상환 필요성
4일 업계 등에 따르면 HMM은 현재 3조원이 넘는 유보금을 쌓아 놓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작년부터 올 상반기까지 쌓은 이익에 해당하는 규모다.
HMM은 지난해 실적이 10년 만에 흑자로 전환하면서 유보금을 시작했다. 지난해 1조원에 달하는 영업이익(9808억원)을 달성한 데 이어 지난 1분기에는 작년 한 해 영업이익을 넘는 1조193억원을 기록했다. 내주 발표될 2분기 실적에서는 1조2500억원의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유보금을 어떻게 쓸지다. 노조는 산업은행과 해진공이 갖고 있는 영구채 상환에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매년 1000억원에 달하는 이자 비용을 줄이는 대신 직원들의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2017년부터 발행된 HMM 전환사채(CB) 규모는 3조2800억원에 달한다. 현재 이자율은 3%로 연간 이자 비용은 984억원이다. 특히 해진공이 보유한 191회 CB는 내년 3월부터 이자율이 6%로 두 배로 늘어날 예정이어서 당장 내년부터 이자 비용이 늘어난다.
2018년부터 순차적으로 발행된 채권도 6년차부터 이자율이 두 배가 된다. 여기에 7년차부터 매년 0.25% 가산 이율이 붙어 최대 연 10%의 이자를 내야 한다. 최대 연 3000억원 규모의 이자를 내야 할 수도 있는 셈이다.
HMM 직원의 임금은 채권단에 지급하는 이자비용과 비슷하다. 작년 기준 HMM 직원의 연간급여 총액은 948억7700만원이었다. HMM 노조가 요구하는 임금 인상률 25%를 단순 계산하면 237억원이 필요한데, 영구채 일부를 상환해 이자비용을 일부 줄이면 마련할 수 있는 금액이다.
◆ 채권 상환 회사에 이익 vs 채권단에 손해…HMM "종합적 상황 검토"
전체 부채와 비교해도 3조원은 HMM의 부채비율을 큰 폭으로 낮출 수 있는 규모다. 지난 1분기 기준 HMM의 부채총계는 약 8조6000억원으로, 이 가운데 선박 조달 비용이 5조4000억원 가량으로 파악된다. 사업상 주요 부채인 선박 관련 조달을 제외한 대부분의 부채를 상환할 수 있는 셈이다. 3조원을 모두 부채 상환에 쓴다고 가정해 계산하면 부채비율은 지난 1분기 기준 401.5%에서 261%까지 줄어든다.
노조는 이자비용이 늘어나는 채권을 순차적으로 정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채권단 관리체제에서 회사 차원의 결정은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특히 채권단이 영구채 상환을 꺼리는 것은 매년 높은 이자를 받을 수 있어서다. 매년 3%, 향후 10%의 이자가 보장되는 채권을 상환하는 것이 채권단에게는 손해인 셈이다. 이자비용을 낮추는 게 이익인 회사와 상황이 정반대여서 결국 회사가 피해를 보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앞서 산업은행은 지난 6월 만기가 도래한 CB를 주식으로 전환해 2조3000억원 규모의 시세차익을 얻었다. 주식을 시장에서 거래해 현금으로 회수하지는 않았지만 산은 재무제표에 반영된 이익이 직원 성과급 등에 반영된다.
김진만 HMM 육상노조 위원장은 "선박 발주에 쓰는 금융비용을 제외한 나머지 차입금 모두를 값자는 게 아니고 회사가 갚을 필요가 있는 채권이나 차입금을 정리하자는 것"이라며 "하지만 경영진 차원의 의사결정이 어려운 상황이다. 산은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사측은 유보금을 부채 상환에 바로 사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HMM 관계자는 "업황 변화가 큰 상황에서 부채를 바로 갚아버리면 투자 적기를 놓칠 수 있다"며 "종합적인 상황을 검토해 결정할 문제"라고 말했다.
이날 HMM 해상노조는 사측과 3차 협상을 이어갔지만 양측은 협의를 진전시키지 못했다. 육상노조가 중앙노동위원회에 쟁의조정를 신청한 데 이어 해상노조 역시 4차 협상까지 논의가 진행되지 않을 경우 중노위에 조정을 신청할 계획이다. 특히 해상노조는 쟁의조정을 거쳐 파업을 강행한다는 입장이어서 물류 대란 우려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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