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장현석 기자 = 전두환 정부 시절 입은 피해에 대해 광주민주화운동보상법에 따른 보상금을 받았더라도 불법행위에 대한 정신적 손해에 대해선 위자료 청구가 가능하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이모 씨 등 5명이 대한민국과 전두환 전 대통령, 이학봉 전 국군보안사령부 대공처장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 상고심 선고기일에서 원고 승소 취지로 파기·환송했다고 24일 밝혔다.
대법원 [사진=뉴스핌 DB] |
재판부는 "구(舊) 광주민주화운동보상법은 '이 법에 의한 보상금 등 지급 결정은 신청인이 동의한 때에는 민사소송법 규정에 의해 재판상 화해가 성립된 것으로 한다"고 말했다.
다만 "헌법재판소는 지난 5월 27일 광주민주화운동 관련 피해 중 정신적 손해 부분은 헌법에 위반된다고 결정했다"며 "그 효력은 헌재 결정이 있기 전 관련 법 위헌 여부가 재판의 전제가 돼 법원에 계속 중이던 이 사건에 미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구 광주민주화운동보상법에 따른 보상금을 받았더라도 불법행위로 인한 정신적 손해에 대해선 재판상 화해가 성립된 것으로 볼 법률상 근거가 사라지게 됐다"며 "원심판결에는 권리보호의 이익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
또 대법은 "헌재는 2018년 8월 30일 민법 중 과거사정리법상 민간인 집단 희생 사건과 중대한 인권침해·조작의혹 사건에 적용되는 부분은 헌법에 위반된다고 결정했다"며 "그 효력은 공무원의 위법한 직무집행으로 입은 손해에 대해 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이 위헌 결정 당시까지 법원에 계속되고 있는 경우에도 미친다"고 설명했다.
이어 "민법 관련 조항의 10년 소멸시효 또는 국가재정법(구 예산회계법) 관련 조항 5년 소멸시효가 적용되지 않는다"며 "그럼에도 원심은 장기소멸시효가 완성됐다며 원고의 주장을 배척했다"고 비판했다.
법원에 따르면 이 씨는 지난 1980년 5월 17일 전두환 전 대통령이 계엄포고 제10호를 발령하자 이를 비판하는 집회를 열다가 같은 해 6월 3일경 영장 없이 합동수사본부로 연행됐다. 그는 구속 기간을 초과해 불법 구금, 가혹행위 등을 당한 뒤 계엄법위반죄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수도경비사령부 계엄보통군법회의는 이 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형은 1981년 6월 9일 확정됐다.
이후 이 씨는 1994년 3월 광주민주화운동 관련자 보상심의위원회를 통해 연행 및 구금, 수형생활에 대한 지원금 지급을 신청해 9980여만원을 수령받았다. 2012년 4월에는 광주지법 해남지원으로부터 재심 청구가 받아들여졌고, 같은 해 6월 무죄가 최종 확정되자 이 씨는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게 됐다.
1·2심은 "광주민주화운동 관련자가 보상금 등 지급 결정에 동의한 때에는 광주민주화운동법에 따라 피해 일체에 대해 민법 규정에 의한 재판상 화해가 성립된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며 국가에 대한 위자료 청구 부분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 전 전 대통령 등의 불법행위에 대한 위자료 청구 부분에 대해서도 "광주광역시장의 사실조회 결과만으로는 대한민국 소속 수사관 등이 체포, 구금, 수사하는 과정에서 불법행위를 저질렀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불법행위를 전제로 한 원고들의 청구는 이유 없다"고 기각 판결했다.
대법은 원심판결에 잘못이 있다고 보고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서울고등법원에 돌려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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