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민경하 기자 = 공정거래위원회가 미래에셋그룹의 특수목적법인(SPC) 계열사 회피 혐의에 대해 조사에 착수했다. 미래에셋이 리조트 개발 과정에서 SPC를 설립해 비계열사로 분류한 뒤 계열사 자금을 불법적으로 끌어온 것이 아니냐는 혐의다.
공정위는 지난해에도 미래에셋의 일감 몰아주기 혐의에 대해 과징금 등 제재를 가한 바 있다. 공정위가 미래에셋 지배구조 문제를 다시 한번 도마 위에 올렸다는 해석이다.
◆ 리조트 사업 위해 SPC 설립 후 편법 대출…공정위·금감원 '정조준'
17일 공정위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달 말 미래에셋컨설팅, 미래에셋증권, 미래에셋보험 등을 대상으로 현장조사를 벌였다.
공정위와 금융감독원은 미래에셋의 여수 경도 리조트 사업 추진 과정에서 편법이 있었는지에 대한 여부를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수 경도 리조트 사업은 지난 2017년 미래에셋컨설팅의 자회사인 YKD가 소유권을 이전받은 사업이다.
전남 여수 경도해양관광단지 조감도 [사진=미래에셋 컨소시엄] 2021.07.23 ojg2340@newspim.com |
미래에셋컨설팅은 박현주 회장과 부인·자녀 등 총수일가 지분이 91.86%이며 미래에셋캐피탈, 미래에셋자산운용 등의 지분을 보유한 지배구조 최상위 회사다. 자회사로 미래에셋펀드서비스, 브랜드무브, YKD 등을 보유하고 있다.
문제는 YKD가 사업자금을 끌어오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YKD가 대주주 관련 회사이기 때문에 계열사인 미래에셋증권과 미래에셋보험 등에서 대출을 받을 수 없자 산하에 SPC를 설립해 편법으로 대출을 받았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GRD라는 이름의 이 회사는 미래에셋증권으로부터 396억원, 미래에셋생명보험으로부터 180억원을 대출 받아 개발 사업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쟁점은 미래에셋이 고의적으로 SPC를 세운 후 계열사 지정을 회피했는지 여부다. 공정거래법상 SPC는 대기업이 지분을 30% 이상 소유했더라도 건설기간 동안 편입을 유예받을 수 있다. 하지만 해당 SPC에 '통상 거래범위를 초과해 거래하거나 지배력을 행사했다'는 증거가 있으면 공정위는 강제로 계열사 지정을 할 수 있다.
GRD가 계열사로 지정된다면 공정위는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자료 허위제출로 제재를 검토할 확률이 높다. 금감원은 자본시장법, 보험업법 위반으로 대출을 실시한 계열사들에 제재를 가할 수 있다.
◆ 솜방망이 처벌 오명 벗을까…미래에셋 "사전에 충분한 법률검토 거쳐"
공정위는 지난해 미래에셋의 일감 몰아주기 혐의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43억9000만원을 부과한 바 있다. 미래에셋 계열사 11개사가 미래에셋컨설팅이 운영하는 골프장과 호텔에 일감을 몰아줬다는 판단에서다.
다만 공정위는 박현주 회장에 대한 검찰고발은 하지 않았다. 박현주 회장이 지시가 아닌 관여를 했기 때문에 위법성의 중대성이 높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다. 다른 그룹 총수들이 사익편취행위로 검찰에 고발된 점과 대비해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공정위가 조사 결과 지정자료 허위제출로 판단한다면 박 회장이 검찰고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앞서 공정위는 올해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정몽진 KCC 회장, 박문덕 하이트진로 그룹 회장 등을 관련 혐의로 모두 고발한 바 있다.
[자료=공정거래위원회] 2021.09.17 204mkh@newspim.com |
일각에서는 이번 조사를 두고 공정위가 미래에셋의 지배구조에 다시 한번 칼을 대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공정위는 전임 김상조 위원장 시절부터 미래에셋그룹의 복잡한 지배구조 개선을 꾸준히 요구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미래에셋 측은 사전에 충분한 법률 검토를 거쳤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미래에셋 관계자는 "사전에 법무법인 4곳의 법률검토를 거쳐 GRD가 비계열사임을 판정했다"며 "GRD 출자금 비율과 의결권 비율은 시행사인 BSG가 최대주주이기 때문에 YKD 독자적으로 지배할 수 없는 구조"라고 해명했다. 이어 "대부분의 PF에서 SPC 구조를 활용하는 만큼 향후 공정위 조사에서 충분히 소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공정위 관계자는 "조사 내용에 대해서는 말해줄 수 없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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