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양섭 기자 = 1800억원대의 횡령 사고를 낸 오스템임플란트 자금담당 직원 이 모씨(46)의 횡령 자금 회수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가운데, 그가 어떤 패턴으로 주식투자를 했는지도 관심 사안이다. 투자자들 사이에선 이해하기 힘든 그의 매매 패턴이 연일 회자되고 있다. 5% 지분신고 내역으로 드러난 그의 주식투자 실력은 거의 '주린이(주식+어린이, 주식투자 초보)'급 수준이었다. 일각에선 '그날 그냥 가짜뉴스에 낚인게 아니냐'며 투자손실이 횡령의 이유라고 보고 있고, 경찰은 대포폰을 구입했던 점을 감안해 공범과 현금세탁을 노린 것 아닌지 조사할 예정이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 씨는 횡령 자금 1880억원 가운데 1400억원 가량을 지난 해 10월 1일 '동진쎄미켐'이라는 종목을 투자하는데 썼다. 이날 '[단독] 이재용, 동진쎄미켐 인수 지시'라는 내용의 가짜뉴스가 나왔는데, 원하는 내용을 넣으면 뉴스 기사처럼 만들어내는 툴을 가진 '가짜뉴스 앱'을 통해 가공한 뉴스다. 이 내용이 링크를 타고 투자자들 사이에서 돌면서 빠르게 매수세가 들어왔다. 이 씨 역시 이 시점에 매수한 것으로 추정된다.
작년 10월 1일 전후 동진쎄미켐 1분봉. [자료=키움증권 HTS] |
오후 2시 38분 상한가까지 찍었던 주가는 금새 시들어 들었다. 제목만 보고 '빠르게' 매수했던 투자자들이 가짜뉴스라는 것을 알게 된 순간 갖고 있던 매물을 급하게 매도했기 때문이다. 종가는 결국 3% 상승에 그쳤다. 불과 40여 분 만에 장중 상한가인 고점 대비 20% 이상 하락한 수준까지 떨어진 것이다. 장 마감 후 시간외 거래에서도 4% 추가 하락했다.
이 씨는 바로 다음 거래일인 10월 5일 5%룰에 따라 지분 신고를 했다. 5% 지분을 넘기면 5영업일 내에 의무적으로 금융감독원에 신고해야 하는 규정이다.
매매 내역을 보면, 이 씨는 이날 매수만 했다. 단 한 주도 팔지 못했다. 가짜뉴스를 보고 혹해서 급한게 산 다음에, 대부분의 투자자들이 '가짜뉴스'라는 것을 인지하고 매물을 던질 때도 대응하지 못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여러 증권사에 계좌를 분산했을 것이라는 추정과 달리 그는 키움증권 계좌만 사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다른 증권사 창구에선 이 같은 대규모 물량의 거래를 찾기 어렵다. 키움증권 다음으로 매수가 많았던 창구가 이베스트투자증권인데 매수는 53만주에 불과하고 또 이중 52만여주는 매도된 것으로 나와 그가 이용한 창구가 아니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매수 3위 이하의 창구는 더 물량이 작다.
그가 대량 매수했던 10월 1일 키움증권 창구를 보면 898만4000주 매수, 517만3000주 매도가 기록됐다. 이 씨는 391만7431주를 매수했다. 키움증권 창구로 들어온 517만3000 중에 약 75%가 그가 산 물량이다. 매수 평균 단가가 3만6492원이기 때문에 이미 상당한 평가손실을 기록했다는 게 드러났다.
그가 지분신고를 했을 때 고개를 갸우뚱하는 투자자들이 많았다. '슈퍼개미'라고 하기에는 매수 행태가 너무 엉성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시에는 역대급 횡령 사건이 드러나기 전이었기 때문에 많은 투자자들이 사이에선 '투자 배경에 뭔가는 있을 것'이라는 분위기도 있었다.
약 3개월이 지난 시점인 지난 해 12월 30일 그가 또 지분 변동 신고를 했는데, 이번엔 매도한 내역이 상세하게 기록됐다. 그런데 세부 내역에 기재된 날짜의 매도량 및 매도 단가 등이 일부 맞지 않는다. 예를 들어 이 씨는 12월 17일 100만주를 매도했고, 매도 단가는 3만1287원이라고 기재했는데 이날 동진쎄미켐의 전체 거래량이 100만주가 되지 않고 주가는 3만2150원~3만2850원 사이에서 움직였다. 거래량, 증권사 매매 창구, 매도 단가 등의 정황을 볼 때 신고 변동일을 '결제일'로 착각해 기재한 것으로 추정된다. 지분 신고 규정상 '계약체결일' 즉 실제 '매매일'을 기준으로 하고 있는데, D+2를 적용한 '결제일'을 쓴 것으로 보인다. 공시에서도 '변동일'에 대한 주석을 달아 '증권시장에서 주식등을 매매한 경우에는 그 계약체결일'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특이한 것은 매수 이후 신규취득 당시에는 '매매일' 기준으로 규정대로 신고했다.
금감원 공시팀 관계자는 "기재 오류가 확인된다. 정정 요청을 해야 하는 상황인데, 현재 특수한 상황이기 때문에 오류 상태로 오래 남아 있을 가능성도 있다. 금감원 측이 임의로 정정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가 신고한 변동일의 2거래일 전에 실제 매매가 있었다는 가정을 하면 앞뒤 상황이 잘 맞는다.
이에 따라 분석을 해보면, 11월 16일 첫 매도가 나왔고 매도는 이틀동안 했다. 단가는 각각 3만7800원, 3만7191원으로, 수익을 보고 팔았다. 약 73만여주다. 이후 주가는 11월 22일까지 더 올랐지만 매도는 없었다. 다음날부터 하락세가 시작됐다. 11월 26일부터는 그의 매수 단가 밑으로 떨어졌고, 이 하락세는 12월 중순까지 이어진다.
횡령한 금액에서 차익을 내고, 원금을 다시 회사로 입금해 놓을 계획이었겠지만 손실 구간에 들어가면서 이 계획이 틀어지기 시작했을 것으로 보인다.
12월 9일부터 손절(평가손실 구간에서 추가 손실을 막기 위해 매도)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첫날은 6만여주로 소량에 불과했지만 하락세가 지속되면서 14일엔 57만주 추가 매도했고, 15일부터 이틀간 하루에 100만주 씩 팔았다.
15일 키움증권 창구에선 114만주의 매도, 25만주의 매수가 있었고 16일에도 키움증권에서 126만주 매도, 32만주 매수가 있었다. 이틀 모두 키움증권 매도 물량의 80~90% 이상이 그의 물량이다. 다른 증권사 창구에선 100만주 정도의 대규모 거래가 이뤄진 곳이 없다. 2위 창구가 2~3만주 수준이다. 15일 매도 2위 창구는 모건스탠리로 2만여주 매도, 16일 매도 2위 창구는 CS증권으로 3만여주다.
신고 내역에 55만주가 남은 것으로 기록됐지만 이미 지분이 5% 밑으로 떨어졌기 때문에 이후 매도 여부에 대해서는 신고 의무가 없다. 손절 이후 현금화를 하던 추세로 봤을 때 나머지 잔여 보유주식도 팔았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수백억 대의 손절을 결심했던 시점엔 이미 돈을 회사에 재입금 하기보다는 빼돌릴 결심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 15일에 판 100만주는 이틀 뒤인 17일에 인출이 가능한데, 17일은 금괴를 사기 위한 자금 중 일부인 100억원이 처음으로 입금된 날이기도 하다.
[서울=뉴스핌] 황준선 인턴기자 = 오스템임플란트의 자금 관리 담당자 이모 씨가 회삿돈 1880억 원을 횡령해 동진쎄미캠의 주식을 사들인 사실이 밝혀져 파장이 일고있다. 이번 횡령사건은 상장사 가운데 가장 큰 규모로, 현재 한국거래소가 오스템임플란트의 주식 거래를 중단해 주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4일 오전 서울 강서구 오스템임플란트 사옥의 모습. 2022.01.04 hwang@newspim.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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