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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법 시행 한달] 건설사들 "그 많은 인력 어떻게 다 관리하나"

기사등록 : 2022-02-25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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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사들 "근로자 과실도 있어…처벌 수위 지나쳐"
50인미만 사업장, 사고 '빈번'…"재하도급 금지해야"

[서울=뉴스핌] 김성수 기자 =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지 약 한 달이 지났다. 국내 건설사들은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인 오미크론 확산까지 겹쳐 더욱 위축된 분위기다.

전국 수많은 건설현장 가운데 어느 한 곳에서라도 사고가 발생하면 경영책임자가 징역 또는 50억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어서다. 다만 업계에서는 한정된 관리 인력으로 수많은 현장과 근로자들의 안전 상태를 어떻게 다 점검하느냐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또한 법 실효성에 대해 회의적인 시선도 있다. 중대재해가 가장 빈번한 50인 미만 사업장이 예외를 적용받아 법 자체에 '허점'이 발생했다는 이유에서다. 

[인천‧경기=뉴스핌] 27일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첫날 경기도 고양시 향동 지구 일대 건설현장 모습. [사진=유명환 기자]

◆ 건설사들 "1호가 될 순 없어"…안전점검 태세 '바짝'

25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주요 건설사들은 지난달 26일 중대재해법이 시행된 후 처벌대상 '1호'가 되지 않기 위해 안전점검 태세를 강화하고 있다.

DL이앤씨는 설 연휴를 앞두고 지난달 27일 공사 현장에서 안전 워크숍을 진행했다. 대우건설은 같은 날 현장을 셧다운(폐쇄)했다. 포스코건설은 지난달 27~28일 전국 현장에 휴무를 권장했다. 한양은 지난달 27~28일 이틀간 전국 현장에서 안전 결의대회, 안전 점검, 안전 교육을 진행했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중대재해법 시행 후 발생한 7건 사고에 대해서 원인 파악을 위한 조사가 진행 중이다.

해당 사고는 ▲삼표산업 경기 양주 채석장 붕괴사고(1월 29일) ▲판교 신축공사장 승강기 추락사고(2월 8일) ▲여천NCC 공장 폭발(2월 11일) ▲한솔페이퍼텍 차량 전복사고(2월 11일) ▲세종~포천 고속도로 현장 추락사고(2월 16일) ▲창원 제조업체 급성 중독사고(2월 18일) ▲고성 조선소 추락사고(2월 20일)다.

중대재해법 시행을 앞두고 벌어진 사고도 여러 건 있다. HDC현대산업개발이 시공하는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가 대표적이다.

또한 현대건설이 공사한 '힐스테이트 송도 더스카이' 현장에서는 지난달 12일 인부 한 명이 철제 구조물에 맞아 머리를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인부는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사망했다. 다만 두 사고 모두 고용노동부, 검찰 또는 경찰 조사결과가 나오지 않아 정확한 사고 원인을 알기 어렵다.

다만 업계에서는 한정된 인원으로 수많은 현장과 근무 인원의 안전 상태를 어떻게 다 점검하느냐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공사현장 한 곳 당 관리자는 소수인데, 수십명에서 수백명에 이르는 작업자들의 안전 실태를 매 순간 관리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또한 근로자가 안전불감증이거나 작업에 어려움이 있어서 안전 규칙을 제대로 준수하지 않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안전장치를 착용하지 않고 높은 곳에서 작업하다가 추락하는 사례 등이다. 이처럼 근로자 과실에 따른 사고까지 건설사 책임으로 돌리는 것은 억울하다는 반응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사고는 전혀 예상치 못한 순간에 발생하기 마련"이라며 "특히 외국인 근로자의 경우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있어서 안전 수칙이 잘 전달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외부에서는 사고가 발생하면 기업이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하지만 근로자 과실을 비롯한 모든 상황에 대해 건설사에 책임을 묻는 것은 지나치지 않나"고 반문했다.

◆ 50인미만 사업장, 사고 '빈번'…"재하도급 금지해야"

또한 50인 미만 사업장은 법을 적용받지 않아 법 자체에 '허점'이 발생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실에서 중대재해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곳은 '평소 안전에 투자할 여력이 적은' 중소기업들이어서다.

중대재해처벌법 제3조에 따르면 상시 근로자가 5명 미만인 사업 또는 사업장의 사업주(개인사업주에 한정) 또는 경영책임자 등에게는 법 규정을 적용하지 않는다. 부칙에 따르면 상시 근로자가 50명 미만인 사업 또는 사업장(건설업은 공사금액 50억원 미만 공사)은 오는 2024년 1월 26일까지 법 적용이 유예된다.

하지만 고용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전체 사망사고 중 대부분이 규모가 작은 사업장에서 발생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윤미향 무소속 의원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사고사망재해 현황' 자료를 보면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가 전체의 80.7%를 차지했다.

실제로 작년 발생한 '광주 학동 철거건물 붕괴사고'의 하도급 업체 대부분은 50인 미만 기업으로 파악된다. 잡코리아, 사람인 등에 올라온 채용공고를 보면 HDC현대산업개발이 철거·시공 하청을 준 한솔기업은 지난 2020년 9월 기준 직원 수가 13명이다.

학동4구역 주택재개발 정비사업조합이 석면 및 지정물 철거 하청을 준 다원이앤씨는 현재 직원 수가 39명이다. 이에 따라 법의 사고예방 효과가 기대보다 적을 것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대형 건설사보다는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훨씬 높다"며 "지금은 법이 시행된지 얼마 되지 않아서 업체들이 긴장하고 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긴장감이 늦춰지면 사고가 반복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고 말했다.

국회에서는 이런 허점을 보완하기 위한 법 개정 움직임도 있다. 강은미 정의당 의원 등 10명은 지난달 26일 중대재해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에는 상시 근로자 5명 미만인 사업장의 경영책임자도 법 적용 범위에 포함하고, 50명 미만 사업장의 '3년 유예' 규정을 삭제하는 내용을 담았다.

또 중대재해 발생 시 안전 및 보건확보 의무를 위반한 사업주의 법정형을 1년에서 3년으로 상향하고, 종사자의 범위에 '현장실습을 받는 교육훈련생'을 추가하는 안도 포함했다.

실질적으로 사고 발생을 줄이려면 재하도급을 금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재하도급이란 하수급인이 하도급받은 건설공사의 전부 또는 일부를 타인에게 다시 하도급하는 것을 말한다. 건설산업기본법은 이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면 회사 대표가 중과 처분을 받는 건지도 의문"이라며 "이번 기회에 재하도급 관행을 없애는 게 그나마 재해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일 것"이라고 말했다.

 

sungsoo@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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