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고인원 기자= 러시아의 천연가스 결제 방식을 두고 서방과 러시아간 갈등이 계속되는 가운데, 독일 정부가 30일(현지시간) 가스 공급 비상사태 '조기 경보'를 발령했다.
러시아 측이 루블화로 가스 대금을 지불 받을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마련하겠다고 선포한 31일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최악의 경우 러시아 정부가 가스 공급을 중단하고 나설 가능성에 대비한 예비 조치다.
노드스트림2 파이프라인.[사진=로이터 뉴스핌]2022.03.01 mj72284@newspim.com |
미국 CNBC 등 외신에 따르면 로베르트 하벡 독일 부총리 겸 경제‧기후부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주요 7개국(G7)이 루블화로 천연가스 대금을 결제하지 않기로 합의했음에도 불구하고 러시아는 계속 이를 요구하고 있다"면서 "추후 발생할 수 있는 위기에 대비해 조기경보를 발령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번 조치가 3단계 경고 중 첫 번째 단계이며, 경보 발령과 함께 위기 대응팀이 소집됐다고 말했다. 다만 첫 번째 단계는 아직 정부가 가스 배급을 위해 시장에 개입하는 단계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또 독일의 가스 공급은 당분간 안전하지만, 1킬로와트시도 중요하다면서 소비자와 기업이 사용량을 줄이기를 촉구했다.
비록 장관은 아직 재고가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고 밝혔으나, 유럽가스인프라협회(GIE, Gas Infrastructure Europe)에 따르면, 독일의 가스 저장 시설 잔량은 이달 초 24.6%로 4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이후 현재 약 26.5% 정도에 불과하다. 러시아의 가스 공급이 끊기면 당장 공급 부족이 현실화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 "러시아산 가스 공급 중단시, 독일 인플레 7.5~9%까지 급등" 전망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와 서방 간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지난 23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유럽 등 러시아에 '비우호' 국가에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팔 때 달러나 유로화가 아닌 러시아 통화인 루블화로만 결제받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자국 정부와 중앙은행, 국영 가스수출업체 가스프롬 등에 오는 31일까지 루블화 결제 전환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러시아 루블화 [사진=로이터 뉴스핌] |
하지만 유럽연합(EU)과 주요 7개국(G7) 등은 계약 위반이라면서 러시아의 가스 대금 루블화 결제 요구를 거부한다는 입장이다. 현재 유럽 국가들은 미 달러화나 유로화로 러시아산 가스 대금을 결제하고 있다.
러시아산 가스 공급이 막히면 독일 경제에 미칠 여파는 만만찮을 전망이다. 독일은 유럽 국가 중에서도 러시아산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편이다.
독일 프랑크푸르트대의 볼커 빌란트 경제학 교수는 파이낸셜타임즈(FT)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산 에너지 공급 중단은 실질적인 침체 리스크를 유발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유럽 최대 경제국인 독일에서 인플레이션을 거의 두 자릿수까지 오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러시아산 가스 공급에 차질이 없더라도 올해 독일에서 인플레이션이 6.1%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만일 러시아산 에너지 공급이 중단되면 인플레이션이 7.5%~9%까지도 치솟을 것으로 봤다.
CNBC에 따르면 독일 정보의 조기경보 발령 이후, 이날 유럽 오전 시간대 천연가스 벤치마크 가격인 네덜란드 TTF 천연가스 선물 가격은 전장보다 14% 이상 오른 ㎿h(메가와트시)당 124.2유로에 거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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