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필리핀 새 대통령을 뽑는 선거가 9일(현지시간) 개시했다.
18세 이상 필리핀 유권자 약 6750만명과 재외국민 170만명은 이날 오전 6시(한국시간 오전 7시)부터 오후 7시(오후 8시)까지 투표장에서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한다.
이날 필리핀에서는 대통령과 부통령을 뽑는 대선과 상·하원을 비롯해 지방정부 공직자를 선출하는 선거가 동시에 진행된다.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선 후보가 바탕가스주 리파에서 유세 연설을 하고 있다. 2022.04.20 [사진=로이터 뉴스핌] |
최대의 관심사는 페르디난드 마르코스(64) 전 상원의원의 당선 여부다. 그는 독재자였던 필리핀의 제10대 대통령 페르디난드 마르코스의 아들이다. 그는 아버지의 이름을 그대로 물려받아 '마르코스 주니어'로 불린다.
마르코스 전 대통령은 1965년부터 1986년까지 필리핀을 장기 집권한 인물이다. 21년간 철권통치를 하며 지난 1972년부터 1981년까지 계엄령을 선포, 반(反)정권 목소리를 내는 이들을 고문하고 살해해 악명이 높다.
이밖에 부정부패 문제도 거론되는데 아내인 이멜다 마르코스는 사치스러운 영부인으로 유명하다.
1986년 '민중의 힘'(People Power)이란 시민혁명 시위로 자리에서 쫓겨난 마르코스는 이후 하와이로 망명해 3년후에 사망했다.
마르코스 주니어가 이번 선거에서 승리하면 시민혁명이 일어난지 36년 만에 필리핀에 독재 정권이 재집권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론조사를 보면 마르코스 주니어의 당선이 유력하다. 펄스아시아의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마르코스 주니어의 지지율은 무려 56%에 이른다. 그의 강력한 경쟁자인 인권변호사 출신의 레니 로브레도(57) 야당대표 및 부통령의 지지율은 23%에 그친다.
마르코스 주니어의 러닝메이트는 로드리고 두테르테 현 대통령의 장녀인 사라 두테르테(43) 다바오 시장이다. 두테르테 현 대통령은 자국 내 '마약 전쟁'을 선포하며 수 천명을 처형하고 언론과 반대파 탄압과 경제 파탄을 일으킨 포퓰리즘 지도자로 평가받는다.
필리핀 국민들은 독재 정권을 원하는 것일까.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일부 열렬한 지지자들이 마르코스 일가를 신화화(化)하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FT가 인터뷰한 마르코스 열성 지지자는 "그는 산후아니코 대교와 여러 건물을 짓는 등 좋은 일을 많이 했다. 그를 왜 도둑이라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마르코스 정권 때 국영 지열발전소를 다녔지만 이후 직장을 잃은 또 따른 지지자는 "마르코스 정권 때 국영 기업이 많았다. 이후 대통령들이 민영화를 추진했기 때문에 우리 국가는 더 가난해졌다"고 주장했다.
FT는 일부 유력 가문이 정치 권력을 독점하고 있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지방관료의 약 80%, 국회의원의 약 67%가 유력 가문 출신이다.
마르코스 후보는 토론과 언론 인터뷰를 하지 않고, 유세현장에서는 구체적인 공약은 없는 국민 통합만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국민 통합을 강조하는 것은 아버지 마르코스의 부정부패 등이 거론되는 것을 막기 위한 전략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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