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성소의 기자 = 정부가 고공행진하는 기름값을 잡기 위해 사상 최대폭의 유류세 인하를 단행했지만 체감효과는 낮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가 고유가 시기마다 시행한 유류세 인하 정책들은 세수 감소에 비해 큰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4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유류세 시행 첫날인 지난 1일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전일 대비 9.96원 내린 2157.7원을 기록했다.
휘발유 가격은 한달 전 2015.37원이었는데 10일 만에 2050원 선을 넘어서면서 지난달 18일에는 2100원 선을 뚫었다. 이후 약 2주간 2100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정부가 유류세 인하폭을 37%로 확대하면서 휘발유 가격 오름세가 다소 꺾이는 모양새이지만 이러한 가격 하락이 계속될지는 미지수다. 정부의 유류세 인하 정책들이 시행 초기에만 반짝 빛을 발하고 이내 국제유가 동향에 따라 체감효과가 사라진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 국제유가 상승에 빛바랜 유류세 인하
최근 15년 간 정부가 시행한 유류세 인하 정책을 시행한 것은 총 6번이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국제유가가 두바이유 기준 배럴당 100 달러를 돌파하자 정부는 3월부터 12월까지 10개월 간 유류세를 10% 인하했다. 이에 따라 휘발유와 경유, LPG의 유류세는 각각 리터당 82원, 58원, 17원씩 내렸다.
[성남=뉴스핌] 윤창빈 기자 = 정부가 7월(오늘)부터 유류세 인하율을 현행 30%에서 37%로 높이기로 했다. 휘발유는 리터당 57원, 경유는 38원, LPG(부탄)은 12원의 추가 인하 효과가 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국제유가 고공행진 속 국내 주유비도 사상 최고 수준으로 치솟은 데 따른 조치다. 사진은 1일 경기 성남시의 한 알뜰주유소. 2022.07.01 pangbin@newspim.com |
당시 전국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리터당 1687.9원을 기록했는데 시행 첫주에는 29원 떨어졌다. 그러나 한달 만에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1688원을 넘어서면서 유류세 인하 전 수준으로 되돌아갔고, 같은 해 7월에는 1950원 선에 육박하게 됐다. 그해 유류세 세수는 1조3000억원 감소했다.
이어 정부가 다시 유류세 인하 카드를 꺼내든 것은 2018년 때다. 당시 국제유가가 배럴당 80 달러를 웃돌면서 정부는 2018년 11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6개월 간 유류세를 15% 인하했다.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123원 내려갔고, 1690원이었던 휘발유 판매가격은 1511원까지 낮아졌다. 이후 기름값은 이듬해 4월까지 내리막을 보였는데 이는 국제유가 하락에 따른 결과였다는 게 지배적인 분석이다.
유류세 인하 조치가 시작된 날 두바이유 가격은 73 달러로 떨어지기 시작했고 그해 연말 50달러 아래로 가라앉았다. 그러나 유류세 인하 정책이 끝날 즈음인 2019년 4월 국제유가가 다시 상승세를 보이면서 정부는 인하폭을 7%로 축소해 유류세 인하기간을 2019년 5월부터 8월까지 늘렸다. 2018년 11월부터 2019년 8월까지 세수 감소 규모는 총 2조6000억원 규모로 추산됐다.
◆ 유류세 비중 큰데…올해 세수 8조 감소
지난해 국제유가가 치솟자 정부는 더 강도 높은 유류세 인하를 시행했다.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4월까지 유류세를 20% 내렸다.
이는 역대 최대폭 인하였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제유가 급등세가 변수로 작용하면서 유류세 인하 체감효과는 시행 넉달 만에 소멸됐다. 당시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1800원을 넘기면서 유류세 시행 전 가격으로 되돌아갔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는 5월부터 인하폭을 30%로 확대했고, 그래도 기름값이 잡히지 않자 이달 1일부터 12월까지 인하폭을 37%로 키웠다. 유류세는 휘발유 기준 1리터당 516원으로 내려갔다. 법적으로 가능한 최대 한도 만큼 낮췄지만 기름값이 떨어질 것이란 기대는 적다.
유가가 오르면서 유류 가격을 구성하는 유류세의 비중 자체가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6월 다섯번째주 휘발유 판매가격은 1리터당 2137.7원인 점을 고려했을 때 유류 판매 가격에서 세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41% 정도로 절반도 채 되지 않는다.
유류세 인하폭 37%로 확대 [자료=기획재정부] 2022.06.29 jsh@newspim.com |
이에 따른 세수 결손은 상당하다. 유류세 20% 인하에 따른 세수 감소분은 2조5000억원, 30% 인하시 1조3000억원, 37% 인하시 5조원으로 전망됐다. 올해 유류세 인하로 줄어드는 세수만 8조원이 넘는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유류세 인하폭을 최대 100%로 넓히자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현재 국회에 발의된 교통 환경 에너지세법 개정안을 보면 서병수 국민의힘 의원은 유류세를 100% 면세하자는 내용의 법안을, 배준영 국민의힘 의원은 유류세 조정폭을 50%로 낮추자는 법안을,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70%로 인하하자는 법안을 각각 대표 발의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정부 고위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며 난색을 표했다. 유류세가 전체 세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섣불리 낮추기 어려운 것이다. 유류세는 국세수입 가운데 법인세, 소득세, 부가가치세 다음으로 비중이 큰 세목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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