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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尹정부 첫 당국회담 제의..."이산상봉으로 남북관계 물꼬" 포석  

기사등록 : 2022-09-08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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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앞두고 권영세 통일장관이 담화
"상대 않을 것" 북 거부감이 걸림돌

[서울=뉴스핌] 이영종 통일전문기자 =정부가 8일 남북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당국 간 회담 개최를 북한에 제안한 것은 얼어붙은 남북관계를 조속히 복원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해석된다. 

인도적 사안인 이상상봉을 통해 남북 간 교류와 소통을 재개하고 그 과정에서 당국 간 논의의 틀도 만들어 가겠다는 의미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권영세 통일부 장관이 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이산가족 문제 해결을 위한 남북 당국 간 회담 개최를 제의하는 담화를 발표한 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2.09.08 yooksa@newspim.com

앞서 윤석열 대통령이 8.15 경축사에서 식량지원과 체제보장 등을 북한에 제안했지만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담화를 통해 일언지하에 거절한 상황에서 뭔가 돌파구가 필요하다는 판단을 한데 따른 것이다. 

북한 비핵화 문제 등을 포함한 '담대한 구상'이란 거대담론 보다는 이산상봉이란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이슈를 북한에 제안함으로써 물꼬를 트겠다는 게 정부의 복안이다. 이산상봉은 과거 남북관계가 난관에 봉착했을 때 물꼬는 트는 마중물 역할을 해왔다. 

이번 대북제안은 무엇보다 고령 이산가족들의 절박한 심정을 최우선으로 고려했다는 게 통일부 등 정부 부처의 설명이다. 

통일부와 대한적십자사가 관리 중인 이산가족정보통합시스템에 등록된 상봉 신청자는 모두 13만 3654명이다. 하지만 이 가운데 생존자는 32.7%인 4만 3746명 불과하다. 3분의 2가 넘는 67.3%(8만 9908명)가 이미 이산의 한을 풀지 못하고 고인이 됐다는 얘기다. 

생존해 있는 상봉 신청자도 90세 이상이 29.4%, 80대가 37.0%로 초고령화 된 상태다. 이런 식이라면 몇 년 가지 않아 이산상봉 문제가 자연스레 소멸할 것이란 말까지 나온다. 

[서울=뉴스핌] 이영종 통일전문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0일 평양에서 열린 '전국비상방역총화회의'에서 코로나19와의 전쟁에서 승리했다고 선언하고 있다. [사진=평양타임스] 2022.08.24 yjlee@newspim.com

권영세 장관이 담화 발표로 기자들과의 일문일답에서 "이산가족이라는 단어 자체가 사라지기 전에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당장 가능한 모든 방법을 활용해 신속하고도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힌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절박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앞서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이산상봉은 단 한 차례에 그치는 등 지지부진한 상태다. 3차례의 남북정상회담과 2차례의 북미 정상회담, 판문점 남북미 회동에도 불구하고 이산상봉 문제는 후순위로 밀린 것이다. 

문제는 북한의 호응이다.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문재인 정부와 냉랭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문 대통령에게 극렬한 인신공격성 비난을 퍼부은 북한은 윤석열 정부 들어서도 대립각을 날카롭게 세우고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 7월 27일 이른바 '전승절'(6.25 휴전협정 체결 기념일) 연설에서 한국의 군비 증강과 한미 합동 군사연습 등에 불만을 토로하며 "윤석열 정권과 그의 군대는 전멸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도 윤 대통령의 8.15 경축사를 비난하면서 "담대한 구상으로도 안된다고 앞으로 또 무슨 요란한 구상을 해가지고 문을 두드리겠는지는 모르겠으나 우리는 절대로 상대해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뉴스핌] 이영종 통일전문기자 = 식량증산을 촉구하는 북한의 선전포스터. [사진=조선중앙통신 홈페이지] 2022.09.01 yjlee@newspim.com

권영세 장관은 북한의 이런 기류를 고려한 듯 "열린 마음으로 북한과의 회담에 임할 것"이라면서 "회담 일자와 장소, 의제와 형식 등도 북한 측 희망을 적극 고려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북한이 코로나19 확산에 극도의 경계심을 보이는 점도 이산상봉이 당장 실현되기 쉽지 않은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달 10일 비상방역총화회의를 통해 김정은이 코로나 종식을 선언했지만, 대북전단 등으로 인해 남한에서 코로나가 유입됐다고 주장해온 북한이 남북 실향민의 대면접촉을 허용하기는 사실상 어려워 보인다. 

다만 북한 김정은 정권으로서도 추석맞이 이산상봉을 제안한 남측의 담화에 무작정 거부하는 태도만 취하기는 부담일 수 있다. 또 일정 시점에 가서는 북한도 남북관계 재개의 필요성을 느낄 수 있고, 그 과정에서 이산상봉을 출발점을 삼을 공산이 크다. 

북한이 해외 여러 공관을 동원해 식량지원 타진에 나선 점도 변수가 될 수 있다. 김정은 위원장도 절박함을 피력한 식량 문제로 압박을 받는 북한이 자발적으로 대북지원을 우리 정부에 요청하지는 않더라도 이산상봉을 통한 식량확보를 염두에 둘 수 있다는 점에서다. 

당장 이산가족 상봉행사가 성사되지 않더라도 당국회담 재개 등을 통해 소통을 시작하고 상봉 성사를 위한 여건을 마련해 가는 수순을 정부가 구상하고 있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yjlee@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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