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채명준 기자 = 서울시 '청년 이사비 지원사업(이하 이사비 사업)'이 월세 위주의 까다로운 지원조건으로 인해 목표로 했던 지원자 수를 달성하지 못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버팀목 대출 등 전세를 이용한 청년도 지원대상에 포함하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12일 뉴스핌 취재결과 서울 거주 청년 5000명 지원을 목표로 실시했던 이사비 사업이 목표치의 1/4도 채우지 못해 사업 기간을 연장한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뉴스핌] 정광연 기자 = 2022.10.09 peterbreak22@newspim.com |
◆ 청년 약자 지원 목표...결과는 1000여명 선정
이사비 사업은 서울시가 광역 지자체 최초로 주거취약계층인 청년들의 주거비 부담을 덜어주자는 취지에서 시행했다. ▲차량대여비 ▲운반비 ▲포장비 등 실제 이사에 소요되는 비용을 최대 40만원까지 실비로 지원한다.
약 5000명 지원을 목표로 지난 9월 6일부터 26일까지 3주간 신청을 받으며, 사회적약자와 주거취약계층 청년을 우선 선정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사비 사업을 신청하기 위한 조건으로는 ▲서울 거주 만 19~39세(주민등록등본상 출생연도 1982~2003년) 청년 가구 ▲기준 중위소득 120% 이하(월 233만3774원) ▲무주택 세대주‧임차인 ▲임차보증금 5000만원 이하이고 월세 40만원 이하 건물(주택 및 고시원 등 비주택 모두 가능) 등이 있다.
그러나 시 관계자에 따르면 모집 기간 마지막날까지 신청자는 목표의 절반도 안되는 2000명 남짓이었으며 그나마 선정 조건을 채운 인원은 1000여명에 불과했다.
이사비 지원 보증금 및 월세 조건표 [자료=서울시] |
◆ 보증금 5000만원 이하 태반이 '반지하'
일각에서는 낮은 사업 신청률이 까다로운 지원조건 때문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월세 외에도 '중소기업취업청년 전세 대출', '청년전용 버팀목전세 대출' 등을 통해 1억원 이상의 전세에 살고 있는 경제적 약자도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광진구에서 부동산 중개업을 하는 한 공인중개사는 "보증금·월세 위주로만 지원조건을 설정하면 신청자의 수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특히 주거비도 많이 오른 상태고 청년을 39세까지 포함한다면 전세까지 지원 범위에 포함시켜야 신청자가 많아질 거다"라고 말했다.
이어 "월세 40만원을 시장가 전세로 바꾸면 8000만원이니까 보증금 5000만원에 월세 40만원은 전세 1억3000만원과 같은 셈이다"라며 "월세는 지원하고 전세는 안 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네이버 부동산'에서 서울 지역 중 매물이 많고 주거비가 높지 않은 편인 광진구에 한정해 ▲보증금 5000만원 이하 ▲월세 40만원 이하 ▲전·월세 등의 조건을 충족한 원룸·투룸의 수는 총 1100여개 중 84개에 불과했다. 이 가운데 48개는 주거 환경이 열악한 '반지하' 매물이었다.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행정이라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반면에 동일한 지역에서 ▲보증금 5000만원 이상 1억3000만원이하 ▲전세 조건으로 필터링을 했을 때는 총 100여개의 매물이 나왔다. 완전히 동일하지는 않겠지만 조건을 전세 1억3000만원까지 확장한다면 184곳의 선택지가 생기는 셈이다.
게다가 연일 금리까지 뛰고 있어 전세 매물은 늘고, 버팀목 대출을 활용해 전세를 이용할 청년은 많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서울시는 부족한 신청자 수를 채우기 위해 '부동산 중개수수료'를 지원 항목에 추가하고 신청기간도 오는 11월 16일까지 연장한 상태다.
서울시 관계자는 "'약자와의 동행'을 목표로 청년 중에도 경제적 약자를 지원하려고 소득이나 주거 기준을 낮게 설정했는데 계획했던 것보다 지원자가 수가 적은 것 같다"면서 "우선은 중개수수료도 지원하는 등 지원 항목을 추가하고 향후 지원 조건 완화도 검토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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