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채송무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윤희근 경찰청장 면전에서 "왜 4시간 동안 물끄러미 쳐다만 보고 있었나"고 질타하면서 이태원 참사 책임추궁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관건은 정치적 책임을 어디까지 지우느냐다.
윤 대통령은 지난 7일 국가안전시스템 점검회의를 통해 강도 높게 경찰을 비판했다. 이태원 참사에 대한 진상조사가 이어지면서 치안당국인 경찰의 부실대응과 국가 재난안전 대응의 기본인 보고 체계의 미숙함이 드러난 것에 대한 분노였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00회국회(정기회) 제8차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문에 답변하기 위해 마스크를 벗고 있다. 2022.11.07 pangbin@newspim.com |
윤 대통령은 비공개 회의 내내 경찰을 질타했다.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에서 공개한 비공개 회의 영상에 의하면 여러 차례 책상을 내리치는 등 언성을 높였다.
윤 대통령은 "아마 초저녁인 오후 5시 40~50분께부터 사람들이 점점 모였고, 6시 34분에 첫 112 신고가 들어왔을 정도면 아마 거의 아비규환 상황이 아니었겠나 싶다"며 "그 상황에서 경찰이 권한이 없다는 말이 나올 수가 있나"라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의 지적은 구체적이었다. 대통령은 "어디 멀리, 어디 구석에서 벌어진 것이 아니라 주 도로 바로 옆에 있는 인도에서 벌어진 사고다. 그러면 당연히 주 도로를 차단했어야 하지 않는가"라며 "불법주차한 게 몇 개 있더라도 차가 빠른 속도로 이동만 하지 않으면 그게 통행의 공간이 되지 않는가, 그걸 왜 안 했는지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뉴스핌] 윤석열 대통령. [사진=대통령실] photo@newspim.com |
윤 대통령은 "경찰의 역량을 아주 높이 평가하지만 이번 사고는 너무 어이가 없는 사고였다"며 "국민이 여기에 대해 납득이 갈 수 있도록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아주 엄정하게 진상을 규명해서 다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라 강조했다.
윤 대통령이 책임론을 언급하면서 우선 경찰에 대한 대대적인 물갈이가 예상된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이번 일의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경찰 특수본은 이임재 전 용산경찰청장, 서울경찰청 상황관리관이었던 류미진 총경, 박희영 용산구청장, 최성범 용산소방서장 등 6명을 피의자로 전환하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등 정치적 책임이 제기된 이들을 물러나게 할지는 미지수다.
윤 대통령은 이날 "경찰 전체를 잘못했다고 질타하는 것은 아니다. 책임이라고 하는 것은 책임이 있는 사람에게 딱딱 물어야 하는 것이지 그냥 막연하게 다 책임지라는 것은 현대사회에서 있을 수 없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진상규명 이후 그에 적합한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지만,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지는 대통령과 정부의 정치적·도의적 책임에 대해서는 거론하지 않은 것이다. 오히려 윤석열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이상민 장관을 유임해 정권의 안정에 힘써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지난 6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에 마련된 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공간에서 시민들이 희생자를 추모하고 있다. 2022.11.06 mironj19@newspim.com |
이에 대해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원 교수는 "대통령의 발언은 법적 책임에 대해서는 명확히 한 것이지만, 정치적·도의적 책임은 거론하지 않아 아쉽다"라며 "이상민 장관은 물론 법적 책임을 물을 수는 없지만, 참사 초기 재난 주무 장관으로서 국민의 정서에 반하는 발언을 하는 등 책임을 져야 하는 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종훈 평론가는 "대통령은 검찰 출신답게 여전히 법적 기준을 우선적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라며 "야당은 총리부터 책임지라고 하고 있지만, 대통령은 법적으로 명확히 책임질 상황이 아니면 책임을 묻지 않으려는 의사인 것 같다"고 해석했다.
이 평론가는 "이상민 장관도 교체하지 않으려는 것 같다"라며 "이에 따른 역풍은 감수하겠다는 것으로 이미 국정 수행 지지율은 낮은 상태니 중도층을 끌어들이는 것을 포기하려는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이 정치적 책임을 배제한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정치적 책임을 지우는 것에도 사실관계의 명확한 규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오히려 대통령은 대국민담화와 종교단체 추모의 자리 등에서 오히려 명확한 정치적 책임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은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켜야 하는 정부와 대통령의 무한 책임에 대해 그동안 기회 있을 때마다 언급했다. 윤 대통령이 야당과 일각의 의혹처럼 정치적 책임에 의한 인적 교체보다는 법적 책임을 지는 인사만 교체하는 선에서 책임론을 정리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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