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홍석희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역점을 두고 추진하고 있는 '노동개혁'에 대한 여야의 입장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민주당은 근로시간 유연화 추진을 두고 '노동개악'이라고 일갈하며 혹평한 반면 국민의힘은 친윤계 공부모임에서 노동개혁을 주제로 강연을 여는 등 지원사격에 나선 모양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5일 국정과제 점검회의에서 3대 개혁 과제(노동·교육·연금)를 언급하며 본격적인 '개혁 드라이브'에 시동을 걸었다. 특히 "노동개혁을 이루지 못하면 노동문제가 정쟁으로 흘러 정치도 망하고 우리 경제도 망하게 된다"며 강한 노동개혁 의지를 피력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주호영 국민의힘(왼쪽)·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장실에서 회동을 마치고 나서고 있다. 2022.12.13 leehs@newspim.com |
화물연대의 집단운송 거부사태에 강경 대응한 뒤로 국정 지지율이 오르는 등 분위기가 고무되자 노동개혁을 향후 국정운영의 추진력으로 삼겠단 의도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지난 21일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도 "가장 우선적으로 해야 할 것이 노동개혁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한 뒤 "노조의 부패가 공직 부패·기업 부패와 함께 우리 사회에서 척결해야 할 3대 부패의 하나다. 우리의 노조 활동도 투명한 회계 위에서만 더욱 건강하게 발전할 수 있다"고 노동조합의 재정 투명성 강화를 제시했다.
윤석열 정부의 노동개혁 방안은 크게 근로시간 유연화·노동시장 이중구조 개혁·임금체계 개편 등으로 세 축으로 이루어져 있다.
현행 주 52시간제의는 기본 근로시간 40시간에 최대 연장 근로시간을 12시간까지 허용하고 있는데, 이를 주·월·분기·반기·1년 단위로 관리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주 52시간제를 업종 및 기업 특성에 맞춰 운용할 수 있도록 유연성을 부여하겠단 취지다.
다만 이러한 개편안을 도입할 경우 산술적으로 주당 최대 69시간 근로가 가능해져 노동자들이 장기간 근로에 노출될 수 있단 지적도 나온다.
원청·하청, 정규직·비정규직, 대기업·중소기업으로 이분화 된 노동시장의 격차를 줄이기 위한 방안도 검토 중이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논의를 거쳐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에 따른 파견제도 개편 등의 개선안을 도출할 계획이다.
임금체계와 관련해선 현행 연공제에서 벗어나 직무·성과평가 도구 개발을 통해 성과별로 보상 받는 방안을 추진할 방침이다.
이에 민주당은 '근로시간 유연화' 방안을 중점 타겟으로 삼아 '노동개악'이라고 공세를 퍼붓고 있다.
김성환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지난 20일 "정착 단계에 있는 주 52시간제를 무력화하는 주 69시간제는 다시 저임금·장시간 노동체제로 회귀하는 노동개악에 다름 아니다"며 "주 52시간제 시행으로 연 2000시간대 근로시간이 1900시간으로 줄었다. 그러나 OECD 평균에 비교하면 여전히 200여시간이 더 길다"고 지적했다.
민주연구원도 정책브리핑을 통해 "연장 근로시간 관리단위의 확대는 신규 채용의 필요성을 줄이는 결과를 초래한다"며 "시급한 것은 노동시간 유연화가 아니라 노동시간의 단축"이라고 주장했다.
근로시간 유연화 이외의 개혁방안의 경우 구체성이 떨어진다며 장기적 안목에서 계획을 만들어야 한단 지적도 나온다.
민주당 측 환노위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진단을 조금 더 구체적이고 정확하게 하는 게 필요하다. 그에 따라 처방도 나와야 한다"며 "단순 노동시간을 늘려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로 진단한 것 자체가 너무 근시안적"이라고 혹평했다.
[서울=뉴스핌]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1차 국정과제 점검회의에 참석해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2022.12.15 photo@newspim.com |
반면 국민의힘은 정부의 노동개혁 기조에 발맞춰 관련 메시지를 쏟아내며 적극적인 지원사격에 나섰다.
친윤석열(친윤)계 공부모임인 '국민공감'은 지난 21일 김태기 중앙노동위원장과 이채필 전 고용노동부 장관을 연사로 초빙해 '윤석열 정부 노동개혁의 길' 특강을 진행했다.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인사말에서 "윤석열 정부의 핵심 과제가 노동개혁이다. 어느 정권도 엄두도 안 나 시도조차 못한 개혁 과제"라며 "대한민국이 앞으로 나아가려면, 전진하려면 피할 수 없는 과제"라고 강조했다.
이어 "결론적으로 어떻게 대통령을 뒷받침해야 하나. 우리가 뭉쳐야 한다"며 "100만 당원 시대에 국민의힘 구성원이 뭉치지 않고는 노동·연금·교육개혁을 밀어붙일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태기 중앙노동위원장은 강연에서 "대통령이 이미 노동개혁을 시작했다"며 "이번에는 그 계기가 화물연대에서 나왔다고 본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노동개혁은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는다. 윤석열 정부에서 노동개혁이 완수되느냐. 어림도 없다고 생각한다"며 "꽤 긴 기간 가야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노동조합의 재정·회계 투명성 강화' 필요성도 강조하며 윤 대통령의 노동개혁에 입법적으로 뒷받침하겠단 의지를 피력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지난 20일 "(노조) 재정은 사실상 외부로부터 감사의 눈길이 전혀 미치지 않는 영역으로 남아 있다"며 "노조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수십억원 이상의 예산을 지원받고 있는데 거액의 돈이 외부감사 눈길에서 완전히 벗어나 있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같은날 하태경 의원도 회계감사자 자격을 공인회계사 등 법적 자격 보유자로 규정하는 등의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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