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신영 기자 =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출범 2주년을 맞은 가운데 눈에 띄는 수사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구속 건수가 0건인 데다 일부 사건을 검찰로 재이첩해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비판과 함께 일각에서는 폐지론까지 제기된다.
공수처는 인력 부족 탓에 수사 역량을 제대로 발휘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법조계는 주어진 환경 속에서 작은 성과라도 보여줘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과천=뉴스핌] 윤창빈 기자 =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2022.08.31 pangbin@newspim.com |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는 출범 이후 지난 2년간 피의자에 대한 체포영장과 구속영장을 법원에 각각 4건과 2건 청구했으나 발부받지 못했다. 최근에는 검찰로부터 넘겨받은 '김학의 불법 출국금지 수사 외압' 사건을 참고인 소환이 어렵다는 등의 이유로 검찰로 재이첩해 수사력 논란이 일었다.
김진욱 처장은 이에 대해 이날 출범 2주년 기자간담회에서 "검찰로 이첩할 만해서 이첩했으며 검찰도 이 부분을 이해하고 있다"며 "검찰이 기존 사건과 함께 수사를 빠르게 진행할 것"이라고 해명했으나, 수사력 비판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공수처 '1호 수사' 사건으로 꼽히는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해직교사 특별채용 의혹의 경우, 공수처법 통과를 주도했던 더불어민주당으로부터 공수처 설립 취지인 권력형 범죄에 부합하지 않는 사건이라는 질타를 받기도 했다. '1호 기소' 사건인 김형준 전 부장검사의 뇌물수수 혐의 사건은 지난해 11월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기존에 수사하던 이영진 헌법재판관의 '골프접대' 의혹 수사 등은 사건 검토가 길어지면서 해를 넘긴 상태다.
공수처는 출범 1년 당시 빈약한 수사 성과와 정치적 편향 논란 등에 휩싸이자 검찰 출신을 대거 영입하고 공보준칙을 손보며 쇄신에 나섰다. 지난해 8월에는 그동안 정부부처가 쓰던 태극 문양 로고를 새롭게 바꾸고 공수처만의 로고와 슬로건을 발표하기도 했다.
[서울=뉴스핌] 김기락 기자 = 공수처 CI [CI=공수처] 2022.08.18 peoplekim@newspim.com |
하지만 여전히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공수처는 검찰과 경찰 등 타 수사기관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인력 문제를 원인으로 꼽고 있다.
현재 공수처 검사 25명, 수사관 40명, 행정직원 20명으로 구성돼 있다. 김 처장은 이날 "수사관의 경우 75명으로 늘어나야 하며 행정직원 증원 문제는 더욱 시급하다"고 호소했다.
법조계는 검찰·경찰을 견제하는 공수처의 상징성을 고려할 때 폐지 논의는 이르다고 보면서도, 비좁은 청사와 인력 부족 문제 만을 탓할 때가 아니라고 꼬집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특별검사팀의 경우도 소수 인원으로 수사를 시작해 성과를 내기도 한다"며 "언제까지 청사가 비좁고, 인력이 부족하다는 타령만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타 수사기관에서 이첩받은 사건 외에 자체적으로 인지 수사 등에 나선다면 성과를 기대할 수도 있다"며 "조직 내 선순환이 필요할 때가 아닌가 싶다"고 조언했다.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공수처가 출범 취지처럼 검찰과 경찰 등의 견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상징적인 의미가 있긴 하다"면서도 "공수처가 앞으로 뚜렷한 성과를 내야 견제 효과가 커질 것"이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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