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정성훈 기자 = 울산 산재전문 공공병원 건립이 문화재발굴조사, 중간설계 총사업비 조정협의 장기화, 예산 삭감 등 악재가 겹치면서 차질을 빚고 있다.
해당 병원을 운영할 고용노동부 산하 근로복지공단은 병원 건립 부지에서 옛 문화재가 발견돼 공사 연기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국회 심의 과정에서 올해 정부가 집행하려했던 예산보다 100억원가량이 추가 삭감돼 병원 건립이 좌초 위기에 처했다.
◆ 국회예산처, 내년 총지출 13조7670억 감액…4개 사업 대폭 삭감
25일 국회에 따르면, 국회예산정책처는 최근 발표한 '2023년도 예산안 심의결과'에서 올해 정부안 대비 총수입과 총지출이 각각 2636억, 13조7670억원 감액 조정됐다고 밝혔다.
특히 ▲방위사업청의 중요시설경계시스템 사업 ▲방위사업청의 근거리정찰드론 사업 ▲산업통상자원부의 재생에너지 장주기저장 및 전환을 위한 'P2G(Power to Gas)' 기술개발 ▲고용노동부의 산재병원지원 사업 등 4개 사업은 국회 심의 과정에서 정부 예산안의 50% 이상 감액됐거나 전액 삭감돼 원만한 사업 추진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자료=국회예산정책처] 2023.01.25 jsh@newspim.com |
먼저 방위사업청의 중요시설경계시스템 사업은 국방위원회 예비심사에서 시험평가 대상장비 설치 과정에서의 문제로 인해 지난해 예정됐던 시험평가 및 계약 일정이 순연됨에 따라 올해 사업비 연부액(58억4500만원 수준)이 변경된 점을 고려, 208억1700만원을 감액하는 것으로 의결했다. 본 회의에서도 예비심사 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여 최종 예산을 확정했다.
방위사업청의 근거리정찰드론 사업 예산도 대부분 삭감됐다. 해당 사업은 구매 시험평가 중 결함 발생으로 인해 지난해 11월 재입찰 공고를 진행함에 따라 계약일정이 2022년에서 2023년으로 순연됐다. 이에 국방위원회의 예비심사에서 140억2200만원 감액된 8800만원만 의결됐다. 본회의에서도 정부안 141억1000만원에서 상임위 의결대로 140억2200만원 감액된 8800만원으로 예산이 확정됐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재생에너지 장주기저장 및 전환을 위한 'P2G(Power to Gas)' 기술개발사업은 예산 전액이 감액돼 사실상 사업 추진이 어려운 상황이다. 해당 사업은 재생에너지로 만들어진 전기에너지를 가스에너지로 전환해 에너지를 공급하는 데에 필요한 기술개발을 지원하는 것이다.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예비심사 결과 2022년 1단계 사업 종료 후 실시한 단계평가에서 중단으로 판정, 본회의에서 올해 예산 28억300만원 전액을 삭감했다.
◆ 2026년 상반기 개원 목표 울산 산재전문병원…계획 차질 불가피
고용노동부가 야심차게 추진하는 '울산 산재전문 공공병원' 건립도 차질을 빚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예비심사 결과를 바탕으로 올해 정부계획안 전액이 집행 불가하다고 판단해 증액분 535억원을 삭감하기로 의결했다. 하지만 국회 본회의에서 공사 일정이 정부 계획보다 늦어질 것으로 판단, 정부안 945억3100만원에서 621억원이 감액된 324억3100만원으로 최종 예산이 확정됐다.
울산 산재전문 공공병원은 울산시와 울주군이 토지매입비용을 대고, 고용노동부가 나머지 건축비와 기자재 구입 비용 등을 부담하기로 하면서 2018년 본격적인 설립이 논의됐다. 2019년 1월 정부 예비 타당성 조사 면제사업에 선정되면서 사업에 박차를 가했다.
순조롭게 진행되던 병원 설립은 문화재발굴에 발목을 잡혔다. 2019년 4월 울주군 범서읍 굴화리 태화강변 공공주택 지구로 입지 확정 이후, 2021년 4월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서 문화재 조사를 진행했는데, 같은해 7월 해당부지에서 청동기 및 통일신라, 조선시대 문화재가 발견된 것이다. 이후 2022년 7월까지 1년 넘는 기간 동안 문화재청의 정밀조사가 이뤄졌다. 정밀조사 결과 특별한 가치가 있는 문화재가 발견되진 않았다.
근로복지공단 본부 전경 [사진=근로복지공단] 2020.11.06 jsh@newspim.com |
다만 이 과정에서 병원 건립 일정이 1년 넘게 미뤄졌다. 당초 2021년 12월 착공에 들어가 2025년 중 개원을 목표로 했으나, 착공 일정이 1년 3개월 정도 밀리면서 개원 시기도 2026년 상반기 중으로 연기됐다.
근로복지공단 관계자는 "문화재 발굴이 (공사 연장의) 주된 원인이었다"면서 "당초 2024년 말 준공하고 2025년 초 개원할 계획이었는데, 이 기간이 2025년 완공, 2026년 상반기 개원으로 2년 정도 연장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예측할 수 없는 변수가 추가적으로 발생하지 않는 이상 공정이 늦어질 가능성은 낮다"고 덧붙였다.
병원 건립 계획에 차질을 빚으면서 관련 예산 편성 과정에서도 불협화음이 빚어지고 있다. 근로복지공단에 따르면 해당 병원 건립에는 총사업비 2059억원이 투입된다. 전액 국비로, 울산시(322억원)와 울주군(250억원)이 부지매입비를 공동 분담하고, 나머지 건축비와 자재 구입비 등은 고용노동부가 부담하기로 했다.
하지만 병원 설립 예산 확보에 난항을 겪으면서 공사 추진이 원할하지 않은 상황이다. 예정처에 따르면 고용부는 예비심사를 통해 문화재발굴조사, 중간설계 총사업비 조정협의 장기화 등을 이유로 올해 관련 예산을 535억원 대폭 삭감했다.
예정처는 "고용부는 문화재발굴조사, 중간설계 총사업비 조정협의 장기화 등으로 2022년 예산 230억원이 이월될 예정이고, 연차별 공사 누적공정률 변경이 필요(2023년 45%→24%)해 2023년도 정부계획안 전액의 집행이 불가능해 증액분 535억원을 감액하기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정부 계획은 국회 심의 과정에서 또 한 번 무너졌다. 국회 본회의에서 정부 예산안보다 100억원가량 많은 사업예산을 추가로 삭감한 것이다. 결국 관련 사업 비용은 정부안 945억3100만원에서 621억원 감액된 324억3100만원으로 예산이 확정됐다.
고용부 관계자는 "정부안을 정할때는 9월 초였는데, 실제 국회 심의를 받는 건 3개월 후가 되다보니 3개월 동안 공기(공사기간)를 다시 계산하다보니 예산이 더 줄어든 것"이라며 "3개월간 상황들을 다시 보니 저희가 예상했던 것보다 공정률이 3% 포인트(p) 정도 더 낮게 나와 추가 감액이 불가피했다"고 설명했다.
근로복지공단 관계자는 "공사가 늦어지면서 올해 집행할 수 있는 예산을 넘어섰기에 그 비용만큼 감액된 것"이라며 "올해는 토목공사같은 기초공사를 중심으로 공사가 진행돼 건축비가 많이 들어가지는 않겠지만, 내년부터는 본격적인 공사에 돌입해 건축비도 당초 계획대로 정상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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