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베트남전쟁 당시 한국군의 민간인 학살로 가족을 잃은 베트남인에 대한 국가배상 책임을 인정한 첫 법원 판단이 나왔다. 베트남전 민간인 학살 피해자가 한국 법원에 소송을 제기해 승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68단독 박진수 부장판사는 7일 베트남인 응우옌 티 탄(63) 씨가 대한민국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3000만100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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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부장판사는 "원고 측이 제출한 각 증거들과 증인들의 일부 진술, 원고 본인에 대한 신문 결과에 의하면 1968년 2월 12일 대한민국 해병 2여단 1중대 소속 군인들이 작전을 수행하던 중 원고의 집에 이르러 총으로 위협하면서 원고 가족을 방공호 밖으로 나오도록 명령했고 이들이 밖으로 나오자 바로 총격을 가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했다.
이어 "이로 인해 원고의 친척들이 현장에서 사망했고 원고와 원고의 오빠는 총격으로 심한 부상을 입었다"며 "군인들은 당시 외출중이었던 원고의 모친도 다른 사람들과 한 곳으로 강제로 모이게 한 다음 총으로 사살했고 이는 명백한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박 부장판사는 한국 정부가 응우옌 씨에게 지급해야 할 위자료 액수를 4000만원으로 정했다. 다만 응우옌 씨가 청구한 3000만100원의 범위에서 배상하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 인권침해의 불법성과 원고의 나이, 불법행위로 입게 된 피해 및 인권침해 정도, 하급심 법원에서 이와 유사한 사건으로 인정된 금액과의 형평성, 이 사건 불법행위가 일어난 때로부터 50년 이후 배상이 지연돼 그 기간 동안 발생한 물가와 통화가치 등을 고려해 위자료를 산정했다"고 덧붙였다.
한국 정부는 응우옌 씨에게 대한민국 국가배상법이 적용되지 않고 소멸시효가 완성돼 손해배상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으나 박 부장판사는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박 부장판사는 "국가배상법상 상호보증이 인정되고 피고가 시효 완성을 주장하는 것은 권리남용에 해당한다"며 "원고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할 무렵까지 객관적인 (손해배상)채권을 행사하지 못할 장애 사유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앞서 응우옌 씨는 8살이던 1968년 2월 12일 베트남 꽝남성 디엔반현 퐁니 마을에서 파월한 한국군 해병 제2여단(청룡부대) 소속 군인들에 의해 총상을 입고 가족이 살상 당했다며 2020년 4월 위자료 3000만100원을 지급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퐁니 마을에서는 한국군에 의해 민간인 70여명이 학살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소송 과정에서 해병대 소속으로 베트남전에 파병된 류진성 씨는 한국군의 민간인 학살을 목격했다고 증언했다. 또 소송을 제기한 응우옌 씨와 삼촌 응우옌 득 쩌이 씨도 법정에서 당시 상황을 진술했다.
반면 한국 정부는 베트콩이 한국군으로 위장했을 가능성이 있어 한국군의 민간인 학살 피해가 입증되지 않았고 남베트남과 1965년 맺은 군사실무 협약에 따라 베트남인이 한국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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