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강명연 기자 = 대한항공이 4월로 예정된 마일리지 개편을 전면 수정할 위기에 처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을 시작으로 여당의 거센 비판이 더해지며 부정적인 여론이 급부상하면서다.
대한항공 입장에서는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을 앞두고 개편안 적용이 불가피했을 것으로 풀이된다. 합병 이후 마일리지 개편과 아시아나 마일리지 통합을 동시에 진행하면 부담이 커질 수 있어서다.
하지만 동시에 사상 최대 실적을 낸 시점이 대한항공에 등을 돌리는 여론을 키우는 요인이 됐다. 특히 실적 부진이 이어지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정부 지원과 자구노력에 힘입어 최대 흑자를 경신한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한항공 보잉 787-9 여객기 [사진=대한항공] |
◆ '단골' 외면한 마일리지 개편에 거센 비판…최대실적 경신 시점도 악영향
22일 항공업계 등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4월로 예정된 마일리지 개편안에 대한 개선을 검토하고 있다. 공제 기준이 '지역'에서 '운항거리'로 변경되며 소비자 편익이 줄었다는 비판에 한발 물러난 것이다.
대한항공은 단거리 노선 고객에 유리하다는 주장을 폈지만 여론을 설득하지 못했다. 보너스 항공권 구매 고객 중 국내선 이용 비중이 50%에 가깝고 일본, 중국, 동남아 등 중·단거리 고객을 포함하면 76%에 달한다는 점을 들었다.
하지만 충성고객들이 보너스 항공권으로 장거리 이용을 선호한다는 점을 간과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마일리지로 장거리 항공권을 구매하는 고객일수록 대한항공을 많이 이용하는 단골이라고 볼 수 있다. 이들 입장에서는 기존 대비 마일리지 공제가 크게 늘면서 손해가 커진 셈이다.
개편안 적용 시점도 좋지 않았다. 대한항공은 당초 2021년 4월 마일리지 개편을 시행할 예정이었지만 코로나 여파로 계속 미뤄오다 올해 적용을 예고했었다.
문제는 부실한 재무구조를 지적받던 대한항공이 코로나를 계기로 대규모 실적 개선을 이뤄냈다는 것이다. 마일리지 개편을 발표한 2019년 말까지만 해도 대한항공은 2년 연속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며 부진을 면치 못했다. 부채로 잡히는 마일리지 개편에 대해 불가피하다는 논리가 일부 용인될 여지가 있는 환경이었다는 의미다.
반면 코로나 대유행은 오히려 대한항공에게 반전의 기회를 줬다. 대규모 정책자금 지원과 직원 휴직, 화물부문 호황 등이 겹친 결과다. 11년 만에 사상 최대 실적을 자랑하며 4년 만에 주주배당도 결정했다. 실적 잔치를 벌이는 와중에 소비자 편익을 줄인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시점이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마일리지 개편을 처음 발표할 때만 해도 대한항공이 경영 위기에 가까웠지만 지금은 상황이 정반대가 된 만큼 불편한 목소리가 커질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고 말했다.
◆ 아시아나 합병 앞두고 강행 불가피 분석도…"소비자 편익감소 보완 필요"
다만 대한항공이 마일리지 개편을 계속 미루기 어려운 상황이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올해 아시아나항공 인수 여부가 결론나면 곧바로 양사 마일리지 통합작업에 착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마일리지 개편과 통합을 동시에 추진하는 부담 역시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양사 마일리지 통합으로 아시아나항공 기존 고객들이 손해를 볼 거라는 우려가 계속 제기됐다. 마일리지 개편이 개악이라는 비판과 더해지면 추진이 더욱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최대 실적을 경신한 상황에서 소비자 편익을 배려하는 조치 없이 개선안을 밀어붙였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렵다. 개선안 발표 당시는 현금과 마일리지를 함께 사용하는 복합결제 등을 내세웠지만 경쟁당국인 공정거래위원회의 권고에 따른 것이었다.
반면 공제 기준 변경에 따른 소비자 편익 감소를 보완하는 조치는 거의 없었다. 장거리 공제율을 늘리면 부채로 잡히는 마일리지를 대폭 줄일 수 있는 만큼 소비자에게 일부 보상이 있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2조원 넘는 이연수익(마일리지 부채)을 줄이면 재무구조 개선에 큰 도움이 된다.
정부 역시 대한항공에 칼을 빼들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지난 19일 기자들에게 "국민들에게 코로나 동안 살아남게 해줘서 감사하다는 눈물의 감사 프로모션을 하지는 못 할망정 국민 불만을 사는 방법을 내놨다"며 강하게 질책했다.
앞서 지난 15일에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역대급 실적을 내고도 고객은 뒷전"이라며 마일리지 개편안에 동의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공정위 역시 마일리지 개편안을 신고받은 뒤 소급적용 등의 적정성 등을 포함해 검토작업을 벌이고 있다.
대한항공은 뒤늦게 수습에 나섰지만 힘을 얻지 못하고 있다. 보너스 좌석을 늘리고 이를 위해 올 성수기에 한시적으로 특별기 100편을 뉴욕, 로스엔젤레스, 파리 노선 등에 띄우겠다고 보고했지만 국토부는 미흡하다고 평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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