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정성훈 기자 = 직무급제 도입을 앞두고 공공기관 여기저기서 불만이 터져 나온다. 불만의 요지는 "어디부터 손대야 할지 감이 안잡힌다"는 것이다.
직무급제는 업무의 성격·난이도·책임 강도 등에 따라 급여를 달리하는 제도다. 지금까지는 연공서열에 따른 직급, 또는 호봉 등에 따라 임금을 산정했지만, 이제 직무가 임금을 산정하는 기준이 된다.
정성훈 경제부 차장 |
정부는 본보기로 공공기관 직무급을 서두르고 있다. 직무급제를 선제적으로 도입한 기관에는 인센티브도 약속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직무와 성과에 기반한 공정한 보상체계와 조직 인사관리를 확대 정착할 것"이라면서 "직무급 도입기관은 내년까지 100곳, 2027년까지 200곳 이상으로 늘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직무급제는 '공공기관 철밥통'을 깨뜨릴 한 가지 방편이 될 수 있다. 특히 소위 'MZ세대'로 불리는 젊은 직원들은 자신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좋은 기회로 여긴다.
다만 직무급제는 몇 가지 모순이 있다. 우선 공공기관 임금 인상률은 매년 1%~2% 수준으로 최저임금 인상률에도 못 미친다. 직무급제를 도입하더라도 전체 임금은 크게 늘지 않는다는 의미다.
결국 '임금 뺏기'가 본격화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세대 간 갈등은 더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직무급제 도입 취지 자체는 좋지만, 현장의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제도"라며 "높은 임금이 주어지는 직무와 그렇지 않은 직무 간 선호가 분명히 나뉘어 업무 효율성은 더 떨어질 것"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또 다른 공공기관 관계자도 "직무급제 도입은 결국 고연차 직원들의 임금을 저연차 직원들과 나누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뺏기는 자와 뺏는 자와의 갈등이 반드시 터져 나올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직무급제 도입을 위해서는 노사 합의가 전제돼야 한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노조가 직무급제 도입을 거부하면 시도조차 하지 못한다. 정부가 노조 길들이기에 본격 나선 상황에서 노조가 이에 응할지는 미지수다.
더욱이 공공기관은 직무를 나눌 수 있을 만큼 업무가 세분화 되지 않았다. 공공기관 직원 절대 다수는 사무행정직에 종사한다. 일부만 기술직, 연구직에 편성돼 있다. 사무행정직과 기술직, 연구직 업무를 바꿔 일한다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정부는 정책을 입안하는 과정에서 '정책의 민간 이양'이라는 순기능을 기대한다. 공공기관이 먼저 도입할테니 민간도 동참하라는 암묵적인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거꾸로 해보면 어떨까. 다양한 직군으로 나뉜 민간기업들이 선제적으로 도입해 사례를 만들고, 이를 참고해 공공기관이 도입하는 방안이다. 직무급제 도입에 적극 나서는 기업에는 세제혜택, 정부사업 우선권 등을 부여하는 것도 유인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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