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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더 글로리'는 드라마일 뿐…학폭 대책 서둘러야

기사등록 : 2023-03-0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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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수능 100%' 허술한 정시모집 제도 손봐야

[서울=뉴스핌] 정탁윤 기자 = "유년 시절 폭력으로 영혼까지 부서진 한 여자가 온 생을 걸어 치밀하게 준비한 처절한 복수와 그 소용돌이에 빠져드는 이들의 이야기."

오는 10일 파트2 공개가 예정된 송혜교 주연의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의 소개글이다. 파트1에서는 고교 시절 학폭(학교 폭력) 피해자인 '동은'(송혜교)이 초인적 인내력으로 복수를 준비해 가해자들의 숨통을 조이기 직전까지 가는 모습을 보여줬고, 파트2에서 본격적인 복수극이 펼쳐진다. 최근 언론 시사회를 했는데, 동은의 복수극이 더 섬뜩해진다고 한다. 

정탁윤 사회부 차장 tack@newspim.com

지난해 12월 공개 이후 입소문을 타고 젊은층을 중심으로 주변에 안본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파트2 예고편의 유튜브 조회수는 500만에 달한다. 공중파와 각종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의 패러디도 봇물을 이뤘다. 최근 정순신 국가수사본부장 낙마 후폭풍과 맞물리며 '더 글로리' 열풍을 부채질하고 있다. 

드라마는 시대상을 반영한다. 공중파도 아닌 OTT 드라마가 이렇게까지 주목받는 것도 드문일이다. 공정과 상식이 무너져 버린 시대, 점점 현실과 드라마의 경계가 모호해진 시대의 반영일 것이다. 복수대행 서비스를 다룬 공중파 드라마 '모범택시'도 시즌2가 나올 정도로 인기다. 개그콘서트가 폐지된 것이 정치권의 행태가 개그보다 더 웃겨서란 '음모론(?)'이 농담처럼 들리지 않는 이유다.

그럼에도 '더 글로리'는 드라마일 뿐이다. 현실에선 드라마속 동은이가 행하는 모든 형태의 사적 복수는 엄격히 법으로 금지돼 있다. 헌법과 형사소송법은 정해진 사법 절차를 거치지 않고, 개인이나 집단에 의해 결정되고 집행되는 모든 형태의 폭력, 유형적 또는 사회적 제재(制裁)를 금지한다. 개인이 복수심에 불타 범죄자를 폭행하거나 살인을 저지르는 것은 범죄다. 

'더 글로리'는 드라마로 즐기는 선에서 끝내고, 현실에선 이참에 학폭 가해자 및 피해자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 정순신 변호사의 아들이 학폭으로 징계를 받고도 서울대에 입학할 수 있었던 것은 '수능 100%'인 허술한 정시모집 제도 때문이다. 교육부가 이달말 쯤 내놓기로 한 학폭 대책에는 들끓는 여론을 담아내야 할 것이다. 

고등학생들 사이에선 '학생부에 학폭 이력이 기재되는 순간 수시는 포기'라고 한다. 경각심이 들만도 한데 학폭은 끊이지 않고 있다. 정시에서도 학폭 같은 '결격사유'가 발견되면 합격을 취소하든 면접을 강화하든지 해서 제2, 제3의 정순신 변호사 아들이 나오는 것을 막아야 한다.

tack@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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