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동훈 기자 = 고금리와 전세 사기 등의 여파로 주택 임대차 시장에서 비중을 키워가던 월세 거래가 축소되고 전세거래가 다시 증가하고 있다.
전세 수요가 빠르게 월세로 이동하면서 수도권 아파트 월세액이 급격히 상승했다. 이에 집주인들이 월세액을 올리면서 100만원을 넘게 부담해야하는 주택이 흔해졌다. 반면 수요 감소로 하락폭이 컸던 전세시장은 주거비 부담이 줄어 매력도가 높아졌다. 대출금리가 인상속도 둔화에 이어 하락 조짐까지 보이고 있어 전세 수요 회복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 50%선 무너졌던 전세거래 비중, 두달 연속 증가세
3일 부동산업계 및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들어 임대차 거래에서 전세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의 전·월세 거래건수는 총 1만6427건이다. 이중 전세 거래는 9472건으로 57.7%를 차지했다. 월세는 6955건으로 42.3% 수준이다. 지난 1월에는 총 1만7027건이 거래됐으며 이중 전세와 월세 비중이 각각 56.8%, 43.2%를 나타냈다. 전세 비중이 2개월 연속 상승한 것이다.
월세 비중은 작년 12월을 정점으로 하락 추세다. 12월 거래건수는 1만 38건으로 2021년 12월(1만 253건)을 기록한 이후 2년여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전체 임대차 거래 중 비중이 50.4%로 전세보다 높았다. 전세 비중은 49.6%를 보였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주택담보대출뿐 아니라 전세대출 금리가 6%대로 급등하자 세입자들이 전세를 피해 월세로 이동하는 비중이 크게 늘었다. 역전세 우려에다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전세 사기가 기승을 부린 것도 월세 수요가 늘어난 이유다.
월세 수요가 늘자 월세액은 최근 2년간 20% 이상 상승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두 달간 전국 아파트 월세 계약은 총 7만 510건이 이뤄졌으며 평균 월세액은 65만원이다. 이는 2년 전 같은 기간 평균 52만원(5만4490건)과 비교해 24.9% 오른 금액이다. 특히 100만원 초과 월세 건수는 1만1668건으로 전체 월세 거래량(7만 510건)의 16.5%에 달했다. 2년보다 비중이 6%P 넘게 치솟은 것이다.
금리인상이 진정세를 보이고 정부가 은행권의 대출 인하를 유도하자 전세대출이 4%대로 하락하자 전세 수요가 다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작년 하반기부터 집값 하락과 맞물려 전셋값 하락이 가팔라 거주비 부담이 상대적으로 낮아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
올해 들어 전국 아파트의 전셋값은 6.37% 하락했다. 지역별로는 최근 2년간 집값과 전셋값의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던 경기도가 9.06%로 가장 많이 하락했고, 세종은 작년 2.61% 하락에 이어 올해도 8.61% 빠졌다. 서울 8.34%, 인천 7.66%, 대구 6.73% 하락으로 뒤를 이었다. 실거래가 기준으로는 대부분 지역이 10~20% 하락한 셈이다.
◆ 대출금리 인하, 전셋값 하락 등 월세수요 추가 이탈 가능성
임대차 시장에서 전세 수요가 추가로 늘어날 여지가 있다.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불확실성이 남아 있지만 상승 반전하기보다 하락 안정세가 나타낼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이달 초 기준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에서 주택금융공사 보증서를 담보로 취급한 전세대출 금리(가중평균금리)가 최고 4.85%다. 작년 하반기 6% 초반까지 뛴 것과 비교하면 두 달새 1%P 넘게 하락했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했고 정부 또한 대출금리 인하를 유도하고 있어 대출금리가 추가로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 대출이자 부담이 줄어들면 임대차 시장에서 월세보다 전세 수요가 늘어나는 게 일반적이다.
올해 아파트 입주 물량이 많은 것도 전세 수요자에게 유리하다. 현재 거주하는 주택이 팔리지 않거나 잔금을 치르기 위한 목적으로 입주 시기에 전세매물이 늘어난다. 매물이 증가하면 시세가 내려가고 이를 통해 세입자는 주변시세보다 저렴하게 전세 계약할 수 있다. 올해 전국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은 41만1101가구로 작년(34만6956가구)보다 6만4145가구(18.5%) 늘어난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기준금리 인상과 역전세 우려 등으로 월세 수요가 급증하다가 최근에는 전셋값 폭락, 대출금리 하락의 영향으로 전세 계약이 늘어나는 추세"라며 "올해 아파트 입주물량이 많고 전셋값 하락세가 지속돼 전세 비중이 더 늘어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leed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