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김근철 특파원=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비한 확장억제 강화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과 미국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핵기획그룹(NPG) 같은 제도를 두고 운용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의 4월말 국빈 방문을 앞두고 미국에서도 이같은 정책 구상에 대한 논의가 부상하면서 한미정상회담에서 이와 관련한 진전된 논의가 이뤄질 지 주목된다.
[서울=뉴스핌] 윤석열 대통령이 13일 오후 캄보디아 프놈펜의 한 호텔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사진=대통령실SNS] 2022.11.13 photo@newspim.com |
알렉산더 버시바우 전 주한미국대사는 9일(현지시간) 한국의 독자적 핵무장 대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핵계획그룹(NPG) 같은 제도를 두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밝혔다.
버시바우 대사는 이날 주미한국대사관과 한미경제연구소(KEI)가 워싱턴DC에서 개최한 한미동맹 70주년 기념 역대 주한 미 대사 간담회에 참석, 이같이 밝혔다.
그는 "한국의 자체 핵무기 개발은 북한이 핵무기와 미사일 발사체계를 더 개발하도록 촉진하고, 일본 같은 우호국 뿐 아니라 전세게의 다른 나라들에게도 핵무장 선례를 제공하게 되는 핵확산 연쇄 체인을 촉발할 것"이라면서 "이것은 우리가 열기를 바라지 않는 판도라의 상자"라고 강조했다.
버시바우 대사는 그러나 한국의 미국 확장억제의 신뢰성에 대한 실질적인 우려를 해소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이 한국에 제공하는 확장억제와 관련한 새로운 프레임워크를 개발하는 데 높은 우선 순위를 두어야 한다"면서 "이는 역시 불안해하는 일본과 함께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버시바우 대사는 그 대안으로 한미 양국이 핵계획그룹 같은 제도를 둘 수도 있을 것이라면서 이를 통해 핵무기 관련 계획과 훈련 뿐 아니라 군비통제 시스템 속에서 운용 방안등을 협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미경제연구소(KEI) 간담회에서 발언하는 알렌산더 버시바우 전 주한대사. [사진=KEI 동영상 캡쳐] |
그는 4월말 국빈 방문하는 윤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이와관련해 협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과 나토는 1966년부터 핵기획그룹을 설치하고 핵무기 정책, 구상,배치, 운용 등을 협의하고 있다. 현재 독자적인 핵노선을 추구하는 프랑스를 제외한 모든 나토 동맹국이 핵기획그룹에 참여하고 있다.
나토 사무차장을 지낸 버시바우 전 대사는 한국은 물론 일본까지 참여한 '한미일 핵기획그룹'을 염두에 둔 것으로 읽힌다.
미국의 싱크탱크인 헤리티지 재단의 부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도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북한의 핵 위협에 위해 미국이 아시아에 `핵기획그룹'을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도 지난 1월 보고서를 통해 미국 정부에 '핵기획그룹' 에 대한 검토에 나서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힌편 일본 요미리우리 신문은 지난 8일 "미국이 최근 한국과 일본에 핵 억지력 관련 새 협의체 창설을 타진했다"면서 일본 정부는 이같은 제안을 수용하는 방안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기존의 한반도 주변 미국의 핵우산 정책에 대한 개선 필요성을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것은 윤 대통령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1월 국방부·외교부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한국에 전술 핵 배치를 한다든지 우리 자신이 자체 핵을 보유할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물론 윤 대통령은 '북한 핵 문제가 심각해지면'이란 전제를 달았고, "지금은 한미간에 정보를 공유하고, 함께 참여하고, 공동 기획, 공동 실행하는 이런 논의가 전개되고 있다"며 수위를 조절했다.
당시 '독자 핵 무장론'이 눈길을 끌며 큰 파장을 일으켰고 한국과 미국 정부는 "윤석열 정부는 자체 핵무장이나 미국 전술핵의 한반도 재배치를 추진하지 않는다"며 진화에 나섰다.
미국 정부는 당초 기존의 '핵우산 정책'에 기반한 확장 억제를 강조하면서 핵무장은 물론 나토식 핵기획그룹 설치 아이디어에는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북한 핵과 미사일 위협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핵기획그룹 같은 새로운 대응책을 제시해서 한국과 일본 등의 불안을 해소하고, 핵무장 여론도 잠재워야 한다는 공감대가 확대되며 관련 논의도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한편 이날 KEI 간담회에 함께 참가한 조태용 주미대사는 북한 핵 위협을 다루기 위해 확장억제의 실효성을 강화하는 방안들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면서 "이 과정에서 한국의 목소리가 제도적으로 반영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통해 북한 지도부에게 핵무기 사용을 못하도록 하고, 북한 핵의 심각한 위협에 직면한 한국인들을 안심키는 강력한 메시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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